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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헐리우드 영화의 법칙은 유용하다

2007-02-13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주인공이나 스토리를 따라 가느라 바쁘지요. 그런데 다보고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가 군데군데 있다는 걸 알고 슬그머니 미소 짓게 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광고 아이디어에 이런 뻔한 상황을 쓰면 우리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클리셰(cliche), 즉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하여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걸 원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표현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생각에 슬쩍 반대해 봅니다. 새롭지 않다는 문제는 있지만, 짧은 시간에 상황설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끔은 이런 것들이 상당히 유용하거든요. 작가와 보는 이가 서로 알고 있어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는 장점이 있지요. 클리셰 사용을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매번 너무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도 미덕은 아니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해 봅니다.

광고1) 두통약
“누군가가 머리를 주먹으로 한 방 내리친다면?” 광고에 제목이 있을 필요는 없지만, 제목은 ‘펀치’입니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지루한 쇼핑백에 이런 즐거운 상상으로 드는 이와 보는 이 모두를 재미있게 해 주는군요. 해가 갈수록 기업의 마케팅 비용은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니까 전통적인 4대 매체보다는 이런 귀여운 공간을 많이 발굴하여 활용하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합니다. 우리 광고주는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고 타박하기 전에 이런 시도를 먼저 많이 해 볼 일입니다.

광고2) The Art World 서점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을 낙서가 이 광고의 메인 비주얼입니다. 순수미술을 하건 응용미술을 하건 간에 낙서나 서툰 그림이 작품의 시작이지요.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는 동안 냅킨에 그린 피카소의 작품은 얼마나 많은가요? 생각은 떠올랐을 때 바로 바로 적거나 그려두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언제 유용하게 써 먹을지 모르니까요. 바로 그런 성향을 가진 분들을 위한 전문서점 광고 아이디어입니다. 역시 손으로 쓴 듯한 한 줄 카피가 재미있네요. “당신이 찾는 책도 한 권쯤 있을 겁니다, 피카소 씨”

광고3) 야구단
뉴욕 메츠 광고주를 위한 메모 사이즈의 광고 캠페인. 깨진 자동차 앞 유리에 메모를 한 장 붙여 놓았습니다. “차 주인에게, 댁의 유리를 깨어 죄송합니다. 사실 전 강한 타자도 아니랍니다. 백만 번에 한 번 정도 강속구를 던질 정도지요! 제 사과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쉬어 구장에서 뵙지요. 7번 타자 호세 라이어” 그리고 누가 봐도 그 종이는 뉴욕 메츠의 메모지라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얄밉게도, 혹은 기술 좋게도 하단에 작은 글씨로 티켓 구입처 전화번호도 잊지 않고 적어 놓았습니다. 깨진 유리창 값을 변상 받으려면 꼭 구장에 가야겠군요. 이 캠페인은 다른 선수들의 자필 메모로 이어집니다. 물론 광고주는 중고차 여러 대를 임대해서 여러 군데에 배치해 놓아야 하겠지요.

광고4) 영국 석유
뭐 딱히 덧붙일 말씀 없습니다. 이 크리에이티브는 ‘좋은 기름’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모유처럼 좋은 기름’이라는 발상을 했군요. 카피는 “어떤 기름이 좋은지는 당신의 차가 압니다.” 좋은 차가 좋은 기름을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아주 쉽게 시각화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광고5) 연필깎이
요즘이야 샤프펜슬이 대세라서 칼로 연필 깎을 줄 아는 학생도 드물지만, 연필을 정성스레 깎다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없나요? 마치 큰일을 하기 전에 어떤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 같은 경험 말입니다. 그렇게 정성껏 깎아놓고 책상 깨끗이 정리하고 마음잡고 앉으면 벌써 시간이 한참 흘러갔음을 알게 된 경험도 있지요. 인도의 어느 아트 디렉터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정교함으로 인물의 초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디어의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미적 감각과 소재발굴 실력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군요.

광고6) 도브
90세 넘은 할머니의 미소 띤 얼굴을 주름이 다 드러나도록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며 우리에게 이 얼굴의 정의를 묻습니다. “주름진?” 혹은 “놀라운?” 그리고 이어서 묻습니다. “우리 사회는 나이 드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까요?” 아시다시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자는 운동을 범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브랜드 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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