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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이용자를 중독 시키는 아바타 전략

2001-12-13

정글 : 의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혹시 의상에 관한 지식이 별도로 필요했을텐데?

함기현 : 의상이나 액세서리에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계절이나 유행에 맞는 의상을 선정하기도 한다. 의상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어서, 자료조사를 통해 틈틈히 공부했다. 처음 개발했을 시기에는 이런 설정단계에서 다소 고생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디자이너라고 그 디자인만 하고 물러날 수는 없는 이치이고 보면 늘상 프로젝트 진행에 수반되는 사항이다.

정글 : 요즘 아바타 디자인이 상당히 많다. 조이마스 아바타의 차별적 요소가 있다면?

박원식 : 아무래도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이트들의 아바타가 있기 때문에 그 아바타의 꾸밈만으로는 차별화를 심하게 나타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바타의 레벨을 가지게 하므로써 그 레벨별 아바타의 아이템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성취감이 조이마스 아바타의 특징이다.

함기현 : 아바타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한다. 기존의 아바타들은 그 분신을 꾸미기가 전부인 반면에 조이마스는 꾸미고 키워야 한다는 한가지 과제를 더 제시한다.

정글 : 게임이나 채팅 사이트에서 아바타 디자인이 차지하는 역할은?

박원식 : 아바타는 가상세계 존재하는 ‘나’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 없을 때 해결방법 중 하나로 아바타가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것 같으면서도 그 아바타를 꾸미는 사람의 성격을 볼 수 있다.

함기현 : 아바타는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며 동시에 소유물이기도 하다. 채팅에서는 분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것 같다. 회원들은 실제 첫 만남을 준비하듯 아바타 의상을 구입해서 채팅방으로 입장하고 우리들은 그들의 구애작전에 빈틈이 없도록 의상을 미리 준비해줘야 한다. 조이마스에서 실행하고 있는 아바타의 육성은 기존의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많은 게임유저들은 게임 아이템이나 의상들을 그들의 노력으로 구입하며 활용하고 그리고 과시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물물교환으로 시장구조가 형성이 되기도 한다. 조이마스에서는 이런 육성아바타의 활성으로 인한 회원들의 커뮤니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게임, 채팅 사이트를 비롯해 상품 안내 등 다방면에 이용되고 있는 아바타 캐릭터. 이용자로부터 자신의 분신이란 이미지를 부여받으며 그 위상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작년부터 프리챌, 세이클럽, 한게임 등에 선보이며 이용자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엄청난 수익모델로까지 성장했다. 이후 대부분의 대중 컨텐츠 사이트는 아바타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그만큼 서로간의 차별성은 사라지고 어딘지 모르게 낯익어 가는 사이트들이 늘어가는 경향이다. 매끄러운 질감이나 풍부한 표정, 다각도의 입체감까지 살려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함기헌, 박원식 씨도 동일한 한계를 깊이 인식한다. 지난 11월 1일 오픈, 30일까지 한 달 사이 회원수 5만 명. 인기몰이에 여념 없는 채팅 사이트 조이마스(www.joymas.com)의 아바타 캐릭터를 디자인하며 아바타의 역할에 어떤 변형을 주어야만 그 같은 한계를 극복할까 고심했다.
결과는 아바타에 레벨을 부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아이큐, 이큐, 인기도, 조이캐쉬)을 높여야 보다 차별화되고 폭 넓은 아바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철저한 신분제(평민족, 귀족, 엘프족, 스타족)를 도입하는 것. 타 사이트의 아바타들이 금전적 대가만을 치루면 어떤 모습으로도 바꿀 수 있던 것과 달리 조이마스의 아바타 캐릭터들은 게임을 통한 레벨 상승이 없을 경우 단촐하고 초라할 수밖에 없다. 즉 레벨이라는 수치와 연결시켜 재미와 중독성을 가중시킴으로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취재 : 최창덕 기자 (tokuda20@yoondesign.co.kr)

정글 : 소개를 부탁한다.

