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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또 다른 책을 펼쳐 봐

2013-01-18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마뜨료쉬카는 몸체를 열면 그보다 작은 인형들이 연속적으로 들어있다. 몸체를 열 때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인형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제시 클라우스마이어와 이수지의 그림책 ‘이 작은 책을 펼쳐 봐’는 이런 마뜨료쉬카 인형을 연상시킨다. 끝없이 펼쳐지는 작은 책들을 따라가다 보면 책이 갖고 있는 특징과 책 읽기의 즐거움에 대해서 느낄 수 있다. 흔히 책 속에는 새로운 세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러한 책 속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는지 확인해보자.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비룡소

풀숲에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빨간색의 책 표지를 열면 무당벌레가 초록색 표지의 책을 읽고 있다. 그 초록색 책을 열면 개구리가, 그다음에는 토끼가 나타난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이야기는 파란 거인의 등장으로 상황이 뒤바뀐다. 거인의 큰 손으로는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것. 모든 동물들은 이제 거인의 손바닥 안에서 각자가 읽은 책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각자가 읽고 있던 책을 차례로 덮는다. 마지막으로 무당벌레가 책을 덮을 때,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이야기의 끝을 알린다.

일곱 권의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각각 다른 내용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책을 펼칠 때 느끼는 기대와 호기심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책 속에서 다양한 동물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책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책 속의 이야기는 다시 다른 책 속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상상력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두 번이나 선정되는 활약을 보이면서, 책이 갖고 있는 물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 온 이수지의 영향이 크다. 그녀는 일반적인 그림책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제본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구현해내면서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 책을 읽는 동물들을 다시 등장시키면서 책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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