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8
우연히 마주친다거나 메일로 안부만 물어도 자신이 심취하고 있는 다양한 것에 대한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그 이야기는 늘 에디터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데, 일러스트레이터 유혜영이 꼭 그랬다. 웹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통역까지 다재 다능한 그녀는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한 마디로 ‘열려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스페인의 열정을 가득 품은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스페인디자인여행』책과 함께.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단순한 여행 정보성 글과는 거리가 먼 이 책에는 그녀가 10여 년 동안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직접 경험한 디자인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디자이너, 건축가는 물론 예술가들의 독특한 삶과 유명한 쉐프의 주방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공공디자인을 비롯해 건축물까지 진지한 디자인 이야기들을 개인적인 사유와 아마추어 감성이 잔뜩 베어있는 일러스트와 사진들로 풀어낸다. 흥미롭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말이다. 마치 스페인에 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이 가을, 눈과 마음에 활력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불어넣기에 충분한 『스페인디자인여행』의 저자 유혜영을 만났다.
200권 한정판 표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는 순간 당신이 떠올랐어요
지금의 표지를 결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이상한 노랑’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이 있는 표지를 택했지만 결국엔 안그라픽스의 디자인여행 책 시리즈와 부합하는 지금의 표지로 결정되었어요. 지인들이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이 저와 많이 닮았다며 좋아했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네요. 그래도 이번에 한정판으로 200권을 출간해서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웃음)
책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이러한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다양한 각도로 바르셀로나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만큼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도시였으니까요. 10년 동안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일상에 어떠한 모습으로 즐겁게 스며들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글, 사진, 일러스트 그리고 나와 창조적인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말이지요. 단순히 바르셀로나의 여행 정보성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돼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중심이에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스페인적인’ 디자인, 건축가, 예술가, 요리사들도 총출동합니다. 참고로 스페인에선 요리사들도 무언가를 창조하는 직업인 요리사들의 대우가 아주 좋아요. (웃음) 스페인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어요. 제 책을 보면서나마 바르셀로나의 디자인을 깊이 이해하고 즐겼으면 좋겠네요.
스페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다가 다시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했어요. 그런데 마침, 아는 교수님이 스페인으로 초대를 해주셨지요. 본격적으로 시작될 유학에 앞서 잠시 들렀던 것인데, 그곳에서 다른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도시를 즐기면서 그만 눌러앉고 말았네요. 영국 유학도 취소하고요. 저도 참 대책 없지요. 스페인은 상상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라예요. 특히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는 보고, 느끼고, 배울 것들로 넘치는 곳이에요. 그렇게 스페인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스페인디자인여행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물론, 이전에도 매체에 해외 통신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 자료는 어렵지 않게 수집하고 정리했지만 책을 출간하는 일은 많이 달랐어요. 평소 성격은 털털한 편인데 글을 쓰는 것은 제 분야가 아닌지라 꼼꼼하게 여러 번 읽고 수정하고 그랬어요. 자꾸 확인하게 되어서 주변 사람들이 완벽주의자라고 할 만큼이요. 그래도 책이 나오고 난 뒤에는 어찌나 뿌듯했던지요. 그 감동은 잊지 못합니다. 이 맛에 책을 출간하나 봐요. (웃음)
스페인에서 만난 디자이너, 디자인 회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요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 아르날 바예스테르(Arnal Ballester)를 꼽을 수 있겠네요. 운이 좋게도 그의 작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었지요. 그의 작품에선 언제나 그만의 철학이 느껴져요. 저도 그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요.
스페인에서 받은 영감을 당신의 작업에 어떻게 녹여내고 있나요
제 영감의 원천은 일상과 사람들이에요. 혼자서 끙끙대며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사람들을 접하고 열려 있는 사고를 하면서 에너지를 받아요. 즐거운 디자인을 하고 행복한 에너지를 나누며 지금처럼 계속 열정적으로 꿈꾸며 살고 싶어요.
지금하고 있는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요즘에 저는 ‘나는 이상한 노랑’이라는 제목의 일러스트 시리즈와 ‘바르셀로나’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2년 전 우연한 계기로 한지로 동물 모양 오브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지요. 현재 엘리사바에서 디자인과 유용성 이론 및 일러스트 강의를 하고 있답니다. 그곳 교수들과 새로운 디자인학교도 만들었어요. 학생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될거예요.
앞으로 출간하고 싶은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 동네에는 고양이들이 많거든요. 일정 시간에 먹이를 주니까 자꾸만 주변으로 모이더라고요. 신기한 것이 이 고양이들도 특성과 습성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최근에는 그들과 나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그리고 있어요. 또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지라, 스페인 요리 기행에 관한 자료도 꾸준히 모으고 있어요. 이번 『스페인디자인여행』책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긴 했는데 그만큼 보람을 느껴서 또 좋은 책을 출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