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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리뷰

LG전자 LCD 모니터, 플래트론 ‘판타지’

2006-06-16


장인이 정성스럽게 빚거나 깎아 만든 것 같은 LCD 모니터, 하나의 예술 공예품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 보나 뒷모습을 보나 완벽한 조형미와 그 아름다움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LG전자에서는 ‘디자인아트(designart)’라는 새로운 감성 디자인 언어로 LCD 모니터 플래트론(Flatron) ‘판타지(Fantacy)’를 출시했다. 이제 ‘디자인아트’ 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전자 시장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을 예감한다.


취재ㅣ 월간 디자인 여수연 기자
사진ㅣ 월간 디자인 박건주 기자
자료 제공ㅣ LG전자 (www.lge.co.kr)

디자이너에게 가장 디자인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전자 제품은 무엇일까? 핸드폰,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MP3 플레이어 중 어느 것일까?
각각의 제품마다 서로 다른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단연코 순위 안에 드는 것이 있다면 바로 LCD(액정 디스플레이)모니터일 것이다.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없다면 절대 변할 수 없는, 늘 정직한 사각형 형태와의 싸움. 그 안에서 디자이너는 최상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나마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뒤통수가 튀어나온 것같이 둔하고 투박하게 보이던 형태에서 슬림하고 날씬하게 바뀌어 다소 세련되어졌다. 덕분에 디자이너도 LCD 모니터를 조금 더 흥미로운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루한 사각형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컨트롤 버튼의 모양을 바꾸어보기도 하고, 모서리의 라운드를 조금 더 굴려보기도 하고, 파워버튼에 힘을 주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 신선하게 소비자를 자극하고 감동시킬 새로운 조형언어가 필요했다.

이런 고민은 LG전자 DDM디자인연구소 정보시스템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잘나가는 해외 제품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했던 국가 대표급 정보시스템그룹이었기에 감성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을 것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LG전자는 제품과 사용자가 상호 교감을 할 수 있는 LCD 모니터 이상의 감성적인 가치가 필요했다. 그것은 제품 자체로 풍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오랫동안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제품 품질과 성능의 향상만으로는 제품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감동적인 디자인, 디지털 두뇌에 아날로그의 옷을 입고 감성으로 장식을 한 디지로그의 감성 디자인 제품을 선호한다.

LG전자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2002년부터 이전까지와는 차별화된 감성 디자인 캐릭터를 보여주는 디자인을 해오고 있다. 제품을 공예품처럼 만드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연구로 디지털 가전의 신선한 바람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외 아티스트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그들의 예술적 터치를 살린 제품을 만들어 제품을 마치 하나의 예술품처럼 승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연구되어 나온 제품이 LCD 플래트론 판타지이다.

디자이너는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과 같은 정신으로 정성을 담아 정제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과도한 기능과 장식을 제거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제품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사람과 공간의 조화에 중점을 두어 화면이 꺼져 있을 때도 예술작품과 같은 정제된 조형미와 제품 그 자체로 품격과 가치가 돋보이도록 한 것.

인간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10달 동안 세상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기다린다. 그리고 10달이 지난 뒤 세상 밖의 희미한 빛을 통해 세상과의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와 모든 빛을 만나고 감격과 놀람의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신고식을 치른다. 빛은 인간에게 이처럼 첫 만남이자 신비로운 존재일 것이다.

LCD 플래트론 모니터 판타지는 그 신비롭고 환상적인 빛을 조형의 주제로 표현했다. 판타지를 디자인한 박세라 책임연구원은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제품에 빛의 조형성을 담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책상 위에 심플한 조형의 조명등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조명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했지요. 마치 달을 내 책상 위에 올려놓은 듯이 드라마틱하게도 보이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퇴근 후 어두운 공간에 빛을 켜면 빛이 나를 감싸는 기분 있잖아요? 빛만큼 인간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고 감싸주는 것이 있을까? 이러한 좋은 느낌을 제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판타지 L1900J에는 빛을 담았다. 예쁜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몸체는 LED가 켜지면 반구 형상에 불빛이 가득 채워져 마치 책상 위에 작은 무대가 연출되는 듯하다. 판타지 L1900R는 빛 속으로 들어갔다. 뚫린 원의 형상을 통해 ‘영원함’ ‘소통’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판타지 L1900E는 빛을 음미하고 있다. 우주의 신비함을 절제된 곡선과 관통된 원형으로 표현하고 후면의 LED를 통해 월식의 강렬함, 고귀함을 나타내어 신비로운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제품은 어떤 목적에서 기획되었는가?
단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은 대부분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아름다움을 추가하여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미적 가치와 심적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제품을 구상했고 제품과 사용자가 상호 교감을 일으킬 수 있도록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제품의 특징에 대해서 말해달라.
조형성이다. 조형적 이미지는 기존의 모니터 제품이 갖는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자 했다. 화면이 꺼져 있을 때도 공간 속에서 조형물로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존재로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전자 제품과 예술품의 중간적 가치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과 사용자와의 상호 교감을 통한 즐거움이다. 특정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단 누구나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 주제인 ‘빛’에서 영감을 얻어 ‘빛을 담다’ ‘빛 속에 들어가다’ ‘빛을 음미하다’ 라는 3개의 콘셉트로 조형성을 표현했다. 손을 대면 동그랗게 그림을 그리는 것같이 켜지는 LED, 마치 숨을 쉬듯 빛의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LED, 조명등과 같이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LED, 모니터가 단순히 전자 제품이 아니라 생명체와 같이 사용자의 동작에 반응함으로써 사용상의 재미를 주고 싶었다.

당초 계획은 제품 콘셉트를 발표하고 나서 한참 후에 개발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나?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작년에 제품 콘셉트를 내부적으로 처음 발표하고 향후 2~3년 후에나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래서 사실 더 즐겁게 디자인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없는 제품을 꿈꾸면서 디자이너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했다. 한마디로 제품과 함께 꿈꾸며 잘 놀았던 셈이다.

그런데 내부 평가 회의 때 경영진이 LG전자 디자인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라 판단을 하고 호응이 좋자 상용화를 서두르게 되었다. 따라서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빛을 이용한 제품 콘셉트 실현을 위해 엔지니어를 비롯하여 관련 부서별로 제품 개발에 대한 전문가들의 애정과 프로 정신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티브의 선봉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자인 오리지낼러티의 구현을 위해 개발 초기부터 프로모션까지 부서별 협력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끝난 소감은?
좋은 경험이었다. 디자이너의 감성과 콘셉트를 시작으로 기획되어 제품개발의 A부터 Z까지 일관된 콘셉트를 적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용자에게도 그런 메시지가 잘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란 사명감을 더욱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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