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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정보의 위기, 탈출구는 디자인이다.

2003-08-08

때로는 간단한 그래프 하나가 두서 없는 열 마디 말보다 효과적이다.
주변의 무수한 데이터를 한눈에 쏙 들어오는 정보로 만들고 지식화하는 것.
바로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있어 정보 디자인이 급부상하는 이유이다.
정보디자인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고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다.

Soon 프로젝트에는 정보디자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민이 반영돼 있다
올해까지 5권이 나온 ‘SOON’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4학년 1학기 편집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서 제작된 책이다. 여러 가지 다이어그램과 도표를 이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즉 ‘정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시각화하여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실험적인 방법이 모색되었다.

자료제공 :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
+취재 : 김미진기자 nowhere21@yoondesign.co.kr


Soon이란 말 그대로 ‘곧 다가올 미래’를 뜻한다.
과거와 현재의 통계자료와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조심스레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우리로 인해 바뀌어질 미래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때로는 미처 몰랐던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고 음지에 묻혀있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을 모색해 봄으로써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Soon프로젝트는 단순한 디자인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컨텐츠를 스스로 수집, 분석하고 생산, 가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컨텐츠를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다룰 줄 아는 능력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보 디자인(Information Design)이라는 명칭이 시각 디자인에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정보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인, 인터페이스 디자인, 매체 연구, 언어학 등 폭넓은 분야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정보디자인이란 쉽게 말하면 정보를 가공하는 일이다.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보다 알기 쉽게 시각적으로 디자인하고 편집하는 것이다. 정보를 가공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은 복잡한 문제를 쉽고 보기 좋게 풀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상당부분 ‘디자인한다’는 명제 아래, 복잡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그 정보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매우 기본적이 원칙이지만 타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디자이너로서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보를 잘 조직해서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디자인의 본질은 곧 디자인의 본질과도 통한다. 어떤 디자인의 분야에서도 이것은 가장 중요하며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역대 Soon프로젝트는 환경이나 통일과 같이 사회적인 의식을 담고 있는 주제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그래픽 요소가 나오기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Soon 2003에서는 좀더 친숙한, 그러면서도 뭔가 이야기 ‘꺼리’가 있는 주제로 ‘몸(body)'를 선정했다.
즉, 정신을 담는 그릇인 ‘몸(body)'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미래를 예측해 보고자 했다.
‘몸’은 범위가 넓은 주제이었기 때문에 ‘건강한 몸이 건강한 사회, 건강한 미래를 만든다’라는 컨셉으로 ‘건강’이라는 하부 카테고리를 뽑아냈다.

책의 목차는 이렇게 몸안과 몸밖, 총 32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먹 외에 두 가지 별색(오렌지, 그린)을 이용해 섹션을 구분해 놓았다.
‘몸안’은 성장, 출산, 수명 등 우리의 몸안에 있으며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주제들이고 그에 비해 ‘몸밖’은 술, 여가생활, 전자파 등 우리의 몸밖에 있지만 간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밖에 책의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참고문헌/사이트, 찾아보기와 함께 몸에 대한 상식을 다룬 '우리 몸의 신비', 시각디자인과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건강리서치', ‘주제토론’ 및 ‘soon2002 비평’ 등이 실렸다.

1. 전년도 프로젝트 평가
순 프로젝트는 매년 전년도의 결과물을 비평하고 이전 편집장과 만나 좀 더 발전적인 순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강생들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게 되며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
2. 주제선정 및 자료수집
자유롭게 주제에 관한 토론 과정에서 주제를 정한다.
토론은 온라인 게시판과 오프라인 토론을 함께 진행하며, 정해진 주제에 맞추어 연관 될 수 있는 소주제를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뽑아낸다.
3. 텍스트 작성
결정된 전체 주제에 맞춰 자신의 소주제를 정하고 나면 정보를 수집하고 컨텐츠를 작성한다. 동시에 대략적인 디자인 시안을 잡으면서 어떤 방향으로 결과물이 나오게 될 것인지를 지도교수와 함께 논의한다.
4. 디자인 작업
디자인 작업은 개별로 진행하되 각자의 진행과정을 크리틱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때 책의 로고, 표지디자인 등도 함께 작업한다.
내용 중에 전체적으로 표기 규정이라든가 제작 명세같은 세밀한 지침들을 마련했다.
또한 편집에 있어서는 하단부분에 본문을 깔고 마스터 페이지를 적용해 일관된 흐름을 갖도록 했다.
5. 결과물 제출 및 책 발간
각 팀별 작업이 완료되면 이것을 편집위원회가 통합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후작업을 거친다.


정보는 어디에서?
일단 웹상의 자료들을 십분 활용했다. 그외에 수면에 대한 신문의 기사. 상식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보았고, 수면이라는 책에서 자료라기보다는 정보를 풀어가는 힌트를 얻었다.

정보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의도한 바
‘수면의 리듬'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정보들을 묶었다. 수많은 정보들을 하나의 순서 안에서 하나의 테마로 풀어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했다. 시각화보다 몇 배 중요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아마 이 책을 진행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던 점일 것이다.

