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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보르도’라는 이름의 스트리퍼

2005-01-04

구멍가게에서도 와인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진로소주 옆에 놓여있던 진로포도주. 병 역시 4홉짜리 진로소주병을 그대로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문이었을까 우리에게 와인은 맛이 달기만 한 싸구려 술쯤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런 인식을 조금씩 고쳐나간 게 그 후 등장한 두산의 마주앙이다. 이제는 진로포도주를 제치고 한국의 대표 와인 브랜드가 되었는데 산소주, 청하에서 위스키까지 다양한 술을 만들고 있는 이 두산이 술 소비 패턴에 대해 최근에 조사한 내용이 있다. 전국 대도시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했는데 최근 1년간 마신 술의 종류를 물어보니 소주가 69%로 가장 많았고 맥주가 67%, 저도주가 54%, 막걸리 39%, 와인이 35% 순이었다고 한다.

와인소비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밀리는 순위다. 재미있는 것은 와인을 마시는 이유인데 ‘건강에 좋다고 해서’가 37%인 반면 ‘기념일이 있어서’가 50%,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가 33%였다. 뭔가 특별한 날 작업도구로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우리보다 와인소비가 일반화된 외국의 경우에도 와인은 분위기를 엮는데 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르도(Bordeaux)와인광고만 봐도. 이 광고들은 특정 브랜드의 와인이 아니라 보르도 산 와인 자체를 알리는 것으로 프랑스의 유명 와인 산지인 보드도를 강조하고 있다.

나신(裸身)의 여체가 없어도, 근육질의 남성이 없어도 광고들은 너무나 섹시하다. 주인공은 오직 글라스에 담긴 와인뿐. 분위기 메이커는 글라스의 선을 따라 흐르는 조명과 각도. 이들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여체를 감상해 보자.

양 끝으로 두 개의 와인글라스가 잘려 있다. 글라스의 선은 여인의 허리선이 되어 매끄럽게 흐르고. 절묘한 카피의 위치와 보르도의 엠블럼이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그녀에게 배꼽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가 살짝 돌아섰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아래로 돌리니까 드러난 엉덩이. 역시 와인이 담긴 글라스를 보여주고 있을 뿐인데, 다정히 놓인 와인 두 잔이 이런 그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번엔 글라스의 긴 목도 이런 착각 만들기에 한몫 했다.

조금씩, 조금씩 한 꺼풀을 벗어나가는 스트리퍼처럼 이제 그녀는 벗은 채로 다시 정면을 향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볼륨 있는 허리선과 어우러져 그만 음부를 드러내고 만다. 글라스의 크기가 다르게 두 개를 배치함으로써 만들어 놓은 그림이다. 오직 와인글라스 두 개만 써서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매의 여인. 그녀가 바로 오늘밤 우리가 마시고 싶은 보드도와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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