함기현 : 대학에서 출판만화를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사회로 진출했다. 정글지에서도 소개됐었던 스피노스 팀에 합류, 게임 설정 디자인과 캐릭터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담당했었으며 올 해 3월 캐릭터 디자이너로 현재 조이마스에서 근무중이다.

박원식 : 애니메이션과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재학중 원화작가 및 애니메이터로 5년간(주요작품 - 내친구 보거스, 팬텀 2040 등 다수 작품 참여) 활동했으며, 대학 졸업후엔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있다.

정글 : 전공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커리큘럼 혹은 개념상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무엇인가?

함기현 : 출판만화은 역동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애니메이션과는 작업방식에서 확실히 구분이 된다. 하지만 대중에게 보여지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작업자가 프레임을 넘겨주는 것과 독자가 직접 페이지를 넘기는 것에 대한 차이 일뿐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고 등장하는 캐릭터에 애착을 갖는 것은 다 같은 만화라고 한 테두리로 묶어 해석해도 될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 약간의 서비스 정신에 입각한 작품이랄까…

정글 : 캐릭터 디자인을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다면?

함기현 : 누가 시켰는지… 아니면 자발적이었는지 그림을 그리는 습관은 아주 어릴 적부터 다가 왔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했던 만화나 영화 주인공을 먼저 그리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코흘리개 시절에는 태권브이가 최고의 우상이었다.
태권브이를 시작으로 다른 캐릭터도 그려보고 그것만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면 대사도 나름대로 넣어보고 연출도 해보고 배경도 그려보고…. 유년기 시절을 그렇게 보내면서 이 직업의 꿈을 키워온 것 같다. 만화와 캐릭터는 때어놓을 수 없는 사이죠,

박원식 : 캐릭터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애니메이터(원화작가)였으나, 조이마스로 옮기면서 캐릭터를 담당하게 됐다. 특별한 계기로 꼽을 수 있는 점은 없다. 단 즐거움을 동반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닐까 하는 동경은 있었다. 누구든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캐릭터는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특히 아바타 캐릭터 디자이너는 그렇지 못한 사람, 즉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캐릭터를 항시 선물해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정글 :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박원식 : 지도교수겸 실무에서 일하시고 계신 윤성현 교수님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시는 분으로 언제나 부족하다며 자신의 학업을 꾸준히 쌓아 가시는 분이다. 교수라면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으며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 교수님은 자신이 아직도 배울게 많다고, 제자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신다. 내가 모르는 그 어떤 부문이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배울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에 존경한다.

함기현 : 군대를 전후로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내 개인적인 해석은 각기 달랐다. 직업정신인지 단순히 동심으로 만화를 즐기던 시절과는 달리 그의 캐릭터의 동작 하나하나가 내 시선에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나이를 뒤로 한 체 점점 높게만 보이는 그의 상상력을 존경한다. 미래소년 코난이 언덕에서 바닷가로 뛰어가는 장면을 기억해보면 실제 사람이 뛰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폭이 상당히 길다. 만화적인 표현이라고 해석하는데, 캐릭터 그 자체적인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 만의 특성을 살려 생명력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 바로 그가 미야자키 하야오다.
또한 캐릭터를 상업적인 그리고 정적인 심볼로만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캐릭터는 단순히 소유의 만족이 아니라 사람들을 잠시라도 지친 일상에서 구제해주는 인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글 : 디자인 경력 중 인상에 남았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함기현 : 플래쉬 컨퍼런스 게임부문 대상을 차지했던 스피노스가 기억에 남는다. 플래쉬를 게임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었고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라 기대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야근을 생활화시켰던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팀웍이 가장 좋았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현 조이마스에서의 작업은 숨가쁘게 진행중이다. 조이마스에서 아바타는 레벨을 도입으로 일단 그 레벨에 맞게 표현해지는 캐릭터와 추가 되는 의상, 그리고 레벨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의상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진행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박원식 : 작년 유아 영어교육 사이트 제작에 참여했었다. 본격적인 웹캐릭터 제작을 진행하면서 여러 웹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게 됐다. 웹에서의 캐릭터가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의 한계를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글 : 여러 가지 웹에 대한 인식과 웹에서 캐릭터가 추구할 수 있는 부분적 한계의 구체적인 의미는?

