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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인상적인 표지에 담긴 담백한 건축이야기

2013-03-19


필자는 글을 쓰지만 편집디자인 일도 병행한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늘 가지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고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다양한 책을 통해서 자료를 찾는데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과 소통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인쇄 업이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인간의 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매체는 책이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OASE는 건축에 관한 학술 담론을 전문으로 다루는 저널이다. 일년에 3번 발행되며 도시디자인, 경관디자인에 관한 깊이 있는 이론적 논의와 역사에 대한 탐구뿐만 아니라 건축테마에 대한 심층적인 리서치를 담고 있다.

OASE에 주목하는 이유는 알찬 내용도 좋지만 인상적인 표지디자인 때문이다. 1981년 발행된 창간호부터 30여 년의 기록들은 시간과는 상관없는 세련됨을 유지하고 있다. 강렬한 그래픽이미지나 화려한 컬러로 시선을 끌지는 않는다.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차분하지만 다양한 컬러배색은 눈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신선함까지 선물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볼 수 있는데 그러한 다양한 시도의 선두주자로 OASE를 들 수 있다.

어떤 디자이너가 "편집디자인은 평면 위에 짓는 건축이다"라는 말을 했다. 건축과 편집디자인의 공통점을 잘 표현한 말이다. 디자인 깊이의 차이는 단순히 보기 좋게 늘어놓은 디자인과 땅을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 차곡차곡 의미를 담아 내는 디자이너의 고민의 흔적에서 찾을 수 있다.
OASE는 단순한 알파벳의 나열을 넘어서 마치 하나의 그림을 그리 듯 표현한다. 그 기원은 프랑스의 기욤 아폴리네르로 볼 수 있는데, 바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 캘리그래피(calligraphy)다.


OASE는 매력적인 표지디자인에 비해서 내지는 다소 단순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백하다. 하지만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최적의 편집이다. 2010년 발행된 81#의 예를 들면, OASE는 네덜란드 저널이기 때문에 기본언어가 네덜란드이고 영어가 병행된다. 왼쪽페이지는 영어 오른쪽 페이지는 네덜란드어로 내용을 담고 있고 이 차이를 컬러의 변화로 두고 있는데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건축에 대한 심도 있는 담론이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읽는 이의 부담스러움을 상쇄시키는 시원한 편집이다.


수없이 많은 이미지들을 만나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이다. 자의든 타의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보아야 한다.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기억에 얼마 남지 않는다. 물론 인상적이고 호감이 가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선택의 범주가 넓을 때 오히려 판단력이 떨어진다. 그럴 때 마음에 쏙 드는 무언가를 만난다면 얼마나 상쾌한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해외배송으로 일주일정도 기다려야 볼 수 있지만 그 정도 기다림은 얼마든지 용서가 될 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참고자료
http://www.oasejournal.nl/en/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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