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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냉장고 속의 신나는 판타지 여행

2009-11-10

문을 열면 멋진 조명 아래 먹을 것들이 잔뜩 들어 있는 냉장고는 아이들에겐 호기심 천국이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저장수단일 뿐, 실제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냉장고 문을 못 열게 하는 것이 다반사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호시탐탐 냉장고 문을 열고 휘저을 기회만 엿보게 한다. 이 와중에 대놓고 냉장고 속의 신나는 판타지 여행에 동참하라며 아이들을 향해 손짓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 바로 <냉장고나라 코코몽> 이다.

에디터 | 이영진( yjlee@jungle.co.kr)

<냉장고나라 코코몽> 의 문을 열면, 채소들이 한바탕 소란이다. 이 채소들은 신비의 얼음물고기에 의해서 각기 다른 생명력을 가진 동물 캐릭터로 새롭게 태어난다. 얼음물고기를 따라 이들이 도착한 곳에는 원숭이 ‘코코몽’과 계란 토끼 ‘아로미’가 기다리고 있다. 하늘에는 귤 해님과 수박 달님이 떠있고 냉장고에서 봤음 직한 장면이 그대로 배경이 된다.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냉장고가 단순한 저장고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다가오는 <냉장고나라 코코몽> 의 내용은 교육과 오락을 충족시킨다.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품을 52개로 나누어 매회 에피소드에서 하나씩 주제로 정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특히 아이들이 가정을 떠나 처음 만나게 되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캐릭터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냉장고에서 나온 개성 넘치는 이 캐릭터들은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공익적인 스토리로 아이뿐 아니라 세상사에 지친 어른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냉장고나라 코코몽> 의 기획자는 의외의 인물, 영화감독 민병천이다. 코코몽은 올리브 스튜디오의 대표로 있는 민병천 영화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1분짜리 애니메이션이지만 독특한 발상, 짜임새 있는 연출과 섬세한 영상미, 교육적인 내용이 조화가 잘 이루어졌던 것. 최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컴백, 딸에게 멋진 아빠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Jungle : 유령, 내츄럴시티 등 SF감독이셨던 분의 5년만의 신작이 애니메이션이라서 정말 놀랐습니다. 원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장르를 바꾼 계기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민병천 : 홍익대 재학시절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었고 부전공이 애니메이션일 만큼 본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영화 <내츄럴 시티> 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당시 세 살이었던 딸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는 밖에 나가야 정상인데, 왜 집에 있어? 집에 있으면 불편하니까 빨리 나가.”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일하느라 아이에게 아빠 노릇을 못했는데 이젠 내 딸 아이에게 보여줄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냉장고나라 코코몽> 을 기획하게 된 것은 딸 아이 때문이었지만 4년간의 제작 기간 동안 딸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그새 아들이 태어나 <냉장고나라 코코몽> 의 시청자가 되었습니다.

Jungle : 지금껏 작업하셨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 기획, 작업방식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면요?
민병천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터에게 콘티를 주면 그것을 해석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그러면 대부분 그것으로 작업이 끝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 작업 방식이 익숙해서 재 작업을 굉장히 많이 요구했습니다. 영화 현장에서 배우를 보면서 디렉션을 하듯이 애니메이터가 작업한 것을 보고 캐릭터의 연기 수정을 지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번번히 지적했던 리테이크에 제작비의 초과지출이 따랐더군요.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판이 벌어지면 애니메이션도 돈이 많이 든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사전 작업 단계라도 완성된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가지고 스태프들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걸 배웠지만, 사실 아직도 그게 잘 안 됩니다. 콘티만 보고 생각한 그림과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한번에 명확한 지시를 내리는 건 앞으로도 훈련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Jungle : 열심히 준비하신 만큼 코코몽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성을 바꿔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요. 소감이 어떠셨나요?
민병천 : 애니메이션을 만든 보람을 정말 많이 느꼈지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만하지 말고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깨가 무거워 집니다. 현재 제작 중인 <냉장고나라 코코몽 시즌2> 에서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Jungle : 코코몽에는 친환경적이거나 공익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코코몽의 기획취지는 무엇인지요.
민병천 : 지금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 중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김철수를 찾아라> 가 있는데요, <김철수를 찾아라> 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 배우도 등장합니다. 냉장고 컴프레셔에 문제가 생겨 냉장고 온난화가 시작되자 냉장고나라 친구들은 자신들의 성전인 냉장고 사용설명서를 펼치는데 책 뒷장에 “AS 기사 김철수”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김철수라는 AS기사를 찾아서 현실 세계로 나와 온갖 모험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김철수는 자기 직업에 회의를 느끼다가 자신의 기술로 냉장고나라 친구들이 살아나자 자신감을 되찾는다는 스토리이지요. 바로 <냉장고나라 코코몽> 은 이것을 원작으로 삼은 것인데, 처음부터 극장판으로 시도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아서 아동물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자 싶어서 중간에 <코코몽> 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큰 문제인 지구 온난화를 냉장고나라의 온난화를 통해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했구요.

