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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안내와 방향의 그래픽

2009-03-31



글 사진 | 박명환 디자인뮤제오 실장

우리는 날마다 기호 속에서 살고 있다. 거리의 신호등에서부터 늘 대하는 모니터 앞 마우스의 커서에 이르기까지 우리 눈이 보고 이해하는 모든 것들이 기호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일지라도 사람들은 기호를 통해 의사소통 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가장 위대한 타이포그래퍼이자 디자인이론가인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는 ‘텅빈 공간에 선을 긋자마자 인간은 규칙을 따르고 또한 이를 갱신한다’, 즉 세상의 그 어떤 사물도 인간이 끼어드는 한 형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이 만든 기호체계에 길들여지고 이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든 기호 중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기호 중 ‘화살표’는 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기호 중의 하나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존재이다. 화살표는 선과 화살촉의 형상이 결합된 형태로 특히 화살촉은 동물의 약한 피부를 뚫어야 하는 사냥과 밀접한 관계를 지녀 삶과 죽음에 연관된 기호로도 불린다. 그래서인지 화살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는 사이키델릭한(Psychedelic) 심리, 즉 공격성과 불안한 감성을 유발한다. 하지만 생활 속의 화살표는 길을 찾고, 복잡한 공간을 안내해주기도 하며 심지어 주먹밥이나 과자 봉지도 쉽게 개봉하도록 도와준다. 눈여겨보지 않았겠지만 화살표의 선의 두께나 각도, 화살표의 방향에 따라 재미있는 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

화살표에서 꺾인 부분, 즉 화살촉 모양은 어떤 방향과 운동을 표현한다. 화살촉 기호가 만들어 내는 방향 감각은 각도가 크고 작음에 따라 생긴다. 45도 이상의 화살촉은 마치 벽처럼 외부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처럼 보이며 45도 정도의 각도는 마치 눈 청소차와 같이 천천히 움직이는 운동을 표현하고, 30도의 화살촉은 쟁기 정도의 운동을 표현한다. 20도 정도가 되면 본격적인 화살의 감각을 느낀다. 두 개의 선이 만드는 내부의 공간이 좁아질수록 화살촉 기호는 위험성과 긴장감을 더한다. 즉 각도를 통해 시각적 긴장감 혹은 완화의 느낌을 갖게 된다.

또한 화살표를 이루는 선은 전체적인 외관에 따라 직선, 곡선, 구부린 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직선은 굳건하고, 남성적, 적극적, 직접적, 긴장, 단호, 속도감을 주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곡선은 섬세하고, 여성적, 차분, 우아, 자유, 신축성, 유동적, 연속성, 수동적이고,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급하게 휘거나 꺾인 곡선이나 직선은 능동적이고 강력한 느낌을 주며 굵은 선은 무게감과 힘을 느낄 수 있고, 가는 선은 가볍고 경쾌하며 섬세함을 느끼게 한다.

기하학적인 직선이나 곡선은 명쾌한 느낌을 주고 짧거나 긴 선은 빠르거나 느린 운동감을 표출한다. 또한 선은 수직 수평 사선의 방향감을 가지는데, 수직의 방향은 강하고 굳건함과 상승 및 하강의 느낌을, 수평 방향은 고요하고 수동적이며 안정감과 휴식의 느낌을 준다. 사선은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으며 역동적이다. 굽어진 화살표는 위협적인 의미를 읽고 ‘돌아가시오’ 혹은 ‘유턴하시오’와 같은 신호로 사용된다.

똑같은 화살표라도 각도나 선의 두께와 형태, 그 외에 화살표의 방향을 이해한다면 화살표 하나에도 더 명확한 기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방향의 지시를 알리는 목적에서 나아가 기호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성격까지 대변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 있는 기호는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의 가교(架橋)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호는 과거로부터 탄생하여 이를 모두 지닌 채 미래를 말하고 있다. 즉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은 기호체계로 완전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 참고문헌
<인간과 기호> 아드리안 프루티거 지음, 신항식 옮김, 창지사
<기초 디자인 점 선 면> 김인혜 지음, 미진사

박명환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컬러와 사인의 색채 감정효과’란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캐나다, 중국 등지에서 수학했다. 그래픽디자이너 겸 시각문화 전문출판사 디자인뮤제오(DESIGNMUSEO) 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도시 속 컬러를 읽다 color design book> , <타임스퀘어 낮과 밤> 등 다수의 그래픽 서적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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