이재용 PXD 대표이사 | 2015-07-21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는 처음 Lab 80 구인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용어를 알게 되자, 여기저기서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Lab 80은 더는 ‘해커’를 뽑지 않지만, 자세한 구인 공고는 http://lab80.co/jobs-caree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후 나름대로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며 배운 것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 보려 한다.
글 ㅣ 이재용 PXD 대표이사
마케팅과 UX
전통적인 산업 구분에서조차 마케팅과 UX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방법상 UX 초기 방법론은 마케팅에서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다(물론 그에 따른 폐해도 많다),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장 조사 기관들이 차용한 많은 방법론이 HCI/UX에 접목된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고객/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 있는데, 바로 물건을 살 때(Buying Decision)와 사용할 때(Using Experience)이다. 그런데 이 둘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케팅은 어떻게 물건을 팔까? ‘어떤 광고를 하고 어떻게 포장해야 물건을 사도록 만들까?’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반면, UX는 제품의 효용을 강조하고, ‘어떻게 사느냐’라는 문제에 대한 접근도 물건의 사용과 연결시킨다. 그냥 단순하게 보면 물건을 사야 경험할 수 있고, 좋은 경험이 재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에 둘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피엑스디에서도 UX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사용자 경험 전략 중, ‘어떻게 고객을 유입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온라인 산업이 대세가 되면서 이 두 가지(물건을 살 때와 사용할 때)는 아예 뒤섞여 버리게 되었다. 네이버냐 다음이냐를 고르는 것(buying)처럼 구매와 동시에 사용이 진행되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즉시 다른 곳으로 가 버리는 등, 소비자들은 일단 구매한 물건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경험이 안 좋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따라서 사용이 곧 구매가 된다.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최근 스타트업 성공처럼 현시대에서 혁신의 방향은 정형화되는 듯하다. 그러면서 기업 운영에서는 Lean Start-up이, UX 분야에서는 Lean UX, 마케팅 분야에서는 Growth Hacking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로스 해킹이란 용어가 낯선 사람도 '페이스북이 끊임없이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테스트하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보내면 맨 마지막에 '아이폰으로 보냈다'는 문구를 본 사람도, 드랍박스의 무료 용량 제공이나 우버의 무료 탑승 쿠폰에 눈이 멀어 친구에게 추천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런 모든 활동이 그로스 해킹 사례다.
그로스 해킹이란, 제품 고객 집단의 '성장(growth)'을 위해 창의적이거나 특별한 방법(해킹, hacking)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해킹은 꼭 기술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It's the idea that an entrepreneur can take a clever or non-traditional approach to increasing the growth rate/adoption of his or her product by "hacking" something together specifically for growth purposes. (Hacking is not necessarily technology term) http://www.quora.com/What-is-growth-hacking
스타트업이 제품 출시 후, 전통 산업에서는 사용 고객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 즉 홍보나 광고에 의존했다. 돈과 시간이 없는 스타트업들은 고객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입소문을 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것을 그로스 해킹이라 말한다.
그러려면 우선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자주 잊어버리지만, 이것이 제일 중요한 출발점이다. Product-Market Fit). 그리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소문을 퍼트릴까?’라는 관점에서 입소문 구조를 설계한다(Acquisition with viral). 위에 적은 드랍박스 무료 용량 제공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다음 이들이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Retention). 이 세 과정은 제품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단순하게 '소개 리워드 제공'이나 '웃긴 동영상'으로 유명해지는 것을 viral 혹은 그로스 해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언제나 제품 자체가 훌륭하고 그것을 계속 사용하는 과정으로 만드는 바이럴(viral) 혹은 MGM(Member Get Member)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로스 해커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금씩 개선하면서 창의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해킹'이라는 말이 내포하듯 많은 사람이 이미 사용한 방법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신선함을 답보하지 않은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일회적이고 부분적으로 일어나서는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그것을 계속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이는 그로스 해커의 궁극적인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한다.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란 무엇인가?