Jungle : 코코몽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면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와 동물을 절묘하게 합친 모습이죠? 캐릭터 탄생비화나 에피소드도 제법 있을 것 같은데.
민병천 : <냉장고나라 코코몽> 의 원래 제목은 ‘큐티 냉장고’였고 소시지 원숭이도 ‘코코몽’이 아니라 ‘딩코’였습니다. 그런데 임팩트가 약하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무엇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요. 우리 애들이 코 팔 때 “콧구멍!” “쑤시지 마!” 하면, 콧구멍 소리만 듣고도 까르르 웃길래 ‘이거다!’ 싶었고 ‘콧구멍’과 원숭이 ‘몽’을 합쳐서 부르기 쉽게 ‘코코몽’이란 이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는 제 주변의 사람들을 모델로 하여 탄생하게 되었는데 소시지 원숭이 ‘코코몽’은 장난꾸러기 우리 아들 캐릭터이고 계란 토끼 ‘아로미’는 새침하면서도 정이 많은 딸 아이를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토리’는 올리브스튜디오 이재혁 부사장의 아들 캐릭터이고 두리는 나, 케로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윤찬 전시공연사업본부장을 닮았습니다. 아! 코코몽 연출에 큰 힘을 실어준 최광호 감독도 나처럼 두리 스타일이랍니다.

Jungle : 인상적인 캐릭터들의 라이선싱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작품을 기획하실 때 어느 정도의 상업성도 고려하여 작업을 하시나요?
민병천 : 상업성은 당연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업성에만 치중해서 아이들에게 유익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제 신념이 무너지면 안되겠지요. 상업성과 교육성을 연결하는 교각 위에 있는 것이 제일 좋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라이선싱 절차는 우선 저작권 등록을 한 후 라이선싱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합니다. 코코몽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저급한 제품과는 계약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제 원칙이며 현재까지 40여 개 회사와 110여종의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이 체결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답니다. 또한 5개 출판사에서 30여종의 도서가 이미 출간되어 전국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Jungle : 코코몽은 올리브 스튜디오, 투니버스가 공동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민병천 : <냉장고나라 코코몽> 은 올리브스튜디오와 투니버스간 공동 제작물입니다. 코코몽의 모든 기획은 올리브스튜디오가 진행하였으며 이후 투니버스가 참여한 후로 내용이 좀 더 재미있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올리브스튜디오가 처음 기획했던 단계에서는 너무 교육적인 면에 치중하다 보니 오락적인 요소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코코몽이 방영 후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올리브스튜디오와 투니버스 간의 유기적인 보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Jungle : 코코몽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기획자이자, 한 회사의 대표로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그리고 별도로 추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민병천 : 노하우라기 보단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체득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픈 마인드’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감독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만들게 되어있는 감독 중심의 시스템인데 반해, 애니메이션은 프로듀서가 각 제작 파트의 라인들을 잡고 있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선 감독보다 프로듀서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감독이 프로듀서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작업하기 힘들지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리서치 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외골수처럼 내 색깔은 이거야 하고 고집하면 모두가 힘들어집니다. 감독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와 감독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진행하는 것이 애니메이션 작업입니다.

Jungle : 현재 기획 중이신 또 다른 애니메이션이 있으십니까?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도 계속 뵐 수 있길 바랍니다.
민병천 :2009년 8월부터 EBS를 통해 방영 중인 52부작 <따개비 루> 는 유아애니메이션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2010년 3월에는 코코몽 영어동요 <헬로, 코코몽> 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작년 11월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3D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 의 후속작인 <공룡 점박이> 가 입체영화로 제작되어 2010년 12월 개봉 예정이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김철수를 찾아라> 와 <코코몽> , 뮤지컬 <코코몽> , 우주를 배경으로 한 <투바투바> , <데이플라이> , <이투크> 등 15개의 애니메이션이 기획, 제작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지속적인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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