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9
일상에 지친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휴가를 기다리고 많은 이들이 여행을 꿈꾸고 떠난다. 누군가는 어떤 도시의 이름의 어원이 마음에 들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설렘을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누군가 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일 지도 모르는 서울로 함께 가보자.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서울을 사랑하는 두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그렸다. 지난 10월 7일까지 열렸던 안재선, 이장희의 서울 이야기展. 이곳에서 매일을 살아 가고 있지만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서울의 많은 모습들을 잔잔한 일러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작가의 감성으로 바라본 서울의 여러 모습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그냥 지나쳐 버린 곳이 새롭게 느껴졌다.
종묘를 지나 작은 골목길 사이에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서울53호텔이 자리 하고 있다. 그 곳 1층 Art Space53이 첫 번째로 준비한 전시는 서울 이야기였다. 외국인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에서 서울을 그림으로 만나 볼 수 있게 한 기획의도가 좋았다. 어쩌면 여행가이드에서 먼저 만났을지도 모르지만 작가의 눈으로 보고 그려진 그림으로 보는 것은 새로운 낭만으로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경복궁의 여러 모습들 | 이장희
경복궁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궐로 1395년 태조이성계의 창궐로 지어졌으며 다양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이기도 하다. 이제는 서울관광의 필수 코스로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신 유홍준선생님은 비오는 날의 경복궁이 가장 운치 있다고 했다.
광화문 | 안재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안재선 작가의 그림이 귀엽게 느껴진다. 광화문의 정확한 위치이동을 위해 한동안 어떤 작가의 옷을 입고 있었고, 이제는 멀끔한 모습을 보이며 경복궁의 얼굴역할을 하고 있는데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일제의 흔적을 없애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오래도록 남아도 나쁘지 않은 기억들마저 함께 지워져 버리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창덕궁 | 이장희
정치의 현장이던 경복궁의 웅장함과는 달리 나무가 많고 여유롭게 걷기 좋은 창덕궁은 1997년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바람이 살랑 이는 가을날 걸으면 멋진 시가 저절로 읊어질 것 같은 풍경이다. 특히나 후원의 곳곳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옛날 어떤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조용하면서도 낭만적이다.
종로 | 안재선
광화문네거리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큰 거리 종로는 높은 빌딩과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가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도시하면 떠오르는 바쁜 삶을 만날 수 있는 서울의 모습이다.
인사동 | 안재선
전통 차의 향이 흐르고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는 인사동은 짧은 길이 아쉽지 않은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기념품을 사는 외국인들, 용수염을 만드는 말 잘하는 장사꾼,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작가들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담은 골동품까지 만나 볼 수 있어서 서울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언제 가도 즐겁다.
북촌, 그리고 북악산 | 안재선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았던 곳에서 느껴지는 차분함이랄까? 아니면 다행히도 옛 것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까? 북촌에 가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이제는 명물처럼 여겨지는 기와집들과 담장 길을 걸을 수 있다.
남대문시장 | 안재선
진짜 삶의 모습을 보기 보기 위해서 가면 좋은 곳 시장.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함에 활력이 느껴진다. 외국인광관객이 대부분이라서 다른 나라에 와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느끼려고 오고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을 보면서 이국적인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남대문이 아닐까?
정동길과 정동제일교회 | 이장희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면 정동이다. 여러나라의 대사관이 있는 정동은 근대문화재들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정받는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 성공회성당이 있고, 조금 지나면 러시아 공사관이 있는데 이곳을 이날 때 마다 아관파천때 고종이 몸을 숨기기 위해 지났던 좁은 골목길이 슬프게 느껴진다. 하나하나 찾아보고 알아갈수록 여러 가지 이야기를 지닌 정동을 거닐며 조용히 명상에 잠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한강 | 안재선
한강의 한 시민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오리 배와 유람선 그리고 저 멀리 남산도 보인다. 여유롭고 한가로운 풍경이다.
‘서울이야기’의 안재선, 이장희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면서 서울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주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게 느껴졌다. 언젠가 남대문에 갔을 때 정말 많은 외국인이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서울이 궁금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겠지? 나는 서울을 궁금해 했었던 적이 있었나? 외국인이 서울에 대한 질문을 하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자조적인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대단히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작은 일러스트에 담긴 담담한 서울의 모습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