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1
디지털시대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클릭 한 번으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과, 편지를 보내고 난 후의 가슴 떨림, 편지를 쓸 때의 진실함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듯 하다.
너무도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희망의 한마디가 적힌 편지 한 통은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지만, 너무도 멀어져 버린 우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어느 순간부터 머리 속에서 잊혀져 버린 우표는, 다시금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편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을 위해 한국 우표의 역사와, 최근에 변화된 우표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빠르고 편리하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편지'는 자연스럽게 'e-mail'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우표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수집가들에 의해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우표를 수집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우표를 준비하고 있다.
1.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우표'를 만든다.
나만의 우표는 우표의 옆 부분에 자신의 자진이나 기업의 광고 등을 나란히 인쇄하여 발행하는 주문제작형 우표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우표는 기존의 우표와 달리 우표 옆 부분을 비워둔 채 우표를 인쇄한 후 디지털 카메라고 즉석에서 촬영하거나, 우편으로 미리 보내진 고객의 사진이나 기업의 광고를 추가 인쇄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2. 어두운 데에서도 잘 보이는 ‘야광우표’ 탄생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되는 야광우표로 인쇄시 인광(phosphorescence)안료가 들어있는 야광잉크를 사용하여 빛을 내게 하였다. 2002년(임오년)에는 '눈(雪) 맞이하는 말', 2003년(계미년)에는 '엄마양과 아기양', 2004년(갑신년)에는 '원숭이의 재롱', 올해(을유년)는 '새벽을 알리는 닭' 등의 야광 연하우표를 발행했다.
연하우표는 새해를 기념하는 우표로써, 그 해의 십이지신을 테마로 제작이 되고 있다.
3. 우표에서 난초 향기가 난다.
우리나라 고산 및 도서지방에 자생하는 희귀한 난초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서, 인쇄용 잉크에 향기를 담은 미세캡슐을 섞어 우표에 동양란의 냄새가 나도록 했다.
이 우표는 제주도와 울릉도 등에 자생하며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는 '섬사철란’ 제주도와 남해안 등의 바위와 나무에 붙어 자라는 '지네발란', 안면도와 제주도등에 살며 황금빛 꽃을 피우는 '금새우난초', 전남 해남과 진도 등에 사는 '자란'의 모습을 각각 담았다.
표의 액면가는 220원으로 전국 우체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발행량은 종당 각 70만장씩 총 280만장이다.
4. 고구려 지도 모형의 특수천공방식 적용
이 우표는 힘찬 기상과 강인함으로 상징되는 고구려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의 전도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기존의 원형 천공에 `고구려 지도' 모형을 추가한 특수천공방식을 적용하여 다시 한번, 고구려의 역사를 함축하였다. 여기서 천공은 우표를 한 장 한 장 떼어내기 편리하도록 뚫어 놓은 구멍을 의미한다.
고구려의 첫 도읍지였던 환인(홀본)의 오녀산성과 중국 요동벌판에 위치한 백암성, 집안 삼실총 벽화 중 기마전의 장면, 그리고 삼엽환두대도와 집안 말구유무덤 고분벽화의 개마무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5. 온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우표
세계 최초로 시도된 열 반응 우표로 한 소녀가 생일 축하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을 담았다. 이 우표는 시온(示溫)성 잉크로 인쇄된 부분에 열을 가하면 색이 사라지게 된다.
케이크 위에 장식된 알파벳 중 분홍색으로 표현된 P.B.D와 소형시트 변지의 선물 상자, 양초, 반죽 부분이 시온성 잉크로 인쇄되어 이 부분의 앞면이나 뒷면에 손을 대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우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해 오고 있다.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인쇄기법을 이용한 야광우표, 열 반응우표 등의 특별우표의 발행은 물론이고, 우표의 발행에 맞춰 여러 가지 이벤트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표수집 기회가 줄어드는 청소년층과 일반 국민들에게 우표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표이미지를 휴대폰에서 직접 다운 받을 수 있게 하였다.
그뿐만 아니다. 우표소재의 선정범위 또한 확대 되었고, 우표디자인 공모 등의 방법을 통해 국민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에는 황우석 교수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배양성공을 기념하는 특별우표와 고구려 시리즈 우표를 발행해 호평을 받았다.
우표는 비록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작은 지면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삶을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부터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중요한 행사 등이 모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섬, 꽃, 음식, 동식물은 물론이고 문화제, 국제행사 등 모든 역사와 문화가 사진과 묘사 등의 다양한 기법이 총 동원되어 기록되어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자인도 점점 다양해지고, 대담해 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1도 인쇄에서 그치던 것이 4원색이 들어가면서 그 표현의 영역도 폭 넓게 변해갔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진귀한 우표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고작 가로세로 3-4cm 밖에 되지 않는 지면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표라는 것은 국가에서 일어난 중요한 행사를 담아내는 기록체인만큼, 소재 선정에서부터 사실 고증에 이르기까지 최고 권위자들의 협의를 거쳐 이루어진다.
