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소설의 기원은 고대로부터 전해 오는 신화나 서사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류의 기원이나 구세주 전설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하죠. 근대 소설을 뜻하는 영문 ‘Novel’은 중세기말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Novella’에서 온 말로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말을 타고 떠돌다가 종이와 같은 저장 수단(?)으로 정착된 것이 ‘소설’이라는 말이죠. ‘새롭고 신기한 것'. 이제 이 이야기들이 새로운 ‘종이'를 만나 진화하고 있습니다.
글 | 류임상 미디어아트채널
<앨리스온>
아트디렉터(
nim2me@gmail.com)
에디터 | 길영화(
yhkil@jungle.co.kr)
앨리스온>
처음 아이패드가 등장했을 때, 기존의 스마트폰과 달리 크게 주목 받았던 것은 바로 아이패드로 촉발된 ‘이북'시장이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아마존의 킨들이나 삼성, 소니등 여러 회사에서 많은 ‘이북'단말기를 이미 내놓고 있었죠. 하지만 한정된 시장과 ‘이북 잉크’라는 한계(반응 속도와 컬러표현 등)를 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북 단말기와는 달리 아이패드의 등장은 큰 화면과 화려한 색, 거기에 음악과 터치를 사용할 수 있는 막강한 장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북 시장을 촉발하게 됩니다. 즉, ‘앱북(App-Book)'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죠.
아이패드 초기 광고에도 곧잘 인용되곤 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훌륭한 아이패드용 이북, 다시 말해 멀티미디어가 집약된 앱북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환타지에 최적화된 음악과 화면을 만지면 화면의 주인공들이 반응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 시켰습니다. ‘독서'라는 체험을 단숨에 ‘읽다'에서 ‘읽고 들으며 만지다'로 확장시킨 중요한 사건이었죠.
특히 이와 같은 앱북은 유아용 도서 시장에 큰 바람을 불어 일으켰는데요. 국내 앱스토어에도 항상 상위권에서 큰 매출을 이루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이러한 아동용 앱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책을 만지며(!) 접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종이로 된 책 보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을 매료 시켰지요.
아동용 도서 외에도 성인을 위한 앱북 또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영화화가 결정된 김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나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쓴 ‘닥치고 정치'등은 앱북으로도 큰 성과를 이루었죠. 이러한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책들은 오탈자를 쉽게 ‘업데이트'등을 통해 수정할 수 있고, 책 외에도 저자의 사진이나 영상 자료 등을 쉽게 첨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앱북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소개해 드릴 ‘지문사냥꾼'이라는 앱북은 앞서 소개해 드린 책들과는 조금 다른 종류인데요. ‘지문사냥꾼'은 단순히 종이로 된 소설을 디지털화 한 것이 아니라 음악,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등을 새롭게 연출해 새로운 ‘인터렉티브 앱북'을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아동용 앱북과는 다른, 기괴함(?)이 돋보이는 연출이 돋보이네요.
‘지문사냥꾼’은 2005년 출간된 뮤지션 이적의 이야기책 중의 한 에피소드로, 출간 당시에도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와 일러스트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죠. ‘지문사냥꾼' 앱북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 애니메이션과 음악 등을 적절히 가미해 기존의 소설을 읽었던 사람이라도 새로운 기분으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 패닉 4집에 있었던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 소설과 정말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죠.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일러스트를 만지고, 화면에 지문을 남기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소설'도 아닌, 그렇다고 영화도 아닌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느끼게 합니다.
‘소설을 읽는다’라는 행위는 소설 안의 이야기를 머릿속의 상상으로 채워가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지문사냥꾼'과 같은 앱북은 전통적인 소설의 감상법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보다 공감각적인 경험을 주는 이야기 작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음악과 소설의 만남은 ‘오디오북'에서, 영상과의 만남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경험해봤다고 할 때, ‘촉각'과 이야기의 만남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지문사냥꾼’이 보다 앱북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컨텐츠 컨버팅(Contents-Converting)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이러한 새로운 감각에 최적화된 색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출간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다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촉각 뿐만 아니라 냄새가 나는(!) 소설책도 만날 수 있을 듯 하네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들을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안내하게 될까요. 새로운 앱아트의 세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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