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1
대상, 목적, 계획, 순서, 일정, 삶의…. 그 모든 정해진 것으로부터 해체된 자유 속을 거닐다.
시인이자 ‘FM 이소라의 음악도시’ 방송 작가로 활동 중인 ‘이병률’의 글과 사진이 담긴 책 ‘끌림’은 저자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 듯 자.유.하.다.
20대의 살풋한 청춘에서 30대 후반의 넉넉함에 이르는 10년 가까운 시간.
저자는 50개국, 200여 개의 도시로 길을 떠났고, 지금도 그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작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문을 나섰고, 그리고 예정되지 않은 여정은 떠날 때와 같이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 다시 버리고 채우기 위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오랜 시간의 기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글과 사진으로 담겨졌고, 찾지 못한 길 위에서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구루적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스물의 떨리는 청춘은 ‘타자기와 카메라’를 심장으로 만났고, 이후 그가 걷고, 만나고, 듣고, 아프고, 공감하고, 웃었던 오랜 시간의 기억들은 ‘끌림’ 이라는 또 다른 여행 길에서 편안하게 유영하고 있다. 여릿하면서도 강한 삶의 메시지를 특유의 편안함으로 선물해주며…
놓치고 말 것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따스한 시선은 일상의 단면들을 도시의 수 많은 얼굴들처럼 시와 에세이, 시나리오와 단상, 일기와 소설과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취재| 서채연 팀장 (cyseo@jungle.co.kr)
취재협조 | Design coKKIRI tel. 02-735-1206
불쑥 열고 들어가 보면, 그 곳은 무소유도 천상의 행복인듯 한없이 밝은 인도의 아이들, 넉넉한 미소로 머리를 다듬어 주는 멕시칸 할아버지 이발사, 극도의 건조한 미소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여인의 시선 등 천 가지의 표정이 숨쉬고 있다. 그래서 자.유.하.다.를 담아내는 ‘끌림’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그만큼의 풍성한 설레임과 부담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여행 길과 같은 감성을 전하기 위한 디자인작업의 테마는 ‘자유로움으로 해체하다….’ 자칫 덧대고 덧대는 작업일 수 있는 편집작업의 부담감은 오히려 풍성한 얼굴로 단장되었다. 어느 곳으로 찾아 들어가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번잡하지 않다.
페이지도 목차도 필요치 않다. 손길 닿는 시선이 멈추는 그 곳이 처음이고 끝이다.
이미지들은 다양한 페이지네이션과 레이아웃을 통해 ‘책’이라는 몸 속에 박제되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다. 섬세한 작가의 감성과 호흡할 수 있는 디자이너와의 조우가 더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열정이라는 이상고온의 감성도 차가우리 만큼 정돈된 섬세함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병률만의 언어와 감성이 자유롭게 놓여져 있는 ‘끌림’의 길을 따라 걸어본다.
Jungle : 우선 Design coKKIRI가 디자인하는 대표적 작업들을 알고 싶습니다.
디자인 코끼리는 북디자인만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소설, 비소설은 물론 경제 경영서 및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Jungle : Design coKKIRI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디자인 코끼리는 끼리끼리 모여 이룬 회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북디자인작업을 해왔던 이은주 실장이 아트디렉터로 중심을 잡고 세 사람의 디자이너가 자기 분야에 맞춰 따로 또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업으로 그남자 그여자 마지막이야기, 권신아 일러스트집 앨리스, 행복한 고물상, 최영미의 흉터와 무늬, 김진명의 살수, 정호승시선집 등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문예중앙 혁신호를 필두로 시선집과 황순원문학상 등 문예중앙 전반에 걸친 디자인 리뉴얼 작업도 2005년도 디자인코끼리의 의미있고 중요한 프로젝트였습니다.
Jungle : 처음 글과 사진 그리고 작가를 만났을 때의 느낌과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변화 혹은 수정의 과정이 있었는지.
처음 이병률 작가를 만나 그의 사진과 글들을 보고, 그가 가진 섬세한 감정들에 무척 감동했었는데 그런 섬세함은 곧 작가의 예민함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책이 진행 되어가는 과정은 작가가 가진 예민함과 디자이너의 예민함을 서로 수렴하는 과정과 같았죠. 디자이너인 저에게 그런 과정들은 여느 책에서 가질 수 없는 긴장과 흥미가 가득한 작업이었습니다.
Jungle : 아, ‘끌림’을 디자인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프로세스로 시작이 되었는지.
