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 2006-10-10
필자가 지난달 시그라프 전시장을 방문했을때 많은 한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한국디자이너들의 작품이었고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이 시그라프를 통해 세계에 알려진다는 것은 자랑스러운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자랑스러운 사실은, 시그라프 인터렉티브 디자인 학생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학생이 한국인, 고계원씨 였다는 것이다.
이 달에는 고계원씨에 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고계원씨는 최근 Academy of art university를 졸업한 후 제일기획 뉴욕지사에서 근무하고있다. 소비자와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고계원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관심사가 해외진출, 그리고 유학에 쏠리고 있는 요즈음, 그의 작품과 설명 그리고 유학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상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Concept, design 과정, problem solving 과정 등.
작품 컨셉은 자연의 다양한 색상들에게서 차단되어 회색빛 도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다 접근하기 쉬운 컴퓨터와 그 스크린을 이용하여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다양한 컬러를 이용한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컬러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역할, 또 각각의 색상이 우리 삶 속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또 그 이론에 따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작품은 내용적인 면에서 3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General Information (Theory) 섹션이 있고, 색을 통해 명상과 스트레치 등을 이용한 치료기법인 Chakra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육감들을 기초로 한 이론을 색과 연결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Synesthesia 등이 있는 Special Usage (Application) 섹션, 마지막으로 파티나 생활에 이용할수 있는 컬러 라이트, 그날의 색을 알수있는 컬러 데이 플래너와 컬러 성격진단 및 궁합 그리고 모바일 버전 등 실생활에서 즐길수 있는 Accessory (Entertainment)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또한 RGB 컬러를 이용하여 스크린에서 출력하기 때문에 작품자체가 쓰고있는 원색의 컬러들이 작품 내의 글을 읽거나 비주얼을 보는데 있어서 눈에 부담을 주기 쉽기 때문에 컬러 컨트롤 기능을 만들어 작품 내의 모든 백그라운드 컬러, 글씨색, 글씨 크기 등을 유저 각자에게 맞게 바꿀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콘텐츠의 성격별로 4등분한 레이아웃 디자인을 통하여 인터페이스의 빠른 이해와 적응을 도와 유저가 보다 쉽게 콘텐츠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보았습니다.
수상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고계원 : 꼭 눈에 보이는 성과가 그 동안 제가 보낸 시간과 노력들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을 받고 나서 그 동안 유학생활의 과정들이 뜻 깊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물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이제 막 학생딱지를 땐 늦깎이 사회 초년병이므로 앞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큰상과 제 아는 모든 분들의 기대에 누가 되지않게 늘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네요.
졸업 후 취업을 목적으로 미국 쪽으로 유학을 오려는 분들을 위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고계원: “현실적인" 이라는 단어에 충실해 말씀드리자면, 학교생활을 하며 미국에 와서 작업한 풍부하고 높은 질의 포트폴리오가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위는 비자를 받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입니다. 미국인들은 실제로 학력을 보기 이전에 그 사람의 회사에서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인들이 비자를 스폰서해야하는 부담까지 감수하며 외국인을 고용할 때 그들의 계산은 우리가 당장 쓸모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의 생각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겁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최선을 다하다보면, 미국인들이 우릴 알아주고 또 인정해준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저는 우리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우리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시켜서 키우겠다는 생각은 취업 그 후의 얘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회사 면접을 보며 모든 면접관들이 저에게서 보고 느끼고 싶었던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수상경력, 학력 등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제가 해온 작품들을 보고 또 그 작품에서 쓰인 기술들과 능력들을 가늠하는데만 신경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풍부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미국에서 취업을 위해 가장 유학생활동안 중심을 두어 해야할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실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하지만 모든 디자인과 학생들이 회사에서 디자인 실무를 경험하고 나서 졸업을 맞이하지는 못합니다 . 실무경험 없이 졸업후 취업을 준비하려는 수많은 디자인과 졸업예정자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는 실무경험 못지않게 나만의 ‘ 디자인을 공부하는 방법 ’이 있었다면 ?
고계원 : 저는 디자인에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컴플렉스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디자인을 주의깊게 보게 되었습니다. 매우 창조적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보고 따라해보기도 하고 스크랩도 해놓고, 외워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선 하나하나 쓴 모양과 굵기, 변화부터 시작해서, 각각 다른 색상들의 배합에서 오는 분위기, 톤까지도 머리 속에 기억을 하려고 애를 씁니다.
디자인 능력을 높이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꼽습니다. 대학때 교수님들이 늘 과제들어가기 전에 내주시는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도서관에 가서 복사해오는 과제죠. 10장에서 많게는 100장까지도 복사를 해오라고 하시곤합니다. 그럼 모두가 수업전날 부랴부랴 도서관에 모여 자료를 찾아 복사하곤합니다. 가끔은 옆의 친구가 고른것을 같이 공유하기도 하구요. 저도 그것을 하는동안 이러한 과제는 정말 에너지 소모만 할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 과정이 저에게 있어서 제 작업을 보고 어떤 질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키우는데 무형의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사람의 작품을 보지않고는 타고난 재주가 있지 않는 이상 절대 자신의 작업에 대한 비평이나 반성조차 할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의 트랜드나 디자인의 흐름도 읽을수가 없죠. 전 컴플렉스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저에게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공부중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외에 유학생활을 통해 배운점이 있다면?
고계원 : 제가 유학을 떠나올 때 한동안 제 결정에 족쇄처럼 따라다니던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연 내가 해외유학이란 커다란 기회를 받을 만큼 자격이 되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란 것은 그것에 들인 만큼의 시간과 금전적인 것을 계산하여, 이후에 공부에 투자한 그 이상을 다시 걷어 들여야 한다는 제 생각이 너무나 짧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저에게 유학을 권해주신 은사님과 부모님께서 일깨워주셨습니다. 공부뿐 아니라 외국에 나와서 보고 느끼게 되는 많은 것들, 또 혼자 외국에서 살아가며 부딪치는 모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넘기고 해결해나가면서 한 발자국씩 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미국은 참으로 느리고 느긋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국 사람들은 누구보다 빠르고 열심히 하며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또 일을 합니다. 하지만 정말 미련해 보일 정도로 기초부터 다져가는 미국 사람들을 보며 어쩌면 저런 것들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저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고계원 : Art 와 Design 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만족을 시키기 위한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Interactive Designer 로서 타인, 곧 Client 와 User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싶습니다. 내것을 무조건 고집하기 보다 내가 배운것과 믿고 있는 것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타협 가능한 유연성있는 디자이너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 스스로가 ‘이유’있고 보편 타당한, ‘Reasonable Design’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