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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첫 고유모델, 포니

2011-04-26


1970년대 초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은 코티나를 단순 조립하면서 체득한 정도의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는 스스로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어떠한 능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지만, 세계 각국의 자동차 관련업체와의 기술 협력을 이끌어 내어 차량의 개발에 들어갔다.

글 | 이옥분 디자인학 박사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1973년 현대는 조르제트 쥬지아로와 스타일링을 포함한 설계와 프로토타입(prototype) 제작에 관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일본의 미쓰비시에서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포함한 샤시 전체 플랫폼에 관한 기술 지원을 받으며, 영국 BLMC(British Layland Motors Corporation) 출신의 엔지니어로부터는 개발 관련 자문을 받았다. 이러한 외부의 지원 아래 현대는 포드로부터 배운 조립 기술로 1975년 고유모델인 ‘포니’를 개발했다. 이처럼 포니는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의 다국적 자동차 기술이 어우러져 탄생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록 자동차선진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해도, 이를 선택하고 혼합하여 만들어 낸 개발의 주체는 현대의 기술자들이었고, 포니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명실상부한 첫 고유모델이었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 기술은 크게 기초기술, 설계기술, 제조기술, 생산관리기술의 4영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초기술은 엔진, 변속기, 차체 등의 설계에 필요한 기본 기술로 현대는 미쓰비시로부터 이 기술을 제공받았다. 현대는 미쓰비시 교토제작소에서 기술연수를 받으며 교토제작소장이 만든 <기계공작법> 을 교본으로 엔진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터득해 나갔다.

설계기술은 포니의 차체설계와 디자인을 맡은 ‘이탈디자인’으로 5명의 기술진을 파견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충구 대리를 비롯한 5명의 기술자는 설계부문의 인력으로 원래는 업무 연락 차 파견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델의 설계과정과 방법 등에 관해 보고 들은 것을 세세히 기록으로 남겼고, 이 기록은 '이대리의 노트'라는 이름으로 남아 현대의 차체 설계의 기본이 되었다.

샤시 설계는 미쓰비시의 엔진, 변속기, 후차축과 플랫폼 레이아웃에 관한 설계 도면을 도입하여 한글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익혀 나갔다. 이외에 제동장치, 현가장치, 조향장치, 냉각장치, 배기장치 등 기타 장치는 미쓰비시의 ‘랜서’를 샘플카로 도입하여 분해 측정 한 후 설계 도면을 만들었다. 기술사양서는 코티나의 것을 부분 수정하여 이용했다. 이렇게 배우고 뜯어보고 적용하는 과정이 현대자동차의 설계기술의 시작이었다. 이후 시장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설계 기술은 서서히 향상되었고, 신모델 개발이 이어지면서 축적되어갔다. 특히 포니의 변형모델 개발은 차체설계기술에 상당한 발전을 가져와 78년부터 추진된 ‘포니II’ 에서는 차체 관련 마스터설계는 이탈디자인에서 했지만 상세설계는 현대에서 맡아서 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대의 기술력은 급속히 향상되었다.


포니의 개발은 디자인 부문의 설치와 전문 인원의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불러 일으켰다. 이탈디자인에서 제공한 프로토 타입의 모델과 설계 도면은 실제 양산 차량으로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양산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스타일의 변형 문제를 해결하며 더불어 향후 신규 모델을 디자인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에서 현대는 1977년에 디자인과를 설치하여 스타일 관련 업무를 전담하였다. 디자인의 역할은 설계를 보조하는 일이었지만, 디자인과가 설치되면서 디자인 장비의 도입이 이루어지고 전문적인 운영 체계가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디자인과의 설치는 엔지니어링 중심의 디자인으로부터 디자인 중심의 엔지니어링으로의 변화를 의미했다.

이외 제조기술은 자동차를 설계된 사양에 맞추어 만들어내는 기술로 차량의 외관, 정밀도, 내구도 등을 결정한다. 생산관리기술은 생산성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공장 설비와 제품의 생산을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포니는 겨우 KD조립을 통해 얻은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외부의 기술협력을 통해 탄생하였지만, 외국모델의 단순조립 생산에서 벗어나 최초로 개발한 한국의 고유모델이었고, 이때 얻은 기술은 향후 기술자립을 실현하는 바탕이 되었다.



* 참고문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50년사,』2005
이충구, ‘한국의자동차 기술 첫걸음부터 비상까지’「오토저널」, 2009.12
박병재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과의 인터뷰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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