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2
오늘날 디자인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디자인이 국력이라는 말조차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 요즘 캘리그라피 디자인은 또 하나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디자인은 늘 한국적인 디자인을 최종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지향해 왔다. 이러한 한국적 디자인의 대안 중 하나로서 캘리그라피 디자인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008년 3월 창립한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KCDA)는 서예와 디자인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상생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한국캘리그라피 디자인전’은 월간정글을 비롯해 산돌커뮤니케이션, 월간디자인, 월간디자인네트, 윤디자인연구소 등이 후원,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전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렸다.
총 47명의 작가가 참가한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의 하나인 ‘캘리그라피’의 진정성을 되찾고 디자인과 문화적 화두인 캘리그라피에 대한 새로운 고찰과 함께, 저변 확대를 위한 그간의 캘리그라퍼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서예와 디자인이 함께 호흡하는, 묵향 가득했던 한국캘리그라피 디자인전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
에디터 ㅣ 박현영(hypark@jungle.co.kr)
1. 전형선ㅣ경인엠엔비(주) 디자인실장
제목 : 소통
규격 : 70*110cm
제작의도
소통의 도구인 붓을 메인 오브제로 활용하여 캘리그래피의 다양함과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다. 붓을 통해 생긴 그림자는 앞으로도 긴 생명력을 유지할 ‘지필묵’의 연속성을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한 것이며, ‘소통’이라는 문자는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시각적 시그널로서 이미지화 하였다.
이번 작품은 캘리그래퍼의 한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하였다.
2. 한영진ㅣ캘리브랜드 대표
제목 : 한우야 그냥 웃자
규격 : 59.4*84.1cm
제작의도
사회적, 정치적 이슈의 공론화를 목적으로 하는 포스터의 경우 흔히 경고나 비난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컨셉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정적 메시지가 주는 강렬함 때문인데, 이번 수입산쇠고기 파동에 등장하는 포스터, 표어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기능을 부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데 쓰는 것이 늘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수입산소고기 문제 역시 사람과 사람, 이해가 서로 상충하는 집단끼리의 시각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식육식당에 걸려 애처로이 웃고 있는 한우 캐릭터를 본 일이 있는가. 자기 자신을 먹어달라고 수저를 양 손에 들고 웃고 있는 캐릭터. 그런 식육 캐릭터만큼 이기적인 디자인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수입소고기 문제에도 소의 입장은 없다. 왜? 모든 문제는 인간중심의 사고로 해결되어야만 하는가.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소의 입장에서는 그저 웃음이 나올 일 아닌가. 그 웃음에는 우리가족과도 같았던 한우의 감정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 그런 해학을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소의 입장에서 표현하고자 했으며, 우리민화에서 볼 수 있는 해학을 캘리그라피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해 보고 싶었다.
3. 조진희ㅣ디자인생선가게 대표
제목 : FunFun한 때수건의 변신! 때때때
규격 : (7*4cm)*9
제작의도
생활 속 웃음을 디자인 하는 회사, 디자인 생선가게의 FunFun한 때수건의 변신!
한국의 목욕문화를 알리는 관광상품 때수건.
‘때때때’는 모필을 이용해 기분에 따라 때미는 방법이 달라지는 상황별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다양한 칼라와 재미있는 카피가 받는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더한다.
1. 박선영 ㅣ(996Creative Lab 실장
제목 : 오일쇼크! 당신은?
규격 : 59.4cm*84.1cm
제작의도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고유가시대에 대처하는 당신의 방식은 무엇인가요?" 라고 개개인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차를 뒤집어 놓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오른 유가를 바라보는 답답한 심정을 오일쇼크라는 단어와 차로 표현했다. 오일쇼크의 영문은 등사용지의 기름처럼 진득한 표현을 위해 롤러를 사용했고 마르기전에 사진을 찍어 사용했다.
2. 송민숙ㅣ디자인사랑해 대표
제목 : 가족-Family
규격 : (45*62cm)*3개
제작의도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고도 가족은 늘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는 그 무엇이다. 이 작품은 가족의 구성원인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의 발 위에 가족에게 평소에는 자주 하지 못했던 마음 속의 말들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하여 사진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각각의 엄지 발가락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의 이름과 생년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각각의 존재는 결국 아이의 탄생으로 인한 보다 근원적인 가족 구성원의 결합으로 "가족"을 완성하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특별한 존재를 통한 삶의 소중함을 생의 또 다른 이름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