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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Interactive Architecture 이제는 빌딩과 대화한다

서진실  | 2007-03-20


뉴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도전은, 미디어 아트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뉴미디어와 별 상관이 없을 거 같은 생물학, 물리학 분야 사람들도 미디어아트 작가들과의 공동작업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다. 오늘은 생물, 물리처럼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는 아니지만, 최근 4-5년 전부터 불고 있는 건축분야의 새 바람, 인터랙티브 아트와 건축의 만남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가들은 스크린을 넘어서 우리들의 생활터전인 도시 공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건축가들은 예술가적인 실험정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수 십년 전부터 건축분야에서도 움직이는 건축물등에 대한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으니, 이러한 변화를 단지 미디어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두 분야가 화려한 결합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랙티브 건축 분야도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이번 기사에는 주로 건물의 외벽을 변형시키는 시도를 한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작품들은 주로 밤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이는 프로젝터나 조명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건물에 어떠한 손상도 주지않고,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건물 외벽에 다양한 이미지를 투영하거나, LED, 형광등 등의 조명시설을 건물 외벽에 설치하여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였다.

http://graffitiresearchlab.com/?p=74


우선 프로젝터를 사용한 작업부터 살펴보자면, 첫 작품으로 뉴욕에서 활동중인 그래피티 리서치 랩의 작품인 L.A.S.E.R. Tag를 꼽고 싶다. 뉴욕의 브룩클린이나 퀸즈지역에 가면, 도시 곳곳에서 그래피티를 볼 수 있다. 뉴욕 빈민가의 낙서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현대 미술의 중요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그래피티. 그래피티 리서치 랩은 이러한 그래피티의 문화를 연구하고, 뉴미디어 시대의 그래피티를 시도하는 단체로 2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작가그룹이다. 이들은 뉴욕의 비영리 예술단체인 Eye Beam의 오픈랩의 지원을 받아 활동한다. 이들의 목표는 그래피티를 통한 사회와의 소통이다. 예전의 그래피티가 스프레이 물감으로 그려졌다면, 그래피티 리서치 랩은 현대 미디어아트에 영향을 받아 아주 실험적인 기술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 기사의 후반부에 소개될 LED throies와 함께 이들의 최근 작품L.A.S.E.R. Tag는 빛을 이용하여 그래피티 문화를 아주 잘 표현했다.

* L.A.S.E.R. Tag는 건물에 레이저 빔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아주 강한 초록색 laser 빔을 건물에 쏘면, 그 흔적을 따라 프로젝터가 빛을 투영하여 마치 빛으로 낙서를 한 것처럼 만들어 준다.


이들은 대부분의 기술적인 자료를 인터넷 상에 공개하고, 경험을 다른 그래피티 작가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성능좋은 레이저 빔과 프로젝터만 구할 수 있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우리 아파트 벽에 빛으로 그린 그래피티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http://www.lozano-hemmer.com/proyecto.html


Rafael Lozanno-Hemmer의 Body Movies는 네덜란드 미디어아트 그룹 V2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네덜란드 Pathe 극장 건물 외벽에 프로젝터와 조명을 이용하여 도시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소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 극장의 외벽은 흰색 천으로 가려져 있고, 맞은편 바닥에 설치된 강한 조명 외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조명이 비치는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아무것도 없던 벽에는 사람들이 그림자가 크게 드리운다. 그리고 그 그림자 너머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이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걸어가는 사람들, 아이 손을 잡은 엄마, 멋진 도시 아가씨 사진까지 그림자 속 세계는 또 다른 사람들의 사회와도 같다. 사진 속의 그들은 움직이지 않지만, 스크린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의 움직임 속에서 마치 팔, 다리가 살아나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드리드, 멕시코, 몬트리올 거리에서 촬영된 인물사진들을 먼저 극장 벽에 프로젝트를 이용하여 투영하고, 그 위에 아주 강한 빛을 쏘아서 아래 인물 사진들이 안보이도록 했다. 사람들이 빛을 가리면, 그 강한 빛 속에 가려진 인물들이 보이게 된다. 사람들은 빛에 가까이 가고 멀어짐에 따라 그림자 크기를 조절하면서 때론 옆에 서 있는 사람들과 그림자 놀이를 하기도 하고, 그림자 속 인물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예전부터 그림자놀이는 단순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놀이로 역사를 통해 알려져 왔다. Body Movies는 그림자 놀이를 통해 사람과 빌딩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새로운 관계 형성을 돕는 작품이라 하겠다..
Video : http://www.lozano-hemmer.com/video/bodymovies.html

다음은 현재 가장 많은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조명을 이용하여 건축물의 외관에 변화를 준 시도들을 살펴보자. 한국의 밤도 많은 변화가 있는 거 같은데, 지난 크리스마스 때 한국 친구들의 사진 배경으로 많이 등장했던 청계천의 루미나리에도 도시 풍경을 조명을 이용하여 완전히 재탄생 시킨 예라 할 수 있다.

http://www.spots-berlin.de/en/index.php?col=1


SPOTS는 베를린 Potsdamer Platz 지역의 한 사무실 빌딩 외벽에 설치된 1800 개의 형광등으로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작품이다. 2005년 이래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수많은 작가들이 작업에 참여했고, 인물, 도형, 텍스트 등을 이용하여 다이나믹한 애니메이션들을 선보였다.