"모든 그로스 해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으로 수백만의 사람에게 전파하며, 스스로 영구히 지속되는 마케팅 기계(self-perpetuating marketing machine)를 만드는 것이다."
by 아론 긴 Aaron Ginn 〈그로스 해킹〉 p18
최근 일본 광고인이 작성한 번역 글이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요즘 유행하는 '그로스 해킹이란 무엇인가?’라는 글도 참고하자.
그로스 해킹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문화
이쯤 되면 많은 사람이 마케팅이 변해서 그로스 해킹이 된 거구나 이해할 것이다. 동시에 전통적인 마케팅과 차이점이 뭔지 궁금할 것이다. 둘의 차이점은 전통적인 마케터가 '어떤 제품이든 팔 수 있다'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참여한다'의 관점으로 확장된 데 있다. 하지만 그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
많은 사람이 그로스 해킹을 마케팅 연장에서 바라보는 것을 반대한다. 그로스 해킹이 마케팅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이제는 스타트업 문화나 사고방식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그로스 해킹이 마케팅의 한 분야라든지, 아니면 UX의 미래 모습이라든지 하는 얘기는 편향된 시각일 수 있다. 스타트업의 생존 자체가 성장(growth)에 달려있기 때문에 회사 전체는 그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즉, 회사 내에 그로스 해킹 전담자나 조직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내 모든 사람이 이러한 문화를 익히고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래 정기원/김희선 채팅 참조)
또한 속성상 전통적인 마케터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실제로 상품을 구성/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킹'에 가까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 등이 그렇다. 다수의 구성원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다음 글을 찬찬히 읽어 보자.
Ten things I learned studying ten of the world’s fastest growing startups
http://qz.com/393206/ten-things-i-learned-studying-ten-of-the-worlds-fastest-growing-startups/
Lesson 1: Growth is nothing without the product
Lesson 2: Growth is never ‘done’
Lesson 3: Growth is not marketing, marketing is not growth
Lesson 4: Doing what everyone else is doing is the wrong strategy
Lesson 5: Don’t try to boil the ocean
Lesson 6: Growth hacks have nothing to do with short-term tactics
Lesson 7: Do things that don’t scale, build things that do
Lesson 8: There are analytics and then there are insights
Lesson 9: Combining multiple growth engines can lead to faster growth
Lesson 10: There are no silver bullets
Lesson 11: Growth is a team sport
하나하나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도록 잘 정리한 11가지 교훈에서 특히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팀 경기(Team Sport)'라고 정리한 것을 보면, 더는 마케팅과의 비교는 불필요해 보인다.
영어가 불편하다면 번역본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원문보다 풍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스타트업들의 케이스 스터디에서 배운 10가지 교훈
http://alleciel.com/2015/04/29/ten-things-i-learned-studying-ten-of-the-worlds-fastest-growing-startups/
그로스 해킹과 UX
처음 그로스 해킹이란 말을 들었을 때, ‘아! 이것이 UX의 미래겠구나’ 생각했다. 그로스 해킹의 핵심이 UX고, UX도 그로스 해킹 말고는 달리 갈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그로스 해킹을 꼭 UX에 한정할 필요는 없겠구나’가 아니라 ‘한정하면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성장의 실험이 꼭 UX적인 실험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UX를 사용자가 제품/서비스에 관해 경험하는 모든 요소 설계라고 보면, UX가 그로스 해킹에서 할 역할이 매우 다양하고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케팅과 제품/서비스 구성 등 모든 소비자 접점(경험) 설계와 실험을 통해 회사와 서비스가 성장하도록 만드는 일은, UX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제품/서비스 전체에 대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가 하려던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우리 스스로 그로스 해커가 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UX 1.0을 배워볼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 제품을 어떻게 경험하도록 할 것인지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화면 설계한 차주에 '더 많은 고객의 선택'으로 증명되는 빠른 피드백(feedback)으로 '진짜' UX를 설계할 수도 있다. 성장을 위한 기능 추가도 증명된 결과를 바탕으로 할 수 있고, 제품 본연의 기능을 이용해 마케팅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사용자 스스로 입소문을 내게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모두가 한 팀으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UX 디자이너는 처음으로 그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잦고 얕은 마케팅 수단에 넘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자들이 지쳐있다면, 제품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고민하는 일은 UX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다. 그로스 해킹이야말로 UX 미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