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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의 햇살

2003-06-22

2001년 햇볕 정책이 정부를 통해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을 무렵, 하나로 통신에서 ‘남북 합작 3D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발표하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삼천리총회사와 3D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공동제작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내용이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을 포함한 국내외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햇볕 정책은 조금씩 빛을 잃게 되었고, 기대를 안고 기다리던 남북한의 실향민들은 다시금 고개를 떨구게 되었다. 그러나 행인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햇볕’이라는 우화의 내용처럼, 그 두터운 외투를 조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에 소개되는 게으른 고양이 ‘딩가’는 남북이 공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첫 사례로, 북한의 고급기술력과 남한의 기획, 아이디어가 결합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딩가’를 통해 2002년도에는 좀더 따스한 햇볕이 남북에 가득 비쳐지길 기대한다.

효율적인 노출 전략

‘딩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캐릭터’에서 출발했다. 하나의 캐릭터를 인지시키고 그것을 널리 알려 상품화한다는 목적을 설정했을 때, 단 1분의 짧은 애니메이션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시로 노출된다면 광고와 같은 인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딩가’ 프로젝트의 전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상품성을 감안한 친근한 고양이에 ‘불완전한 성격’의 캐릭터를 살리면서 효율적인 노출 전략을 기반으로 딩가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딩가 프로젝트는 하나로 통신의 남북한 경협 프로젝트와 공유점을 찾게되면서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하게 되었다. 당시 하나로 통신은 북한과의 납북 경협 차원의 임가공 사업을 목적으로 삼천리 총회사와의 만남을 가진 후,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위한 컨테츠를 제작하는 데 합의를 했다. 그 중 북한의 인력들과 남한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캐릭터의 잠재성과 작업 진행을 효과를 최대화 할 수 있는 1분짜리 스폿(spot) 애니메이션의 형태를 가진 ‘딩가’가 선정된 것이다.


왕따 고양이 딩가의 초기 캐릭터 설정 안 및 배경 설정 스케치

왕따 고양이 ‘딩가’의 기획 배경

프로젝트를 맡은 한동일 총감독은 딩가 캐릭터의 기획 배경과 애니메이션 컨셉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내외로 강아지 캐릭터는 지금까지 많이 등장했고, 또 그렇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고양이 캐릭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캐릭터화하면, 기획 배경에서부터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으르다는 컨셉트는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고양이 세수’라는 말이 있듯이 평소에 부지런한 동물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고, 좀 더 살을 붙여서 컨셉트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로서 고양이는 주변과 매우 친숙한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딩가는 주위의 다른 고양이로부터 따돌림 받는 ‘왕따’ 고양이입이다. 하지만 딩가는 그런 상황이 싫지도 않고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교성을 갖는 것조차 딩가에게는 귀찮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딩가는 그 천연덕스러운 여유로움으로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 뿌듯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딩가에게는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되는 딩가의 애완견인 푸코가 있습니다. 사실 푸코는 딩가보다 더 게으른 강아지로 딩가가 자기 등위에서 자든 기대서 자든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딩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땐, 어떻게든지 딩가를 골탕 먹입니다. 딩가의 스토리를 보면 단순히 시나리오 글만 보면 ‘재미있다 없다’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대사가 없는 딩가는 캐릭터의 표정이나 깜찍하고 우스꽝스런 동작과 코믹한 상황설정이 딩가의 느낌과 감성을 전달하는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구성과 짜임새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시나리오적인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그림과 매치되는 이야기로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교훈적인 내용을 통한 상품화 전략

딩가의 짧고 코믹한 이야기 속에는 딩가 캐릭터 느낌을 풍부하게 하면서 캐릭터 사업을 위한 내용상의 장치들이 있다. 딩가의 게으른 생활 때문에 딩가가 겪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보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교훈적인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 예를 들면 귀찮아서 이빨을 닦지 않는 딩가는 어느 날 밤 충치 균에게 밤새 공격을 당해 이가 온통 썩어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치과에 가게 된 게으른 아기고양이 딩가의 슬픈(?) 사연과 교훈은 마케팅을 미리 고려해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딩가의 상품화 마케팅 전략은 키(key)아이템을 철저히 이용한 상품 중심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플래시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딩가의 경우 동영상의 용량이 큰 편이기 때문에 메일 첨부 등을 통한 광범위한 동영상 살포는 불가능하다. 기존의 웹기반 애니메이션들이 메일링 마케팅과 또한 이를 통한 구전 마케팅(인터넷상의 구전이란 실제 말을 통한 것 뿐만 아니라 개인 사이트내에 동영상물 등의 contents의 등록 등도 포함) 등을 주로 하는 데 비해 딩가는 첫째 메일링 마케팅과 구전 마케팅에서 다른 캐릭터에서 뒤질 수 밖에 없는 자료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의 이러한 인지도 제고가 힘들다고 한다면 결국 오프라인상의 노출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즉, 딩가의 키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봉제인형, 핸드폰 액세서리, 팬시제품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의 상품화와 이들 상품을 연계한 PPL, Tie-in 마케팅 등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오프라인상의 인지도를 다시 온라인 상에서 확대 재생산하고, 확대된 온라인상의 인지도를 통해 다시 오프라인상의 선호도를 끌어올려, 순환되는 확대재생산의 기회를 통해 딩가에 대한 구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여 올린다는 전략이다.