박원식 :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에 내가 해오던 애니메이션의 상당한 부분이 웹에서는 구현할 수가 없었다.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약간의 명암이 부여되면 용량이 넘치게 되는 점을 볼 때 보다 차원 높은 색감을 사용해서는 애니메이션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치와 시팍 같은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구사하는 것도 기본바탕의 색상만 사용하지 않았는가?

정글 : 캐릭터 디자인의 특성을 소개한다면?

박원식 : 인물 및 동사물의 실제와 가상의 형태를 묘사하는 것이다. 캐릭터는 말 그대로 사람 즉 동물들을 간단하게 또는 새심하게 제작함을 말한다. 웹캐릭터에 대한 간단한 한 예로 아바타 캐릭터를 살펴보자.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아바타 캐릭터. 어디를 가든지 아바타 캐릭터가 따라온다. 아바타 캐릭터란 채팅이나 게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 사용된다. 물론 이것이 본래의 자신의 모습은 아니지만 네티즌들에 따라 자신과 닮은 혹은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약해서 말한다면 캐릭터는 보여주기 위한 용도이다. 다만 이것을 예쁘게 하느냐 엽기로 만드느냐는 아무래도 제작자의 맘 아닐까?

함기현 : 누구나 디자인을 하려면 기획과 자료조사 콘티형식으로 스켓치나 구조를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그려보고, 준비 되면 작업 들어가고… 다른 디자인의 분야와 차별되는 프로세스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작업 과정중에 결과물이 안나오면 정말 괴로운 직업인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만족을 해주면 애착을 가지고 더 많은 정성을 쏟아 부어 키워나가게 된다. 절대 늙지않는 캐릭터는 디자이너에게 재탄생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정글 : 재탄생? 의미가 오락가락한다.

함기현 : 까치란 캐릭터가 거의 20년의 역사 속에 자라온 모습을 보면 한결같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작가의 새로운 시도에 의해서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까치의 정체성이 변화되는 것도, 대중의 인식에서 모습을 뒤바꾸는 것도 아니다. 작가의 신선한 시도에 의해 늙지 않는 캐릭터로 존재한다.

정글 : 최근 발표된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중 맘에 드는 추천할 만한 작품을 소개한다면?

함기현 : 애니메이션도 복고풍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게타로봇이라는 만화를 조금씩 보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퉁퉁한 원형의 로봇이 그대로 캐릭터로 재현되면서 예전 태권브이 시절의 재미와 과거로부터 새롭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애니메이션에서 소외될 것 같은 30대 이상의 세대에게도 추억과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만화 태권브이도 이렇게 시대의 유행이나 흐름을 꼭 의식하지 않고 예전의 그 모습만으로 재탄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보트만화라고 꼭 새로운 세대를 위한 건 아니니까… .

정글 : 조이마스 아바타 디자인에 핵심멤버로 참여했는데, 디자인 중점 사항은 무엇이었나?

박원식 : 아바타 캐릭터는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내가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를 좋아하지만 내가 만들어서 보여지는 아바타는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제작했다. 물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정글 : 그렇다면 네티즌이 좋아하는 아바타 디자인의 방향은 무엇이라 판단하는가?

박원식 : 우리나라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보는 만화가 어느 나라 작품일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당연 일본만화다. 한국인의 눈에 예쁘게 표현한 만화는 일본만화라서 그 스타일에 맞게 제작을 한다면 당연히 네티즌들은 선호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자신들이 만드는 것은 어떠한 형태든 제작할 수 있지만, 대중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를 만든다면 대중의 선호도를 추적해야 한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이클럽이나 퀴즈퀴즈를 보아도 그러하지 않은가?

