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24
계속되는 불황 탓인지 올 한해 새롭게 뜨는 캐릭터가 실종됐다.
연말 수상식에 등장하거나 최고의 캐릭터라고 불리는 것들은 이미 예전에 나왔던 마시마로, 뿌까와 같은 스테디 캐릭터들일뿐. 하지만 지금도 많은 캐릭터들이 새롭게 제작되고 있으며 그들 중 대다수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한 체 사라지고 있다. 아무리 퀄러티가 좋은 캐릭터라도 사장되고 있는 이 시점. 엄청난 홍보비용을 들여서라도 알리는 것이 능사일까?
여기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해서 ‘잘 나가는’ 캐릭터로 등극한 ‘미스팩’이 있다.
전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요? 거울을 보세요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면? 파묻어 버려라
늦은 밤, 길에서 변태를 만났다면? 옷을 구해 입혀주며 “고생했지”라고 위로한다.
그녀의 대답은 단호하고 때로는 엽기적이며 정의롭고 용감無想 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과 거리가 먼 미스팩은 기존의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보다 복합적이고 차별화 된 성격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특히, 캐릭터 연예신문 ‘Faper( www.faper.co.kr )’에 연재되는 포토카툰의 형태로 알려졌는데, 역발상의 사고방식이 주는 시원스러움과 특유의 절제된 유머코드가 젊은이들의 감각에 어필하고 있다.
Faper는 신개념의 캐릭터 마케팅 전용 사이트.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디알무비는 하청을 주지 않기로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에게 인정받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이다. 미스팩 캐릭터를 개발한 ㈜디알무비의 제작진을 만나 우여곡절 탄생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취재 | 김미진 기자(nowhere21@yoondesign.co.kr)
정글 : 캐릭터 연예신문 'faper'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사이트인 것 같다. 어떤 의도로 만들었고 계기는 무엇인가?
㈜디알무비는 13년간 국내외 애니메이션을 수주 제작해온 회사로서,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외에 상당부분은 일본으로부터 수주한 작품을 OEM방식으로 공동 제작해오고 있다. 그동안 카드캡터 체리, X, 카우보이 비밥 등 수많은 작품을 제작해오면서 자체 콘텐츠를 통한 부가수익 창출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중 하나의 사업이 캐릭터개발 및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된 Faper였다.
2002년 사이트를 구축하고 플래시애니메이션을 통한 신규 캐릭터를 개발했다. 그 가운데 기존의 방식보다는 차별화 된 뭔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캐릭터 인형을 이용한 ‘포토카툰’ 이라는 컨셉을 처음 시도하였다.
영화에 비유될만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그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예인처럼 육성하고자 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스포츠신문과 같이 사생활을 캐는 형태의 컨텐츠가 등장한 것. Faper는 ‘캐릭터도 스타다’라는 관점에서 이들 캐릭터의 사생활과 일상을 ‘포토카툰’ 형식으로 재미있게 보여주는 ‘캐릭터연예신문’이다. faper의 조어도 ‘fun+Newspaper’ 즉, 재미있는 신문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Faper를 즐기는 대상층은 10대 이상 20대 중반까지의 키덜트 네티즌을 유저로 설정했지만, 초창기 플래시애니메이션과 플래시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초등생이 핵심 유저로 부각되는 시행착오(?)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11월 무렵, faper의 플래시게임 일부가 야후의 꾸러기난에 링크되면서 하루 평균 9만명이라는 폭발적인 방문자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정작 faper가 기대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요즘도 하루 평균 1.5만명의 방문자중 40% 정도는 초등생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Faper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수익모델은 캐릭터 인지도를 넓힌 후, 그것을 기반으로 각종 상품화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있다. 이러한 수익모델은 기존의 캐릭터 사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시작부터 청소년 이상, 보다 개성적인 캐릭터를 선호하는 성인층을 대상으로 상품화사업을 핵심화 할 계획을 갖고 출범했었고, 이러한 방향성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글 : 최근 플래시애니메이션이 수그러들면서 대신 디카의 대중화, 올 한해 트랜드이기도 했던 핸드메이드 아트상품의 인기와 함께 상황을 연출해 찍는 ‘포토카툰’이 호응을 받고 있다.
