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3
우리가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영화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총체적 예술에 가까운 예술일 것 입니다. '가까운'이라는 표현을 쓴 건 최근 화제가 되었던 '드래곤 길들이기' 공연 영상에서처럼 더 이상 총체적 예술이라는 타이틀이 영화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가 점차 많이 등장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랜 시간 ‘영화’는 음악과 연극, 그리고 미술과 사진등 각 장르의 영향을 고루고루 주고 받으며 ‘종합예술’의 위치를 지켜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편집’을 통해 이를 제어 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만의 독특한 ‘마술’이지요. 예술이 ‘시간’을 거스르는 특성을 가지게 됨으로 얻게 된 상상력의 자유는 인류를 보다 풍요로운 이야기의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글 | 류임상 미디어아트채널
<앨리스온>
아트디렉터(
nim2me@gmail.com)
에디터 | 길영화(
yhkil@jungle.co.kr)
앨리스온>
새로운 시대, 즉 ‘스마트폰’의 시대를 맡아 ‘영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동영상’의 시대는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됩니다. 바로 ‘누구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라는, 이전의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게 된 것이죠.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스마트폰’만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거기에 각종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들은 비전문가들도 ‘그럴듯한’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아래의 'Action Movie FX' 앱을 보면 간단하게 촬영한 영상에 효과만 더해주면 마치 헐리우드 액션 영화에나 나올법한 특수효과를 손쉽게 나만의 영화로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JJ 에이브람스가 감독한 'SUPER 8' 를 보면 어릴적 헐리우드 키드를 꿈꿨던 영화광들의 자전적인 독백을 볼 수 있는데요. 거기에 나온 80년의 영화 카메라를 그대로 재현한, 다시 말해 21세기의 스마트폰으로 마치 흑백 무성영화를 찍을 수 있게 도와주는 'SUPER 8' 앱 역시 사용자들을 흥미로운 영상 제작의 세계로 안내 해줍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Muybridgizer’라는 앱은 동물의 동작 연구로 대표되는 일련의 사진들을 제작하여 인간이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한 순간의 움직임을 아주 세밀하게 찍은 최초의 사진가,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입니다.
머이브리지는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고, 미국 철도부설의 개척자인 스탠퍼드에게 달리는 말의 다리 동작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었는데요, 이것이 그 유명한 머이 브릿지의 연속 사진 이었고, 이는 이후 ‘동영상’이라는 개념을 사람들에게 인식 시키게 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머이브리지는 스탠퍼드가 소유한 가장 좋은 말이던 옥시던트(Occident)를 대상으로 말이 달릴 때 네 개의 다리가 어떤 모양인지를 보여주는 최초의 순간을 찍은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이 실험은 말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12대의 카메라를 각각 2피트 간격으로 배열해놓고, 말의 움직임에 따라 길옆에 놓인 가느다란 전선이 각각의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방법이었는데요. 정지된 동작은 1000분에 1초에서 2000분에 1초에 달하는 순간의 기록이었는데 이는 인간의 육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었죠.
이 사진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련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이러한 방법은 이제까지의 사진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지요. 이것이 후에 에디슨의 발명과 루미에르 형제의 상용화로 이어진 ‘영화의 탄생’을 촉발했음은 두말할 필요 없겠죠.
‘Muybridgizer’앱은 말 그대로 당시 실험되었던 ‘연속사진’을 재현해주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촬영 대상체를 결정하고 셔터를 누르면 여러 장의 사진이 찍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결과물은 예전 사진과 같은 필터가 적용되어 마치 1800년대의 연속사진을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물은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로 공유가 가능하지요.
동영상을 넘어 ‘입체’의 시대, 그리고 이젠 ‘가상현실’의 시대에 다다른 인류. 그 발전상이 어디에까지 이르게 될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이는 영상’의 전 단계에 ‘사진’이 있었고, 그 사진의 전 단계에는 ‘그림’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고 각 매체가 ‘대체재’가 아닌 보완/견제의 관계 속에 각각의 영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더 이상 사진만큼 현실을 똑같이 그릴 수 없었던 그림이 고흐의 ‘인상파’나 피카소의 ‘입체파’와 같은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듯, 누구나 다 카메라를 가지고 ‘무언가’를 찍으며 공유하는 이 시대에, 이 땅의 예술가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화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Muybridgizer’ 앱과 같은 연속사진이 영화를 만들었고, 지금 21세기에 그 현상을 내 손바닥 안에서 손쉽게 돌아보게 된 지금의 기술. 앞으론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까요.
app storer link
http://itunes.apple.com/us/app/muybridgizer/id390894338?mt=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