함기현 : 한가지 더 꼽는다면 개성이다. 대부분 타 사이트의 아바타는 귀엽고 깜찍하고 색상도 주로 화려한 것들이 많다. 주로 기본 남녀 아바타는 무료이고 아바타 꾸미기만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이마스에는 신분을 바탕으로 하는 5가지 종족(원시족, 평민족, 귀족, 엘프족, 스타족)이 있고 레벨이라는 게임적 특성이 있어서 조이마스 사이트내에서 여러 가지 활동 등을 통해 본인의 레벨을 높여나갈 수 있다. 따라서 신분이 상승하고 각 신분별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 서비스가 다르다(예를 들면 상위레벨자들이 하위레벨자들의 의상을 다 입을 수 있다). 깜찍하고 귀여운 쪽보다는 각 종족별 특징과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각 종족별 얼굴의 특징이라든가 개성을 한껏 살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바타는 그 특성상 도트만을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 시도했을 때는 벽돌을 쌓는 기분이었고 먼저 진행되고 있던 여러 사이트들을 분석해도 그 기술력에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팀은 조이마스의 캐릭터를 기술적인 것과 디자인적으로 특화시키려 노력했다. 아바타는 그 캐릭터 말고도 항상 교체되는 의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의상의 질감이나 패턴을 도트의 특성과 접목시키는 점이 어려웠다.

정글 :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노하우가 있다면?

박원식 :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남들이 가진 장점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 그 노하우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부는 끝나지 않는 정점’이라고 누가 말했듯이 내 것을 만드는 어떤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다. 그 자세만으로도 어떠한 장르라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기현 : 그냥 평소에는 내 자신이 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그린다. 하지만 공동작업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혼자만의 만족으로는 절대 결과물을 선보일 수 없다는 것을 조이마스에서 강력하게 깨우쳤다.

정글 : 혹자는 자신의 평생 디자인 컨셉을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폭력, 절망, 퇴폐 뭐 그런 류의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자신은 거절한다고 하더라. 자신의 감성 자체가 그런 느낌의 디자인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나. 자신은 어떤 것 같나?

힘기현 :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나 또한 여성 캐릭터나 의상에서 부담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그는 배짱이 두둑한 디자이너인 듯 하다. 우리 같은 조직에서는 주어지는 일 내에서 창작을 해야 한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디자인은 창작이지 타고난 감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젊은 이 나이에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는 계속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박원식 : 사람들의 눈은 좋은 것만 찾는다. 물론 개개인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지만. 내가 헤쳐나가는 상황에서 내 눈에 비치는 멋진 일들이 다 좋은 것이 아닐까? 젊을 때는 뭐든지 할 수 있기에 자신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이든 시도해도 좋을 듯 하다. 고르고 선택하는 것은 차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즉 아직 디자인 컨셉을 설정하기에는 이른 듯 하다.

정글 : 캐릭터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재능이 있다면?

박원식 : 당연히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캐릭터제작의 마음가짐. 좋아하는 것을 추구한다면 그 다음은 노력만 하면 된다. 하지만 노력으로 재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가끔 생긴다. 일정부분 재능은 타고난다고 본다. 솔직히 내가 몇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작품을 단 몇 분만에 생산해내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재능과 비재능이 같이 노력한다면 게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위안을 한다. 재능이 있어야겠지만 재능보다는 일의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만화를 너무 좋아해 초등학교 3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좋아하다 보니 이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걸어오고 있다. 좋아하면 노력은 자연히 따라오고, 그 안에서 행복을 만끽한다. "난 이것밖에 재능이 안돼!" 라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서 기뻐!"라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믿는다.

정글 : 개인적으로 에디슨의 “1%의 영감, 99%의 노력”이란 말을 무지무지 싫어한다. 그 1%의 영감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함기현 : 자질에서 오는 차이는 분명이 있다. 하지만 만화를 예로 들더라도 꼭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만화를 재밌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 예쁘고 귀엽게 잘 묘사된 캐릭터가 있는 반면에 졸라맨이나 홀맨같이 개성만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도 그 자리에서 뒤지지 않고 오히려 멀리 앞서간다. 어느 분야든지 꾸준한 노력을 한다면 그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옆길은 보이기 마련이다. 그 옆길이 때로 지름길이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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