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25
요즘 자동차 광고를 보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자동차 광고를 한번 떠올려보자. 넓은 도로나 산길, 이국적인 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하거나 차의 구석구석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주로 기존의 자동차 광고는 변화된 성능이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 전형이었다.
주인공인 차의 멋진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15초를 모두 쓰는 것도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광고가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는 점차 주연에서 조연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대신 자동차를 타는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반열에 있는 광고 중 하나가 바로 현대자동차 광고다.
과거 현대자동차 광고는, 차라는 제품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을 보여주는데 충실한 광고였다. 물론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 역시 잘 달리는 성능 좋은 차였을 것이다. 따라서 시원하게 달리는 제품 위주의 광고가 과거 광고의 주된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달려가는 한국사회의 소비자는 양과 기능보다는 질과 감성을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각의 취향이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자동차 시장도 역시 세분화되었다. 더 이상 달리는 차 이미지 하나로 접근하기엔 다양해진 소비자의 구미를 모두 맞추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시대의 화두로 감성바람이 거세졌다.
따라서 감성을 중시하는 2000년대 이후의 신소비자들에게 구구한 설명과 함께 이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끄는 감성마케팅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현대자동차의 광고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가장 먼저 그 테이프를 끊은 광고가 바로 투싼이다. 투싼 TV-CM에서는 뮤직비디오의 형식을 빌려 사랑을 소재로 한 남녀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기존의 자동차 광고와는 달리 사랑할 때의 남녀 심리를 ‘모험, 위험, 실험’이라는 3가지 주제로 활용해 젊은 남녀에게 어울리는 자동차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제품의 성능 이야기를 떠나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감성광고로서 현대자동차의 변화를 알리는 첫발이다.
최근 온에어되기 시작한 투싼의 2차 광고 역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2차는 1차보다 한 단계 깊이 소비자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내면까지 반영하고자 하였다. 30대 남녀가 이별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동경하는 당당하고 쿨한 모습을 그려냈지만 감정의 미묘한 표현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고 있다. 싼타페는 자기 것보다 더 좋아보이는 것, 갖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부러운 마음이 시샘으로 변하는 그 순간을 포착해냈다. 여성이 가방이나 아파트 등에 질투를 느끼는 장면은 어디서나 많이 볼 수 있다. 그럼 남성이 가장 질투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자동차에 있어서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한 수 위의 강한 질투 감정을 느끼고 동경을 한다. 싼타페는 그런 남성 타깃의 마음을 묘하게 대변했다. 질투라는 남성의 금기시된 감정을 이용함으로써 타깃으로 하여금 더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현대자동차 광고 중에 가장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은 그랜저 광고는 다른 차종에 비해 더욱 보수적이고 무거워 보이는 대형차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오직 럭셔리, 프리미엄 등을 외쳐봤자 맹목적이기만 했던 기존 광고가 40대 남성의 감성을 흔들었기 때문. 현대자동차는 이 광고를 통해 그랜저를 단순히 자동차라는 제품이 아닌 자신의 삶, 수준 등을 표현해주는 상징물로 표현, 이들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심리적 benefit을 전달함으로써 럭셔리 세단의 가치를 표현했다. 다시 만난 첫사랑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이 소비자들의 무릎을 치게 했고 이는 한편의 영화처럼 다시 태어났다.
위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 광고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여러 변화를 거듭하는 광고가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공감 코드, 감성코드를 인사이트라고 부른다. 자동차라는 딱딱한 고관여 제품도 결국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 그들의 공감코드를 건드리면 얼마든지 자동차 광고도 다른 광고 못지않게 재미있고 신선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자동차 광고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자동차라는 고관여 제품은 광고와 매출간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제품을 고르는데 있어서 광고보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업계에서 그렇듯, 브랜드마케팅은 자동차 판매에 있어서도 영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광고 역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연구되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자동차 광고가 변화를 거듭하고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가는 현 시점에서, 현대자동차 광고의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도 계속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멋진 광고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