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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상상 속에 존재하는 놀라운 세상이 열리다

2008-12-09

창립 11주년을 맞은 하나로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SK broadband)로 사명을 변경하고 기업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See the Unseen’(누구도 못 보던 세상)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업CI와 철학을 이미지로 형상화시키고 최초로 비주얼 슬로건을 시도한 광고를 통해 ‘누구도 못 보던 컨버전스 세상’의 개막을 알렸다. 국내 유명 팝 그룹 ‘W’와 공동작업 후 동시 개봉한 새로운 형식의 ‘브로드밴드송(일명 ‘BB송’)’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광고를 들여다보자. 그야말로 ‘See The Unseen’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보라색의 신비한 이미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앨리스가 토끼 굴로 들어갔을 때 만나는 이상한 세계, SK브로드밴드는 이제껏 못 보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광고의 표현 컨셉트를 보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낯선 수십 개의 상징물들이 일렉트로니카 (전자음악)풍의 캠페인 배경음악인 ‘브로드밴드송’에 맞춰 순차적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그려가는 형태이다. 완성된 그림은 바로 SK브로드밴드가 추구하는 경영철학을 형상화 한 비주얼 슬로건이다.

흔히 CI 캠페인을 진행함에 있어 기업의 CI 요소와 슬로건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와 몇 단어의 슬로건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한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의 신규 캠페인은 기존의 CI와 광고 슬로건이 아닌 기업의 CI와 철학, 그리고 이미지까지 포괄하는 ‘비주얼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구조다. ‘비주얼 슬로건’은 그 자체가 기업의 심볼이자 슬로건의 역할을 하여 TV, 신문, 광고, 프로모션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핵심이 되는 것이다.

몽환적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신세계

광고를 제작한 TBWA코리아에서는 경쟁 PT를 열흘 앞두고 슬로건이 정해졌다고 한다. 슬로건을 토대로 한 장의 ‘시화’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팀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은 다들 비슷했다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토끼 굴로 들어갔을 때의 그 느낌, ‘나니아 연대기’에서 꼬마 소녀가 벽장 속에 숨어 있다가 우연히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을 때의 그 느낌, ‘인디아나 존스’가 수풀을 헤치며 어렵게 어렵게 길을 가다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났을 때의 그 느낌, 그리고 앙리 루소의 그림을 맞닥뜨렸을 때 생경한 그 느낌.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모티브는 모두 같았다.
‘그 속으로 들어갔을 때 새로운, 지금껏 보지 못한, 놀라운, 신비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See The Unseen, SK브로드밴드’를 한 장의 ‘시화’로 만들면 바로 그 세상이 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See The Unseen, SK브로드밴드’의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하는가? TV가 인터넷과 결합해서 IPTV가 되고, 인터넷과 전화가 결합해서 인터넷 전화가 되는 세상, 그 컨버전스의 세상이 바로 SK브로드밴드 세상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컨버전스의 이미지만으로는 98%쯤 부족했다.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익숙한 것들을 합치기 시작했다. 익숙한 세상을 섞고, 말고, 비벼서, 놀라운 세상을 탄생시키기로 했다.

신비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보라색 세상 위에 못 보던 이미지가 하나씩 더해졌다. 평범한 남자는 구름이 떠가는 산이 되었다. 여자는 머리 위에 토끼를 썼고 그 위에는 3천년에 한 번씩 핀다는 우담바라가 조용히 피어났다. 숲 속에는 느닷없이 전화기가 매달려있다. 부엉이와 고양이는 일찌감치 한 몸이 되었다. 평범해 보이던 소녀는 비둘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고, 숲 속 여자의 등에서는 나비 날개가 돋았다. 공주가 잠에서 막 깨어난 듯이 하품을 하고 있으면 숲 속 저 멀리에서는 사슴 정령이 등장하고, 말은 두 발로 서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개구리인지 물고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생명체는 마치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 날아오를 듯이 자세를 취했다.
라디오맨이 달려가고, TV맨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위로 ‘꿈’이라는 글자가 아스라하게 합쳐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떤 것도 처음 보는 것은 없었다. 모든 이미지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이미지. 하지만 그것들이 합쳐지고 변형되니 이야기는 달라졌다. 완전히 본적 없는 세상이 탄생한 것이다.


네버엔딩 스토리

이미지를 통해 컨버전스의 세상을 보여주자. 지금껏 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모두가 그 안에서 더 풍부한 이야기를 길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들자. 계속해서 볼거리들을 주자, 그리하여 슬로건이 이 이미지 한 장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도록 하자. 불가능 할 것처럼 보였던 목표. 하지만 광고가 완성되던 날, 제작팀원들은 불가능한 목표가 어느새 달성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보랏빛 세상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라. 뭐가 보이는가? 앙리 루소의 수풀 사이로 인디아나 존스와 토끼 굴로 내려가는 앨리스와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나니아 세상과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못 보던 세상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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