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2
필립 스탁이 만들면 돌멩이도 그냥 돌멩이가 아닐 것 같다. 이미 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하드 디스크 ‘라시 스탁(LaCie Starck)’을 본 뒤, 믿음은 더 ‘하드’해졌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이미지 제공 | 라시(www.lacie.com)
제아무리 화려한 스펙으로 중무장을 했을지라도 스타일 점수가 꽝이면 영 마음을 끌지 못한다. 하드 디스크의 경우 그 딱딱한 이름만큼이나 스타일 제대로 갖춘 제품을 만나본 기억이 별로, 아니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높은 효용성에도 불구, 하드디스크 구입을 내내 꺼렸다. 내 책상 위를 점령하고 있는, 게다가 제법 큰 덩치로 한자리 떡 하고 차지하는 녀석인지라 때마다 ‘제대로 잘 만들면 장식품 이상의 역할을 할텐데’라고 아쉬움만 키웠다. 게다가 요즘은 책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름 하여 데스크테리어 족이 출몰하지 않던가. 그 와중에 디자이너들도 크게 눈이 떠질 하드 디스크가 (드디어) 등장해 지름신을 영접하고 있다. 그럼 그렇지, 이 아리따운 녀석을 만든 이가 바로 그 유명한 ‘필립스탁’이란다.
필립스탁이 라시(LaCie)를 통해 선보인 데스크톱 하드드라이브 ‘라시 스탁(LaCie Starck)’은, 필립스탁의 전언대로 “다른 하드디스크들과 달리 당신의 눈이 호사를 누릴 만큼 멋진” 드라이브가 틀림없다. 겉면은 여느 하드디스크들과 마찬가지로 ‘하드’하지만 앞면과 뒷면은 마치 뜨거운 불에 방금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모양의 알루미늄으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게다가 옆면의 ‘LACIE by S+ARCK’이 음각되어 ‘나, 필립 스탁임’을 과시한다. ‘나, 필립 스탁임’을 과시하는 또 하나는 터치 버튼의 ‘+’다.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는 이 +버튼은 'S+ARCK'의 +에서 가져온 것으로서 붉은 빛을 한 점 바닥에 떨구며 은근히, 그래서 더 그럴 듯하게 필립 스탁의 자손임을 자랑한다. 수석과 나란히 두면 ‘시적으로’ 잘 어울릴 것 같고, 메탈 장식품과 같이 둬도 ‘현대적으로’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가격이 2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