사용된 다이어그램에 대해서...
다이어그램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3차원적인 기법을 활용하였다. 몇 가지 정보를 합쳐서 하나의 다이어그램에 나타내 보기도 하고. 한가지 정보를 두 가지 다이어그램으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적용해 보았다.

알기 쉽고 보기 쉬운 정보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보가 디자인이라는 필터를 거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리에 대한 탐구이다.
정보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정리하거나 새로운 표현방법을 시도하는데 있어서 적절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는 어디에서?
처음 정보수집을 위해 국회도서관을 찾았을 때 바이러스와 관련된 논문은 너무 많았다. 국립보건원 등의 인터넷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지만 일반적인 정보는 너무나 일반적이고 또 상세한 정보는 너무나 상세한 것들 뿐이었다.
과연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어떤 것이 알고 싶을까? 어느 수준의 정보가 일반인들에게 가장 유익할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던 중, 케이블의 디스커버리 채널이 눈에 들어왔다. 다큐멘터리야말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전체 내용의 구성과 내용의 난이도 등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실마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의도한 바
다큐멘터리나 백과사전과 같은 다소 정보 나열식의 페이지가 되었다.
정보를 좀더 응집하여 효과적인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해서 아쉽다.

알기 쉽고 보기 쉬운 정보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보가 많다는 것은 없다는 것과 같다. 지천에 먹을 것이 깔려있지만 내가 먹지 않는 한 그것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정보 디자이너는 약사와도 같다. 먹기 힘든 약을 먹기 좋도록 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캡슐에 싸서, 때로는 달콤한 향을 첨가하여, 때로는 물약의 형태로 적절히 약을 조제해 주어야 한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정보는 어디에서?
에모토 마사루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 외 '물은 건강의 묘약'(서정진), '우리 몸은 두가지 물을 원한다' (마미야 가즈끼), '살아있는 물과 건강' (河野 友美) 등의 책을 참고하였다.
그밖에 '세계 물의 해 공식사이트, '생명의 근원 물’, '한국수자원공사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정보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의도한 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느끼게 된 것은 가장 좋은 디자인은 그림만 봐도 정보를 알 수 있고, 의도가 명확히 표현돼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 다이어그램은 몸을 표현하는 사람 아이콘을 주로 사용했는데, 나중에 다이어그램만으로도 물이라는 주제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깨달았다. 때문에 다이어그램들은 그래프라기보다는 그림의 요소를 많이 도입하였다.

정보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의도한 바
우선, 가장 중요한 '전자파'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막연히 전자파가 좋지 않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알아보니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전자파가 어떠한 것인지 원리에 대한 이해였고, 우리 주위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결론으로 마무리 하였다.

사용된 다이어그램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다 보면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다이어그램으로 표현을 하기에 좋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궁금한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도와주는 도구로 다이어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알기 쉽고 보기 쉬운 정보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얼마 전 수입 믹서기를 구매했는데 제품 설명서가 6개국어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설명에 대한 그림은 한 종류였다. 그림과 숫자가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작동법과 주의사항을 숙지할 수 있었다.
알기 쉽고 보기 쉬운 디자인이란 그렇게 한눈에 전체가 파악이 되는 디자인이 아닐까?
하지만 한눈에 정보가 들어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글 :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무엇이었나?
김희숙 : 지난 SOON의 경우, 사회적인 주제들로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어 읽고 싶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2003 SOON은 ‘몸’을 소재로 하여 재미있게 만들자는 것이 가장 중점적인 사항이었다.

정글 : 기존에는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다이어그램들이 보인다.
손정훈 : 텍스트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수업인만큼 현란한 다이어그램들이 많이 등장한다.
텍스트의 종류에 따라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텍스트 그대로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또한 학생들이 만든 책이기 때문에 실험적인 성향을 띄고 다소 과다한 표와 다이어그램이 사용되었다.
다이어그램은 기본적으로 지난 SOON을 많이 참조했다.
그리고 www.understandingusa.com은 책으로도 출판되어 있는데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들을 접할 수 있다.
아이콘을 이용한 작업에 재미들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가지각색이었던 그래픽 스타일이 수업을 통해 점차 그룹핑 되었다. 특징적인 것은 주제가 몸인 만큼 예년보다 일러스트가 많이 사용되었고 보다 입체적인 그래픽들이 많아졌다.

정글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힘들었던 점이나 성과라면?
손정훈: ‘정보디자인은 이런 것이다’란 답을 구한 것이 아니라 그 중요성과 어려움을 절감했다.
다른 수업과 달랐던 것은 디자이너가 기획까지 담당했다는 점이다. 컨텐츠를 다루는 수업. 즉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다. 때문에 디자인 작업보다 주제를 정하고 어떤 논리로 전개하고, 내용과 통계 자료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김희숙: 비평을 하기는 쉽지만 막상 작업에 임하고 보니 생각보다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원하는 정보가 딱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통계 자료에 맞춰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원했던 그래픽으로 가기 어렵다.
그리고 soon2003을 발간하기 위한 후작업을 통해 책 한 권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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