그런 이유로 우표의 발행권은 우정사업본부가 가지고 있지만, 우표의 소재를 선정하는 것은 '우표심의의원회'라는 별도의 기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는 이유는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주제를 선별하고, 선별 된 주제에 맞는 우표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표는 국가의 표상물인만큼 아무런 소재나 채택이 되지 않으며, 여러 단계를 통해 채택된 소재라 할지라도 철저한 자료 조사와 함께 현지 답사와 함께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가령, 새 그림을 도안하더라도 머리, 몸통, 꼬리의 비율은 물론이며, 계절마다 색이 달라지는 등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빠짐없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표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몫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우표 디자인의 기술적인 또한 1995년을 기준으로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수작업이 많았던 것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빠르고 간단하게 색깔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컴퓨터가 도입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표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핸드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우편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약 100여종 이상이 발행되었던 우표의 종류가 최근에는 1년에 40~50여 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한 종류당 200만장까지 인쇄되던 것이 이제는 120만장 정도밖에 발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표는 다시금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표 디자인은 우표 디자인실에서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표에 들어가는 삽화의 경우 적합한 작가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비율은 70대 30으로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1종류의 우표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약 3~4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우표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것을 디자인할지 소재가 결정되면, 1년 동안 발행될 우표에 해당하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자문을 구하러 다닌다.
유물, 자연, 음식, 인물 등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검증을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디자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우표 디자인실에는 총 7명의 디자이너가 활동하고 있으며, 1명의 사진 작가와 6명은 디자이너로 이루어져 있다.
Jungle : 일반디자인과 우표 디자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로 세로가 4Cm 정도에 불과한 작은 공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다른 디자인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표 디자인에서는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면 복잡해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간단히 축약을 하면 공간이 공허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표의 경우, 상징적인 국가의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아 철저한 사실고증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가지고 있다.
매번 우표를 제작할 때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는 직접 탐방 등을 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디자인하는 시간보다 자료 조사와 검증, 자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Jungle : 세계각국의 우표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우편물의 교환을 위한 국제기구인 UPN (만국우편연합)에서 우표의 소재를 자국과 관련된 것으로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 나라의 전통문화, 예술, 문화재, 자생하는 동식물, 국가행사 등이 우표의 소재로 자주 등장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표는 그 나라의 문화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Jungle : 우리나라의 우표 디자이너는 총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우표 디자이너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 우표디자인실 뿐이다.
실제로 우표를 제작하면서 외부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우표 디자이너라고 불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우표 디자이너는 이곳에 일하는 7명의 디자이너가 전부이며, 각 나라에도 우표 디자이너가 있긴 하지만, 그곳의 디자이너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각 나라마다 하나밖에 없는 작은 조직 안에 있는 특화된 직업군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Jungle : 우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격요건은 무엇인가?
이곳의 우표 디자이너가 되려면 우선, 관련 분야의 전공을 하거나 학사이상 혹은 사회에서 쌓은 경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정원은 총 7명으로 이곳의 결원이 생길 때 마다 신규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표 안에 담기는 내용은 정확성과 공신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우표소재에 관해 보편적 지식 이상의 아는 힘을 필요로 한다.
Jungle : 우표는 어떤 순서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
우표는 국가의 표상물인 만큼 그 선정과 디자인 과정에 있어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집단의 자문과 자료 조사가 완료되고 난 후에야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고, 디자인을 완성한 후에도 철저한 심의 과정을 거쳐 후에야 우표는 완성되게 된다.
Jungle : 지금까지 우표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 한 작업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열 반응 우표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로 선정된 프로젝트였는데, 사람의 온도에 따라 색이 변화되는 특징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던 작업이기도 했다.
그 작업을 하면서 화학에 관련된 재미난 지식들을 많이 얻기도 했지만, 우표를 손으로 만지지 않고 핀셋을 이용하는 우표 수집가들의 취향 때문에 많이 망설였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Jungle :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2000년 이후부터 우표의 입지가 줄어들었는데, 현업에서 일하는 분으로써 많이 안타까울 것 같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이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개인이나 다수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인터넷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표 사용량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사용량이 더욱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유럽의 경우에는 우표의 정통성이 아직 유지되어 있는 편인데, 그 점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디자인실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우표를 많이 추구하고 있다. 나만의 이미지를 넣어 만드는 개인 우표를 만든다는지, 우표에 향기를 넣거나 형광기능을 추가해서 보다 참신한 우표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Jungle : 일곱 명에 불과한 국내 우표 디자이너라는 사실에 무척 자랑스러울 것 같은데..
UPN (만국우편연합)의 가입국으로써 우리가 제작한 우표는 180여 국가에 전달되고 있다. 우표를 제작하는 일이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내 이미지를 대표 한다는 것에 높은 긍지를 가지고 있다.
국가를 상징하는 표상물을 제작하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며, 그만큼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정보 통신의 발달로 우표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좁아졌지만, 그 또한 우표 디자이너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Jungle : 이 자리를 빌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각종 우표에는 당시의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중요시되던 가치가 담겨 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우표에 인쇄된 우표 가격으로 당시 화폐 단위와 그 가치를 알 수 있고, 인쇄 기술의 발전은 물론이며 근대사회 이후 최근까지 위대한 역사 기록을 모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동•식물 도감으로 전통문화, 예술, 정서 등 소중한 문화유산의 보고로 우표는 이들을 충실히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기록을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최근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우표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자리를 빌어 우표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을 부탁드린다.
물론, 우표 디자인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을 얻기 위하여 색다른 우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 이 순간만이라도 우표 한 장 붙은 고운 편지를 소중한 사람에게 써보는 것이 어떨까? 편지봉투 위에 마지막으로 붙이는 우표에는 오고 가는 정이 담겨 있다. 우표를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그날이 단지 옛 추억으로만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