이 빌딩은 Transition, Pop-up, Dropping Knowledge, Inner city Waltz 등의 제목으로 최근 3년 동안 수백명의 아티스트들의 캔버스가 되었다. 단순히 건물을 싸고 있는 한 층의 조명 레이어이지만, 이 레이어를 통해 건물을 얘기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며, 서로 소통하는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의사소통 창구가 되었다고 하겠다.


비엔나 Uniqa Tower 앞쪽 유리면을 전체를 감싸는 LED 애니메이션. 특히 이 작품은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 애니메이션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종류에 따라서 건물 자체가 일그러지고, 모양이 변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실제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혼란스럽게 만든다.

http://www.interactivearchitecture.org/kubik-modulorbeat.html


독일의 건축회사 Modulorbeat에서 제작한 Kubik은 1000리터용 물탱크를 160개 쌓아서 만든 임시 나이트 클럽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비디오 아티스트들이 클럽에서 VJ를 하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단순히 비디오로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이렇게 새로운 건물, 새로운 공간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60개 각각의 플라스틱 물탱크에는 야광 전구를 넣어서 프로그램으로 패턴을 컨트롤 한다. Kubik의 대형 라이트 블럭들은 강렬한 음악과 함께 클럽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컷이다.


매일 아침, 저녁, 동트고 해 질 무렵, 벨기에, 브뤼셀에는 거대한 기둥모양의 탑이 황홀한 빛을 내뿜으면서 어두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바로 브뤼셀의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이자, 브뤼셀을 움직이는 원동력 Electrabel 발전소이다. 21미터의 거대한 이 건물은 4000개 이상의 LED로 여러 패턴을 그려 내고 있다. 현재는 이 건물 아래쪽에 버튼을 설치하여, 지나가던 사람들이 손가락 하나로 거대한 건물의 조명을 직접 변형시켜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electrabel.acelis.net에서는 웹카메라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발전소의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 그래피티 리서치 랩의 LED Throwies는 그들의 뉴미디어 그래피티의 최초 발걸음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요즘 실로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LED에 불을 켜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전원이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모든 작품들은 수백, 수천개의 LED들이 전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전류를 공급한다. 하지만, LED Throwies는 제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초소형 배터리와 자석이 부착된 여러 색상의 LED들을 자성이 있는 벽면에 던져서 랜덤하게 패턴이나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도시와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의 작가적 정신이 돋보이는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그래피티가 그 나름의 예술적 의의를 가짐과 동시에 도시의 미관을 헤칠 수 있는 것처럼, 이 프로젝트 또한 한정적인 건전지의 수명과 수거의 불편함으로, 또 다른 건전지 쓰레기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많은 이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태양열 건전지를 이용한 Throwies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보스턴에서는 이 LED Throwies와 관련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보스턴의 한 광고회사가 만화 Aqua Teen Hunger Force 캐릭터(아래 사진)를 본떠 만든 LED판을 자석을 이용하여 도시 곳곳에 붙였고, 이를 본 어느 시민이 폭탁테러인 줄 의심해 신고를 함에 따라 도로를 막고 전체 수거하는 등 도시 전체가 한바탕 난리를 겪었었다.


비디오: http://graffitiresearchlab.com/?page_id=17#video

http://www.dexia-tower.com/


벨기에 디자인 아트 연구소 LAb[au]에서 제작된 Touch는 브뤼셀의 145 미터 높이 빌딩 Dexia Tower의 유리창에 조명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직접 패턴을 만들어서 건물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제작된 작품이다. Touch에 쓰인 조명은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띠형태의 조명으로 4200개 전체 유리창에 하나씩 설치되었다. Dexia Tower 앞에 설치된 스테이션에서는 사람들이 멀티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빌딩 조명 패턴을 만들 수 있다.

LAb[au]은 사람들의 입력을 통해 빌딩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 사람과 소통하는 빌딩을 만들어 도시가 사람과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 브뤼셀 시민들은 화려한 밤 풍경 뿐만 아니라 예술을 선물로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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