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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소유하고 싶은 책을 위한 디자인

2005-07-29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그리고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디자이너라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런 생각들을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스튜디오 바프의 이나미 실장은 13년 간의 유학과 프리랜서 생활을 거쳐 스튜디오 바프와 함께 지내온 10여 년의 세월을 책 한 권에 담아 내었다. 디자인 전문 서적이 아니라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외의(?) 포맷을 선택함으로써 책 속에 담긴 실험적인 작업들이 더욱 빛을 발한다.

프로패셔널한 디자이너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실험과 도전은 쉽지 않은 이 땅의 디자이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스스로에게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이라는 그녀의 디자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취재 | 박현영 기자 (maria@yoondesign.co.kr)


실험적인 아트북을 선도하는 스튜디오 바프의 창작물들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을 버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책 <나의 디자인 이야기> .
이 책은 딱딱한 디자인 전문 서적이 아닌, 현직 디자이너이자 북아트 프로듀서로 유명한 이나미 씨의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그리고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Jungle :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이나미: 머릿속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현장속에서 일하는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보다 생생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디자인은 생활에 밀접한 것이기 때문에 딱딱한 전문서적이 아닌 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Jungle : 글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과거의 경험담을 풀어놓는 솜씨가 상당하다.

이나미: 그렇게 느끼셨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글 쓰는 일이 전문적인 직업도 아니고 사실 잘 모르는 것을 리서치해서 글을 써야 한다면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이미 경험한 것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다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Jungle : 책의 포맷이 대중적인데…

이나미: 특별한 매니아들이나 디자이너라는 한정된 사람들만 관심 있는 책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다.
도전이라는 것이 꼭 눈에 띄고 센세이셔널한 것만은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Jungle : 편집 기획과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이나미: 사실 많은 내용들 중에서 첫 밥상을 어떻게 차릴 것이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늘어놓아야 적절한 한도내에서 양분이 골고루 들어가게 하느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책의 구성을 보면 1부에서는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그리고 2부의 유학생활 및 본격적인 디자인 활동상이 소개하였고, 3부에서는 스튜디오 바프에서 진행했던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을 소개함으로써 한 권의 책 속에 상업적인 것, 실험적인 것, 개인적인 것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젝트를 담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생활과 밀접한 것이기 때문에 책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켰으며, 생활 속의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Jungle : 데스크를 촬영한 흑백 사진을 표지로 선정하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이나미: 대게는 책의 저자가 표지인 경우가 많은데, 디자이너를 대변하는 것이 나의 얼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디자이너란 ‘매킨토시’나 다름없다. 매킨토시 안에는 시간의 흔적, 감성, 많은 기획서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과정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표지의 안쪽에 한 장의 사진으로 연결되는 내 모습도 보여진다.
<나의 디자인 이야기> 라는 제목처럼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 중요함을 표지로 나타내었다.
그리고 흑백으로 선정한 이유는 안에 많은 색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한가지 색으로 대변하기 보다는 모던하면서 뉴트럴한 느낌으로 선정하였다.

1995년 1월은 그녀의 인생의 새로운 좌표를 정하게 된 의미있는 시점이었다.
이나미 씨는 너무나 오랫동안 원해왔던, 바로 ‘책’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책을 쓴다거나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닌 “영화 감독이 있다면 책 감독도 있어야 한다” 는 그녀의 신념은 ‘북프로듀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다.
이 것이 바로 스튜디오 바프(studio BAF)의 시작이 되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아트적 요소와 크리에이티브가 가득한 공간, 스튜디오 바프의 최초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아트북 디자인 전문회사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Jungle : 스튜디오 바프가 10년이 되었는데, 책을 발간한 시점에서 되돌아 볼 때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나미: 회사가 10년이 되다 보니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올해 초에 약간의 무력감이 들었었다. 회사가 10년이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리고 그 무력감에서 스스로를 건져내고자 프로젝트를 마련하였다.

Jungle : 실무를 하면서 책을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나미: 집중적으로 두 달 동안 밤이면 밤마다 썼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 집에서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글을 썼다. 늘 바쁘지만 당연히 해야하는 일만 하는 것 말고 스스로에게 불을 지피는 것이 필요했다. 열정을 불태우고 디자이너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되돌아 보고자 했다.

“읽어야 하는 강박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책, 활자에 의존하여 존재하기 보다는 총체적인 존재로서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책, 활자를 배제하기보다는 활자를 통해 보다 큰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책” 이 것이 바로 스튜디오 바프의 책이 실험적이며 크리에이티브한 이유일 것이다.

바프컬렉션(the BAF collection)은 돈이 될 것 같지 않아도, 누구도 출판하려 하지 않지만 디자이너로서 정말 실험해보고 싶은 책들을 만들기 위해 발생된 시리즈 이름이다. 10여 년 동안 바프를 통해 탄생한 책들은 기존의 포멀한 책의 전형을 탈피하여 소유하고 싶은 책이자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창의적인 작품이다.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이라는 말로 첫 장을 열었던 이나미의 <나의 디자인 이야기> 는 프로패셔널 디자이너로 사는 일이 하루하루 순간순간 치열하지만 그 것이 곧 그녀의 인생임을 말하고 있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인 것이다.
디자인은 생활속에 스며들어 대중이 소비하고 공감하고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만들어 낸 디자이너나 디자인 된 것을 사용하는 소비자나 모두 생활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
창작자의 인생이 담긴 디자인, 이것이 바로 생활의 흐름을 만들고 시대의 변화를 선도한다.


밤샘작업이 유난히 많은 디자이너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디자이너에게 밤샘작업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는지도 모르게 지새워버린 밤,
작업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아까워 화장실을 가거나 밥을 먹는 시간조차를 건너뛰어도 스트레스는커녕 엔돌핀이 마구 생성되는 것이 느껴지는 밤,
한숨도 못 잤어도 졸음은커녕 눈이 말똥말똥해지고 새벽녘 창가의 미명이 다가올 때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오르는 밤들”

결국 이 모든 것이 디자이너의 인생이며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디자이너로 죽을 수 있을 만큼이어야 한다… 결국 디자인이 곧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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