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4
어떤 특정한 집단, 클라이언트 기반의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고객으로 삼는 논 클라이언트 기반의 사회적 작업을 꿈꾸는 디자이너 박지원. 디자인이 사람과 사람을, 사회와 그 구성원을 그리고 사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수단이라고 믿는 디자이너다.
기사제공 | 디자인DB(www.designdb.com)
보도블록 서체로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쓸었습니다.
총 8개의 권위 있는 국제공모전인 독일의 iF, Red dot, 미국의 ADAA, ADC 89, TDC56, Communication Arts, Spark Award, 일본의 TokyoTDC를 수상했습니다. 보도블록을 통해 함축된 문화적 이미지를 세계와 소통하는 문자로 재창조한 참신성을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수상 경력은 제게 세계적인 소통의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시각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서 언어적 차이를 뛰어넘어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건 인류 공통의 정서와 감정으로 소통하며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죠.
작품 ‘Please Touch’는 시각장애인이 디자인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다면?
‘Please Touch’는 ‘The World Out Sight’라는 시각장애를 주제로 한 시리즈 작업 중 하나예요. 과거 시각장애인과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시각디자이너라고 저를 소개했었는데, 시각디자인이 뭔지 모르겠다는 그분의 말에 할 말을 잃었었죠. 특정한 분에게는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도 종이 한장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하는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날의 경험을 통해 시각디자이너에게 당연한 듯 도외시 되어왔던 시각장애와 시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느껴질수도 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시각장애에 대한 시각디자인 작업을시작하게 되었습니다. ‘The World Out Sight’는 단순 시각장애인들에게 시각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일방적 전달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관점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들로 구성됩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미국은 사회적 영역 (non-profit, social sector)이 한국에 비해 많이 발달해 있으며, 디자이너의 참여도 활발합니다. 사회적 영역에서의 디자인은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거나, 제품의 외형을 꾸미는 심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콘텐츠와 그 목적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창의적인 디자인사고방식은 사회혁신의 툴로 인지되어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시도되고있습니다. 효과적인 사회 소통의 툴로서 디자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을 찾고 싶어 미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석사학위 과정 동안 사회적인 가치 증진의 수단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연구했습니다.
디자인을 한마디로 요약해 말한다면요?
‘크로스 폴리네이션(Cross Pollin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크로스 폴리네이션은 타가수분을 뜻하는 생물학 용어로 다른 꽃의 화분이벌 등에 의해 옮겨져 수정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표현이예요. 이는 비유적으로 서로 다른 두 집단이 서로 교류하며 영감을 나누고 상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의미하기도 하죠. 저는 디자이너가 이러한 크로스 폴리네이션을촉진하는 ‘사회의 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매개 혹은 중개자로서 소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사람과 집단 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서로 공감과 이해를 형성하며 긍정적 변화의 씨앗을 만들어 가는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일상적인 소비를 통해 새로운 기부문화를 제안한 비영리 사회적 캠페인 ‘1/2 프로젝트’예요. 산업디자이너 김성준씨와 함께 진행했었죠. ‘기부’란 의무적으로 강요할 수 없고, 기부자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야만 가능하기에 기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디자인의 직관적이면서 직접적인 소통이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 생각했어요. 디자인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까요. 1/2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쉽게 구매하던 상품을 통해 손쉽게 기부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일반 상품과 동일한 가격으로 절반 모양의 1/2 상품을 구입하면 판매 금액의 절반이 제휴 NGO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되는 구조입니다. 2009년 시작되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1/2 제품들과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1/2 프로젝트 이후 사회와 사람과 소통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차세대디자인리더인 박윤녕씨와 함께 ‘디자인캔두(Design Can Do)’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캔두는 디자인 사고와 방법론를 통해세계 여러 곳의 지역 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된 학제적, 범세계적 디자인 운동이예요.
차세대디자인리더로서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항상 열려 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있고, 다양한 분야의 관점과 의견을 공유하며, 현재의 시대 흐름과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자세는 디자이너의 기본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디자인에서도 한류열풍이 거셉니다. K-DESIGN의 경쟁력은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규정되지 않는 다양함이 K-DESIGN의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방면의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고유색을 유지하면서 K-DESIGN을 정립, 발전시킬 수 있다면 국제적으로 더 큰 경쟁력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11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잠시 머물게 될 기회가 있었어요. 언어적소통에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저는 말이 소통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죠.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은 잠시였어요. 곧 다양한 비언어적 소통의 방법을 찾아냈으니까요. 사람 간의 마음을 잇고 감동을 자아내는 소통 방법에는 말 이외에도 글, 노래, 영상, 그림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든 다양한 감각적 과정을 거쳐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미지로 이루어진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인 시각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언어적 차이를 뛰어넘어 세계 어느 곳, 어느 문화권에서건 인류 공통의정서와 감정으로 소통하며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분야는 많은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던 저를 자극하기 충분했고, ‘비주얼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래픽디자이너라는 말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터’라는 말로 스스로를 소개하곤 합니다. 단순 그래픽을 창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하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의지죠. 진정한 소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저는 디자인의 힘으로 세상을 좀 더 좋은곳으로 변화시키며 보다 좋은 가치를 표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후배 디자이너들이나 한국디자인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세요. 꼭 외국에 나가 활동하지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요즘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많고, 정부나 각 기관의 지원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영역을 넓혀나가다 보면 한국의 디자인도 함께 발전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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