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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60초 광고의 승부수는 ‘2초’

2005-10-31

“진짜 여성은 진짜 곡선을 가진다” Dove의 최신 Real Beauty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 광고는 여성의 곡선을 몇 장면 보여준다. 하지만 오랫동안 판에 박힌 실제와 이상의 차이를 해소하고자 시도하는 이 광고조차도 가짜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Unilever와 Ogilvy&Mather 시카고가 만든 이 광고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정직한 측면에서 보자면 이 광고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날씬하고, 어린 모델을 거부한 채 미용 제품을 팔고자 하는 Unilever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어쨌든 모공도 없고, 엉덩이도 없고, 머릿결은 비단이고, 광대뼈도 높고, 옷 치수는 0이다. 아직 20대인 마른 여성들이 잘못된 미의 기준을 제시해온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이들 슈퍼모델 때문에 슈퍼모델이 아닌 99.9%의 여성들이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들 슈퍼모델이 광고하는 제품을 이용하기만 하면, 사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야지만 가능한 마른 몸을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Dove는 미국에서 지난 일년 동안 펼쳤던 반이미지 운동을 유럽에서도 펼치기 시작했다. 나이든 여성, 주름진 여성, 주근깨가 있는 여성, Vogue지 표지로 나가기에는 영양을 과다하게 섭취한 여성 등을 광고에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광고에 나온 이들 ‘진짜’ 여성들은 모두 빛이 난다. 자신감이 넘친다. 최근에 나온 진짜 여성들은 옷 치수가 0도 아니어도 몸매가 괜찮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뚱뚱하지 않다. ‘루벤’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만큼 통통하지도 않다. 그냥 마르지 않았다고 볼 정도이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그런 자신의 몸매를 자랑한다. 이게 바로 문제이다. 엉덩이가 크든 작든 간에 이들 여성은 여전히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절대적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여성들이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미의 기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위선은 Dove 제품에 있다. 교정된 아름다움이라는 껍질을 한 겹 벗겨낸 바로 그 아래에 있다. Dove는 “새로 나온 Dove Body Nourisher 24시간 NutriSerum을 소개합니다. 보습을 넘어 피부 구석구석 영양분을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Dove는 가장 훌륭한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당신은 피부학이 발전해온 역사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우린 잘 안 다구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 속에서는 여성의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관점을 취한 듯하지만,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여성의 허영심,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한다.
이 광고를 보면 정상 체중 여성을 아름다운 여성으로 치켜세우고는 밉살스러운 화장품을 파는 상술을 엿볼 수 있다. 소비자들 역시 진짜 여성의 진짜 몸 곡선을 광고에서 보고 싶다. 다만 화장품 회사들이 그걸 정직하게 보여줬으면 한다.

새로 나온 Burger King(BK)광고는 큰 인기를 끈 ‘Subservient Chicken’ 온라인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어른을 위한 광고가 아니다. 새로 나온 치킨 프라이를 선전하는 이 광고는 초라하고, 조잡하며, 10대풍의 짙은 수탉 한 마리가 나온다. 그리고 사실 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패스트푸드 치킨 제품 중에서 수탉으로 만드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전부 암탉으로 만든다. 심지어, BK 웹사이트 CoqRoq.com에서는 수탉으로 치킨 제품을 만든다는 가정 하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닭의 아랫도리를 공략하고 있다. 즉, 10대 남학생들을 공략하는 성적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칼럼에서는 지금까지 잘못된 취향에 대해서는 발 벗고 공격을 해왔다. 전 세계 AdReview 독자들은 지금 충격에 빠져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묘사로 충격을 받거나, 화를 내거나, 얼굴이 달아오르는 목표 청중에 해당하거나 혹은 해당하지 않는 이들을 존중할 때 지켜야 하는 제 1법칙이 있다.
바로 “다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소수를 모욕하는 것이 가끔은 허용된다. 하지만 소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다수를 모욕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광고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호소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연히 그 광고를 접한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다. 수많은 혁신적인 측면을 치민 바이럴 웹 광고는 우연히 지나치게 보게 되는 광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같은 광고를 찾아갈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광고가 무엇에 관한 광고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BK광고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발표한 수많은 이익단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coqroq.com을 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요즘 10대들이 주말마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보다도 훨씬 선정성이 약했다.

BK는 이미 해당 사이트에서 가장 불쾌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을 지웠다. 즉, “빠순이들은 거시기를 좋아해”라는 문구가 들어간 십대 소년 사진들은 뺐다.
사실 그 사진들은 아동 포르노가 될 뻔할 정도로 위험하고, 매우 불명예스러운 요소였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www.coqroq.com에 들어가서 사이트를 구경한다고 해서 퇴폐해지는 청소년은 없을 거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아이들은 광고주에게 편리하도록 이미 어느 정도 퇴폐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트에 있는 선정적인 농담을 이해할 만큼 세상 물정에 대해 잘 알기도 하고 말이다. 10대 남학생들이 성적인 내용을 볼 수 있는 원천은 비단 BK뿐만이 아니다. 이 BK 캠페인은 청소년을 공략하고 있지만 우리 어른들이 신경 쓸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내용 역시 청소년에 맞는 만큼만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기적이다. Crispin Porter&Bogusky 마이애미가 Coca-Cola Zero를 위해 만든 이 광고 노래는 청량음료 뮤지컬 광고에서 GFPM 45로 최저 기록을 세웠다. GFPM은 Grin Frames Per Minute(분당 웃는 회수)를 가리킨다. 참고로 청량음료 광고의 GFPM 수치는 보통 최대점수는 1,440이다. 1,440은 시청자가 광고 내내 끊임없이 웃는 걸 뜻한다.
Coca-Cola Zero의 최저 기록은 인필드 어시스트 기록과 마찬가지로 수천 명이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설탕물 전당인 Coca-Cola의 ‘Hilltop’이다. 1971년 이런 식의 다양성과 이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비록 너무 달콤하고 너무 순진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오늘날에는 그런 요소를 중심으로 광고를 만들 수 없다. 그 이유는 Barney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의 조소와 냉소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산 정상에 충분한 수의 금속 탐지기와 폭탄 냄새를 감지하는 개를 배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Hilltop’을 세상에 알렸던 그 이상한 감수성이 사라진지 오래라 해도, 그 광고 기법은 건재하다. 신랄한 위트, 진실 그리고 날카로운 포스트모더니즘은 수많은 청량음료 광고에 등장한다. 하지만 일단 음악이 시작되면 모순 요소는 가출을 하고,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갑자기 바보같은 미소를 띤다. 마치 선거운동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미인대회 참가자가 대형화면에 잡힌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GFPM은 또 다시 신기록을 새우게 된다.

사람들은 경기장 대형화면에 자신이 비칠 때는 웃지만, 청량음료를 마실 때는 웃지 않는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고자 하는 시도는 절대 식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청량음료 회사들은 자사 제품이 정말 재밌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정말 바보들의 행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밌는 것은 썰매타기이다. Hokey-Pokey는 어느 정도 재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 광고를 만든 광고회사는 정말 아깝게 성공을 놓쳤다. 본질적으로 겁이 많은 데다 진지하면서도 무미건조한 광고에서는 예리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가 계산해 본 바로는 60초 광고에서 웃음을 유발한 순간은 2초도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Coke Zero의 인기를 더해줄 수 없다.
물론, 쉽게 짜증내는 목표 소비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로서 인위적인 행복을 거짓되게 묘사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 광고는 청소년을 유혹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당분간은 “Coke를 사고 야광막대를 받아가세요”라는 슬로건을 보지 않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웃음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Coke Zero를 마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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