작가의 소스들은 정말 끊임이 없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새로이 풀어 놓으시는 여러 권의 사진 박스들과 작가의 유난한 섬세함으로 간직해올 수 있었을 여행의 소소한 소품들까지…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행서가 정보제공이나 여행시의 에피소드를 토대로 한 서술적 형태라면, ‘끌림’은 시인인 저자의 사진과 마치 이미지처럼 뇌리에 박히는 글들로 이루어진 이미지에세이에 가까웠기에 우리는 테마를 자유로움으로 잡고 모든 것을 해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엔 나라별로 시간별로 분류하는 카테고리도, 심지어 페이지의 넘버 또한 필요치 않게 된 것이죠.
자유로움을 주제로 한 해체작업은 디자인에 바로 이어졌는데요.
한 에피소드마다의 사진과 글이 내뿜는 감성들을 쫓아 페이지마다의 느낌을 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더하고 빼고를 반복하다 완성된 결과물로 남은 작업들은 제가 사진과 글에 모두 동화되어 이미지네이션한 페이지들이었습니다.
디자이너가 글의 감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사진과 글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북디자인의 기본이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그 원칙이 끌림을 이끌어 가주어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지금의 색깔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Jungle : 수 많은 여행책들과 다르고자 한 차별화 기획의 컨셉트는 무엇인지, 물론 ‘끌림’은 ‘여행책자’라기 보다는 세상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말하는 구루의 메시지 같기도 한, 명상집이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만. 또는 ‘여행’이라는 테마를 떠나 작가 혹은 사진 이라는 주제만의 특성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 편집 기획의 ‘테마’가 궁금합니다.
(위에 얘기한듯이) 자유로움이 시작이었습니다
독자가 남의 여행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여행에 담겨 있도록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 기획자의 바람이었는데요
그렇게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나의 책’, 여행을 간다면 챙겨가고 싶은 ‘나의 책’…이란 독자의 마음으로 시작한 것부터 차별화 된 기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Jungle : 편집 과정에서 작가의 특별한 희망사항이 있었나요?
멋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책.
가장 이상적이지만 어렵죠. 끌림이 그런 책이 되주었는지….
Jungle : 책의 성분 파악하기 – 커버와 내지의 성분은?
커버----한솔 이매진 210g 내지----계성 하이벌크 100g
제본----PUR 제본 인쇄----4도
Jungle : ‘끌림’만의 특징적 요소를 말씀해 주세요.
<우선 표지 디자인>우선>을 보면, 반양장으로 구성하고 속표지와 겉표지가 다른 것이 또 다른 흥미요소인데, 속표지의 초콜릿으로 글씨를 쓴 듯한 컷도 작가가 여행 중에 찍은 컷입니다
속표지엔 원래 컷의 느낌을 살려 사용하고 반양장의 겉표지에 그 초콜릿의 글씨들만 따와서 오돌토돌한 엠보싱으로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 엠보싱으로 표1~표4까지 모두 감싼 것도 끌림만의 차별성이기두 하고요. 겉과 속이 화이트와 블랙으로 대조를 이루었으나 본래의 시작은 같았던... 그런 표지이지요.
그리고 에필로그 뒤의
<카메라 노트>카메라>도 재미있는 요소였는데요. 다른 에세이에서라면 '사진설명' 같은 역할이지요.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끌림만의 방식을 보실 수 있어요. 본문에서 이미지로 글을 풀었다면 여기서는 사진의 장소라는 사실적 설명에 작가가 '툭' 하고 던지는 한마디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작가가 시인이라 그런지 그 한마디가 본문보다 더 함축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로 느껴지네요.
디자인도 또 다른 페이지를 하나씩 만들어 가듯 맞춰갔구요.
사진설명치고 재미있지 않나요? ^^ 카메라 노트는 ‘끌림’ 속의 또 다른 책으로 잔잔한 재미와 감상요소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에요.
Jungle : 편집과정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면.
저자의 더 많은 여행지를 끌림에 모두 담지 못한 점이죠..
너무 많지만 그러나 생략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여행지의 사진과 글들은 모두가 탐낼 만한 이병률 작가만의 재산이겠죠?
Jungle : 디자인 기획 과정에서 작가와의 컨셉트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와 에피소드가 있다면?
기획자의 에피소드인데요
끌림에 담을 이야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무려 10년 동안 2백 여 도시를 여행한 저자가 바로바로 이미지들을 떠올리기는 매우 어려웠고 급기야 기획자는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지도 위 도시를 하나하나 찍어가며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부러운 이야기가 전해지더군요...
Jungle : ‘끌림’이 어떤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길 바랬는지.
경험하지 못한 자들에게 자극이 되어주는 책?
작가가 느꼈던 여행의 감성들을 간절히 원하여 나의 이야기로 품으려 하는 질투와 설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