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8
조명 디자인은 빛을 담아내는 다양한 방법은 고민하고 시도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빛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형광등이나 백열등과 같은 불빛부터, 예술적 의미를 품은 존재로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아트클럽1563에서 오는 1월 31일까지 열리는 ‘프로토 라이트 (PROTO LIGHT) 展’은 이러한 빛을 건축적, 예술적, 디자인적 존재로 재조명함으로써 단순하게는 빛을 보여주는 방식부터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낸 여섯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아트클럽 1563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의 ‘Tenda’를 만나게 된다. 이제까지 그의 작품들은 소재가 가진 기본적인 특성에 주목하면서도 독창적인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번 작품 역시 스포츠 웨어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던 직물을 사용해, 그만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섬세한 그물망 사이로 빛이 투과하면서 내는 효과와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이상진에게 조명 디자인은 세상과 소통하는 그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빛을 표현해내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예술을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속에서 조명은 대형 오브제이기도 하고(Keep Series), 조형적 실험의 대상이자(usual unusual), 일상의 즐겁게 바꿔주기(Book Mark)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조명을 만나고 있자면, 조명이 가진 아트 오브제로서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SWBK는 조명의 의미를 한층 더 확장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마주 보다’는 조명과 가구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이것은 두 가지를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제목인 ‘마주보다’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가구와 조명, 오브제의 모든 특성을 담고 있다. 다라 후앙(Dara Huang)의 ‘The INverted Umbrella’는 조명의 형태와 빛이 비추는 풍경을 작품으로 표현한 경우다. 컴퓨터를 통해 조절되는 빛이 가변적으로 변하면서 만들어내는 비의 이미지는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얀 크리스텐슨(Jan Christensen)의 ‘PROTO LIGHT’는 아트클럽 1563 공간에 맞춘 장소 특정적 작업이다. 그의 작품 안에서 빛은 여러 갈래로 나뉘며, 우리가 익숙하게 빛을 조망할 수 없게 한다. 이를 통해 빛을 보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상혁의 ‘모든 빛의 시작’은 무언가를 밝게 비추기 위한 조명의 원래 목적을 벗어나, 조명 주변을 은은하게 비추는 빛을 보고 있자면 빛이 어떻게 전해지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아트클럽 1563의 개관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전시 오프닝에는 아트클럽 1563의 3주년 기념 행사가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제까지 아트클럽 1563은 안상수와 잭슨 홍의 개인전을 비롯해 디자인과 현대 미술, 패션, 공예 등 다양한 영역의 전시를 보여줬다. 개관 3주년을 맞아, 천경우 작가의 퍼포먼스를 비롯해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의 축하가 줄을 이었다. 앞으로 디자인과 미술 그 사이에서 어떤 전시를 그려낼 수 있을지 더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