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6
2003년부터 ‘두식 앤 띨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이정헌과 이고은은 작년, 그들의 이름을 ‘DNDD’로 새롭게 바꾸면서,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러스트나 인테리어, 편집 디자인 등, 클라이언트 작업들을 많이 해왔는데요. 저희의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줄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DNDD의 프로젝트 매니저 이정헌은 말한다.이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책을 선택했다. “그림책의 이미지를 낱장으로 공개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책을 넘기듯 보는 형태가 저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더 적합할 것 같았어요.” 아트디렉터 이고은이 말한다. 이들은 두 권의 그림책을 무료 웹북으로 제작했다. “누구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길 바랐어요.” 이정헌은 무료 웹북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사 제공│월간 CA 4월호
PROJECT 웹북 『타운(TOWN)』, 『트리(TREE)』 제작
STUDIO DNDD http://www.dndd.com
이들의 첫 번째 웹북인 『타운』은, 한 아이가 설레는 마음으로 이사 올 동네를 둘러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새 동네를 바라보지만 그 동네 역시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어요. 사람들이 사는 곳의 이면에는 항상 씁쓸한 모습들이 있는 법이니까요.” 두 번째 웹북 『트리』는 평범한 어른들이 각기 개성을 지닌 아이들을 놓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은 방치되고, 그 안에서 따돌림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아이들은 전부 목숨을 잃고, 다시 돌아온 어른들 역시, 퍼붓는 눈에 덮여 죽게 된다.
이 두 이야기는 동물 머리를 한 캐릭터들에 의해 표현되었다. “그림의 소재로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정 동물을 보면 생김새나 행동에 따라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이미지를 활용하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돼지의 얼굴을 통해 게으름과 탐욕을 표현하거나, 홍학의 매끈한 라인을 사용해 여성의 섹시함을 표현하는 식이다. “두 권의 책에서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을 띠고 있는 건 『트리』 속, 평범한 어른들이 유일한데요. 이는 특징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각각 특성이 있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인물들은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한 『트리』는 눈사람이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같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이미지들을 통해 아름다움 이면의 모습을 섬뜩하게 표현했다.
『타운』과 『트리』, 두 권의 웹북은 DNDD라는 이름으로 제작되었다. “저희가 해나가는 작업에 있어서 둘 중 어느 누가 작업을 했든 전부 DNDD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작업이든 둘의 생각이 함께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작업을 했다고 나누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이고은은 이들의 작업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DNDD는 웹북을 통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저희 웹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웹북들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달에 1~3권 정도씩 지속적으로 제작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