어찌 보면 올해 그 열기가 수그러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포토카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전개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지난해 10월 faper를 오픈할 당시만 해도 다수의 플래시애니메이션 작품을 준비했고 제작할 예정으로 있었던 faper 개발진은, 그 무렵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조짐을 발견하고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플래시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캐릭터를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뉴스를 만들어서 재밌게제공해보자는 의견으로 선회했다. 당초의 소극적 ‘포토카툰’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여 오히려 플래시애니메이션의 대안으로 삼자는 내부 목표가 정리되었고, 2003년 1월 보다 전문적인 인력을 수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영입된 연극영화과 출신의 한수희씨는 캐릭터와 사진을 이용해 영화적 연출의 요소를 적극 도입하고 코믹한 상황에 대한 아이디어를 리서치하여 2월 이후 시범적으로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포토카툰 개념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설정에 구애받지 않는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가 필요했다. 내부 기획팀이 본격적으로 캐릭터개발을 시작했고, 3월중 ‘미스팩’이라는 오리지널 ‘포토카툰’용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포토카툰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는 활자보다 영상이나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층의 기호에 부합했다. 캐릭터와 사진의 결합은 보다 생생한 생명력을 부여하고 웹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다.
4월초 faper 리뉴얼과 함께 데뷔한 ‘미스팩’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f타사이트에서 5월 한달간 바이러스성 링크로 연결된 것만 100만 건이 넘었을 정도였고, 이후 faper 일일방문자 수를 평균 5,000명 이상 증가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정글 : 황당하게 웃기고 어설퍼보이면서 공감 가는 캐릭터, 수공예인형으로 선보여 기존의 캐릭터와 많이 다른 것 같다. 현재 Faper에 등장하는 미스팩이 젊은이들 특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스팩의 매력이라면 과장되긴 했지만 그것이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생긴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배어져 나온 엽기스러움이 귀엽게 느껴진다.
심플한 수제품 느낌의 이미지에 못생겼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못 지 않은 근성(?)을 보여준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특유의 절제된 유머 코드가 젊은 층의 기호와 잘 매치하고 있다.
사실 처음 핸드메이드 인형으로 완성되었을 땐, 어설프다느니 화상환자 같다느니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그런데 기존 캐릭터들의 성격이 단순하고 분명한데 반해, 카툰에서 미스팩은 복합적이고 차별화된 성격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예쁘기만한 캐릭터로 승부하지 않았고 살짝 엽기스럽기까지한 개성만점의 캐릭터가 되었다.
정글 : 특히 황당하게 웃기지만 가슴한 속시원하게 만드는 공감을 일으키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들을 생각해내는지 궁금하다...자신의 이야기인가?
처음에는 실제 겪은 이야기와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소재로 활용했다. 요새는 약간씩 떨어져서 쥐어짜내고 있다, ^ ^;;;
미스팩 하나만으로는 이야기를 꾸미기엔 한계가 있어서 보다 다양한 얘기 꺼리들을 위해 다른 캐릭터 친구들을 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이어리의 이야기를 강화하게 해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캐릭터들만의 공간을 부여해 아웅다웅하는 살아가는 유쾌한 사랑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이다.
정글 : 불황의 여파인지 요즘 뜨는 캐릭터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캐릭터 자체의 퀄러티가 좋아도 차별화 된 재미가 없으면 대중에게 알려지기 힘든 것 같다. 좋은 캐릭터 혹은 캐릭터 마케팅에 대한 견해는?
미스팩의 경우, 사실 캐릭터 자체의 퀄러티가 좋은 편은 아니다. 수제 인형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관성 있는 컨셉과 카툰을 통한 차별화 된 재미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넓히는데 성공적이었다. 기존의 캐릭터들은 성격도 평이하고, 일관성이 지켜지기 어렵다. 그러나 미스팩은 스토리를 구상할 때부터, 미스팩이 갖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성격을 지켜가려고 노력했다. 스노우캣이나 마린블루스의 경우, 디자이너가 자기를 투영한 캐릭터라 비교적 용이했던 것 같다. 그러나 미스팩의 경우 5,60% 정도가 기획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고, 나머지는 새로운 인물로 창조해야 했기에 일관성 있게 그려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 한가지는 ‘20대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틈새를 잘 파고든 것 같다. 미스팩의 솔직하면서 괴팍해 보이는 성격도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런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호응을 받지 않나 싶다. 폐인 캐릭터도 나올 법 한데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법론은 결국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인지도 쌓기를 위한 마케팅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것이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에서는 그것과 병행하여 상품을 통한 이미지 보급 방식이 구체적으로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전반적인 불황으로 인기가 높은 캐릭터도 상품 판매는 저조한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직 우리나라의 캐릭터상품이 전근대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정글 : 미스팩을 응용한 어떤 다양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미스팩 캐릭터를 이용한 계획이 궁금하다.
1월 초 ‘미스팩의 다이어리’라는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물론 웹에 올라왔던 카툰과 다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SK텔레콤 모바일 가이드 캐릭터, KT I-man 메신저 캐릭터, 야후 캐릭터 아바타 등의 웹 또는 모바일 상품으로 내년 1월 이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인형, 문구류 등 본격적인 오프라인 상품들도 꾸준히 출시될 것 같다. 현재 이를 위한 협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