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4
2011년은 신묘년. 드디어 토끼해가 시작됐다. 토끼해의 시작과 함께 토끼처럼 껑충 뛰어오르며 한해를 보내라는 덕담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 토끼처럼 높이 멀리 껑충 뛰어보자. 일이든 가정이든, 모든 하는 일에서 껑충 뛰어올라 높이 도약해보자. 토끼들의 다양한 이미지에서도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토끼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동물로 과거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서 그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있었다. 발랄하고 귀여운 토끼의 이미지는 만화, 팬시용품 등 현대사회에서도 디자인적요소로 사용되며 현대미술 속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묘년을 맞이해 현대백화점 신촌점 U-PLEX 갤러리 H의 ‘날아야 토끼야’전에서는 토끼 작업을 통해 토끼가 품는 긍정적인 의미를 더욱 희망적으로 풀이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강지호 작가는 빠름을 상징하는 토끼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올린다. 거북이와 전혀 반대의 이미지로 항상 빠름을 상징했던 토끼는 그의 작품에서 ‘느림보 토끼’가 된다. 거북이 등 껍질을 토끼 등 위에 올려 거북이 토끼를 만들었다. 작가는 토끼를 타자성이 내재된 개인을 의인화하는 동물로 끌어들이고 빠름과 느림이라는 이분법적 속도를 넘어 탈관념적 대상으로 표현했다.
루이비통의 이미지를 차용해 동물의 옷을 입혀주는 한상윤 작가는 역시나 루이비통 옷을 걸치고 골프를 즐기는 한 마리의 토끼를 보여준다. 골프치는 럭셔리 토끼는 현대인의 욕망과 부의 상징이라기보다 현실을 유쾌하게 풍자한 것에 가깝다. 장지에 수묵이라는 전통재료와 간결하고 서구화된 캐릭터는 동양화와 만화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갤러리에서도 ‘달려라, 토끼’전이 열리고 있다. 강지호 작가의 작품은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존 업다이크의 ‘달려라 토끼’에서 영감을 받고 오랜 시간 후 이루어진 강상훈 작가의 작품은 토끼가 된 사람이거나 사람인 토끼 둘 중 하나의 느낌이다. 인간의 스토리, 혹은 토끼의 스토리 같은, 뭔가 이야기가 많은 토끼 같다. 박애정 작가는 수많은 토끼의 형상을 통해 물질문명 속에서 상실된 인간성에 대해 말해왔다. 인간이 하는 것을 모두 다 하는 거대한 토끼의 형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역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작가들이 토끼의 이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두 제각각이다. 우리가 토끼해에 실는 의미처럼 밝고 명랑한 메시지가 있는가하면 그러한 이미지에 인간과 사회의 모습과 삶의 철학을 빗대기도 한다. 밝은 이미지를 통해 좋은 기운을 얻고 깊은 철학을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한 해를 계획해보자. 어쨌든 새해는 밝았다. 신묘년이여, 달리고 날아라.
전시는 각각 1월 16일, 2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