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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브랜드 톡톡, 디자인 톡톡!

2003-11-19

세상 모든 것들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밤하늘에서 동그랗게 빛나고 있는 그것에 사람들은 "달"이라는 이름(브랜드명칭)을 붙였고, 커다란 몸집에 코가 참으로 긴 이상하게 생긴 동물에는 "코끼리"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였다. 이 칼럼을 진행하는 요상하게 생긴(?) 실체의 나는 박.규.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브랜드이다.
칼럼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도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하나의 브랜드라고 본다면 비약이 너무 심한가?

그렇다면 40대 중반을 넘기면서도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미국의 팝가수 마돈나가 "마돈나"라는 브랜드인 것은 틀림없다. 충격적인 의상과 행동으로 많은 비난과 함께 찬사를 받고 있는 이 브랜드는 올 여름 또다시 획기적인 진화(?)를 시도했다. 팝의 요정이라는 브리트니와 공연 중에 엉뚱하게도 농도 짙은 키스를 하며 브랜드이미지변신을 위한 깜짝쇼를 감행했다.


예전에는 그저 '상표' 정도로 취급되던 브랜드의 의미가 지금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되었다.
너무도 크게 확장되어서인지 현대사회에 걸 맞는 정의를 보이지 않는다.
상표에 관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특허청 고위관계자에 의하면 브랜드는 아직도 '상표'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뿐만이 아니라 연예인과 같은 개인은 물론이고 한 나라의 대통령에서 더 나아가 국가까지도 브랜드를 만들려고 고심하는걸 보면 현대사회에서 브랜드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영국의 인터브랜드라는 회사에서는 해마다 브랜드가치측정결과를 발표하는데 2002년도의 코카콜라의 브랜드 자산가치는 자그마치 7백억 달러(82조원)가 넘는데...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금액이고 계산하기도 어려운 처음 접해보는 숫자다.

인터브랜드의 발표결과가 회사영업전략의 일환으로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러한 수치는 현대사회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상대적으로 표현하는 일면으로 볼 수 있다.
도대체 브랜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비싼 걸까?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어째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걸까?

브랜드란 존재하는 실체라기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허상일 뿐이며 물질적인 기능을 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이미지로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흔히 실재 상품의 물질적인 기능조차도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로 뒤바뀌게 된다.
현대인은 코카콜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코가콜라의 이미지를 먹고, 운동화를 신는 것이 아니라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신고, 따뜻한 코트를 입는 것이 아니라 버버리라는 명품 브랜드를 걸친다. 이처럼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고, 운동화를 신고, 코트를 입고서 코카콜라를 마시면서도 나이키를 신고 버버리를 걸쳤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브랜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과 같은 비영리단체에서까지 핵심적 영역 또는 코드로 부상하였다.


브랜드가 이처럼 현대사회의 핵심 경쟁요소이며 실질적 가치요소라면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이 훌륭한 브랜드의 상품을 탄생시키겠다는 생각은 넌센스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브랜드를 인식한 체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서 여러분과 함께 브랜드의 개념을 명확하게 공유함을 기반으로 앞으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우선 브랜드디자인의 객관적인 정의를 위해 브랜드에 관한 몇 가지 주요한 주장과 정의를 살펴본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컨설팅회사 가운데 하나인 랜도사(Landor)의 창시자인 월토 랜도(Waltot Landor)는 브랜드란
"상표에 상징화되는 특성, 유형적, 무형적 요소들의 집합체로서 그것이 제대로 운영될 때 가치와 영향력을 발휘한다.
-A brand is a mixture of attributes, tangible and intangible, symbolised in a trademark, which, if managed properly, creates value and influence -"
고 주장했는데 여기에는 다분히 상표적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있다.


한편 리처드 카치(Richard Koch)는 브랜드란
"어떤 서비스나 상품을 경쟁제품과 차별화시켜 그 제품이 일관성있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음을 소비자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어떤 조직이 그에 붙여 좋은 시각디자인이나 명칭을 말한다"
라고 주장, 디자인적 접근이 더 강하다.


미국 마케팅협회에서는 오래 전에
"브랜드란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인식시키고 다른 경쟁자의 것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네임, 용어, 사인, 심볼, 디자인 혹은 이들의 결합체"
라고 발표했는데 이미 거론된 두 가지의 다른 주장들과 별 차이 없음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주장된 브랜드의 정의들이 현대사회에서도 적용되기는 힘들다.
이미 몇 가지 사례를 들었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브랜드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편할 것 같은데 우선 "하나의 상품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상징적 표현"으로서의 의미와 "상품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과 형태"라는 원론적 뜻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둘은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의미다. 상품과 상표는 전혀 다른 것처럼...
다소 두 가지가 병행하여 쓰여지는 혼란이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의미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현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넓게는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의미로서 사회 각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음과 동시에 "합목적성을 지니며 예술적, 미적 감각을 높이는 조형 연출"이라는 국한된 산업 디자인적 의미로 양분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구별되어 있는 반면 브랜드 의미는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위에서 얘기한 브랜드의 의미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브랜드에도 적용되는 디자인의 개념에 주목하여 "브랜드디자인"이라고 칭하는 게 현명할 듯 하다.

더구나 2003년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에서 많은 조사와 연구 끝에
"브랜드디자인이란 판매자의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일정한 조직, 단체의 활동이나 영역을 효과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작업으로서, 높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일관성과 함께 함축적이며 체계적인 조형작업"이라는 정의를 브랜드의 명확한 이해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기초로 칼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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