라이센시 업체의 한정화

딩가의 경우 상품화 아이템과 라이센시 업체의 수는 무분별하게 확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존의 캐릭터 상품의 경우 무분별한 아이템의 확장은 결국 캐릭터의 단명을 초래하였고 이는 시장의 포화는 결국 소비자 개개인의 상품 구매력까지 포화상태로 만드는 첩경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1차적인 키 아이템의 성공적인 런칭이 1차 목표이겠지만 1차 목표의 성공 이후에도 캐릭터 상품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집중하여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인 딩가의 스테디 캐릭터화를 위해 한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딩가의 노출이 여타 플래시 애니메이션처럼 폭발적으로 확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캐릭터 성만으로 상품화 업계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고 상반기에 완구, 지재류 등의 주요 상품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딩가는 1분짜리 33편의 스폿 형태의 시리즈물로서 프리 프로덕션(Pre production)과 메인 프로덕션(Main production)을 포함하여, 1~16화까지는 남측의 ‘페이스’에서 제작되고, 나머지 메인프로덕션 17-33화까지는 북한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현재 딩가의 애니메이션은 14편까지 나와있고, ‘딩가’에피소드 17편을 인터넷(www.hananet.net/www.mydi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남북간의 교류 속에 게으른 고양이 ‘딩가’에게 찬란한 햇볕이 내비치기를 기대된다.

주변 캐릭터와 캐릭터 상품들, 그리고 딩가의 포즈


딩가 캐릭터의 특징
딩가의 기획 배경은 국내에 인기 있는 고양이 캐릭터가 별로 없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다양한 고양이의 아이디어 스케치 속에서 ‘게으르다’는 컨셉트를 잘 반영한 캐릭터가 선별되었다.
딩가의 갈색 털은 혈통 있는 집안의 고양이임을 입증해 주고, 날카로운 이빨과 긴 촉모는
마치 새끼 호랑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용감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뒷발이 비교적 길어 도 약력이 뛰어난 완벽한 신체조건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딩가에겐 멋진 이빨이나 콧수염은 장식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긴 뒷발 또한 결코 그리 유용해 보이지 않다. 지독히도 게으른 탓에 훌륭한 신체 조건을 활용할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날새고, 민첩하지도 않고, 영악하고 능청스럽지도 않은 고양이 딩가는 걷다가도 잠이들고, 그 좋아하는 음식을 먹다가도 잠이들고, TV를 보다가는 무조건 잠이 드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이지만, 그래서 발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 사고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고양이다.
(딩가1, 2, 3)

딩가의 주변 캐릭터

딩가의 애완동물 친구 푸코가 있다. 딩가의 애완동물이지만, 가끔 딩가를 자신의 애완 동물로 착각한다. 잘 안 떠지는 큰 눈 때문에 멍청해 보이긴 하지만 딩가의 장난을 그 이상으로 보복할 정도로 영악한 강아지로 피자와 뼈다귀를 좋아한다. 이 안닦는 딩가의 입속에는 ‘충치균 삼형제’가 살고 있다. 딩가가 이빨을 안 닦으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충치균 삼형제는 딩가의 이빨을 파 먹는 데서 삶의 의미를 느낀다고. 좌우명은 ‘딩가 없인 못살아’
딩가의 또다른 서브 캐릭터로는 살찐 비둘기 ‘삐삐’가 있다. 딩가의 코고는 소리만 듣고도 뚝 ~ 떨어질 정도로 민감하지만 딩가 주위에 항상 뭔가 먹을 것이 흘려져 있는 것을 알고 항상 그 주변만 맴도는 마음 편한 비둘기다. 삐삐의 유일한 고민은 단 한가지 살찐 몸매라고. 이 외에 딩가네 옆집에 사는 보라색 고양이 ‘비키’도 빼놓을 수 없다. 비키는 딩가의 집을 자기 집 처럼 드나드는 얄미운 고양이다. 도둑 고양이 처럼 딩가나 푸코의 식량을 훔쳐 먹는 재미로 살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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