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 | 2003-07-13
프랑스에는 신문, 잡지, 정기간행물이 400여종이 된다고 한다.
'르몽드', '리베라씨옹' 등의 주요 일간지를 위시하여 '렉스프레스', '르 쁘엥왕'같은 시사주간지, '마리 끌레르' 등의 여성 월간지, '꺄이에 뒤 씨네마'나 '프르미에르' 등의 영화 잡지, '보자르'와 '아트프레스', '워일' 등 미술잡지들 그리고 '스삐루'와 '위니' 같은 어린이용 만화 잡지도 있다. 그뿐 아니라 '뉴스위크'나 '포츈 인터내셔널' 같은 영어 잡지를 비롯하여 몇몇 외국 잡지들도 다양하게 발행되고 있다.
자~ 그러면, 프랑스 신문들에 실린, 고삐풀린 상상력을 풍부히 가지고 있는 경향이 다른 삽화를 통하여 프랑스문화 엿보기를 해보자.
삽화의 다양성은 신문마다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서 제각각이다. 작가들의 정치적 사상에 따라 나타내고자 하는 시사적인 표현이 다르다. 하나의 단어아래 보여주는 만화 내용은 결코 모호하지 않다. 명료하고 대중에게 잘 전달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정확하다.
시사만화가는 항상 일반적인 사회성을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다른 정보를 참조하여야 한다.
우선 주요 신문들은 아래와 같다.
* 르몽드 Le Monde (성격: 중도좌파)- 사진을 쓰지 않고 삽화만을 사용한다. 광고도 거의 없고 기사들로만 가득찼다. 삽화를 과감히 신문의 반페이지 또는 전면까지도 사용한다. 기사들이 심도 있는 것, 주로 분석 해석기사들이 많다.
* 리베라시옹 Liberation (좌파) - 사진반+ 삽화반, 프랑스는 독자가 적은 극좌.극우성향 신문까지도 재정난 때문에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매체의 다원성을 소중히 추구한다.
* 휴마니떼 L'Humanite (공산당)- 소련이 붕괴되고 공산주의가 사라졌어도, 프랑스에는 아직도 공산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8%를 차지한다. 공산당 신문 휴마니떼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 르 파리지엔느 Le Parisienne (중도좌파) - 삽화는 거의 쓰지 않고 사진들로만 구성- 가격이 다른 신문에 비해 저렴하고 읽기 쉬운 대중적인 신문이다. 일상생활에 유용한 것들과 문화, 사회 기사가 강하다.
* 르 까나 Le cannard - 사진없이 삽화로 밀고 나간다. 삽화들이 기사와 함께 같은 분량을 차지하기도 하며 만화가 거칠고 개성이 강한 것들이 많다. 사회, 정치인의 사생활 폭로 전문지로 이 신문도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본다.
* 르 피가로 Le figaro (보수우파) - 한국기자들이 많이 본다. 끼리끼리(?)... 우파 눈에는 우파가 이쁘게 보이는 법.
프랑스에 있는 신문들의 성질이 모두 다르듯이, 활약하고 있는 만화가들도 정치적으로 자기 사상과 맞는 곳에 참여한다. 색깔이 다양한 신문 중에서 주황색, 르몽드에 나오는 삽화가들의 시사만화들을 구경해 보자. 다음번에는 리베라시옹과 르까나에 나오는 거친듯하지만 독자적인 화법을 갖고있는 삽화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삽화로 본 프랑스 1
▲삽화 설명 : 글쓰는 이들의 힘을 역사적 시대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펜이 칼이다"
르몽드 신문의 터주대감인 삽화가. '세르궤이' SERGUEI - 그는 극도로 절제된 외선들을 사용하여, 날카롭게 시대에 알맞은 표현을 해낸다. 세르궤이의 삽화는 단어(글)가 없다. 데상만으로 대중에게 정확하게 생각하는 것을 전달한다.
한 컷의 만화 안에 깊은 철학의 사상과 시대에 알맞은 표현을 일축해 내는 고도의 작업이 필요로 하는데, 정말로 날카로운 지성과 철학을 겸비해야만,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를 갖춘 자 만이 나타내는 작업일 것이다. 아마도 회화보다도 대중에게 더 직접적이고 쉽게 파급 효과가 크다.
♠ 삽화로 본 프랑스 2
▲삽화설명: (좌) "누구야, 이 괴물은 ?!" 우리 애들이잖아!.. / (우) "당신은 여기에 있음" --- 판쵸
PANCHO의 삽화, 두컷을 모아 놓은 것인데, 청소년문제에 대한 것과, 유럽연합의 미로 같은 길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삽화를 보시고 여러분이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판쵸 PANCHO의 삽화는 르몽드 신문에 항상 1면 중앙에 놓여있다. 르몽드는 사진을 쓰지 않고 기사들과 함께 삽화로 이루어진다. 현재 언론매체들이 칼라가 판을 치는 세상에 아직도 색을 아끼고 있는 흑백 신문이다.
신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면에 주요기사에 해당 하는 것이 삽화로 채워지는 것은 한국신문과 비교해 보면 상상을 못할 일이다. 그만큼 만화에 대한 생각들이 직접적인 사진보다도 더욱더 예술적 가치를 크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삽화로 본 프랑스 3
▲삽화설명 : (좌) 질문 / (우) 재교육
깔리가로 CALLIGARO의 삽화는 독자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좌의 삽화는 주식시장의 문제를,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주식동세를 보면서 열받아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고, 우의 삽화는 재교육;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같은 얼굴을 한 머리를 자르고 서로 다른 생각머리와 다리를 집어넣고 있다.
대부분의 삽화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단어(글)를 쓰게 되면 그림이 주는 의미보다 언어가 먼저 사람 마음에 닿아서 그림의 힘, 감상자의 상상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글을 쓰지 않고 그림만으로 생각을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명쾌하게 고도의 기술로 자기만의 선으로 사회상을 풍자하여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예술의 극치인 것 같다.
♠ 삽화로 본 프랑스 4
▲삽화설명 : (좌) 정보의 홍수화 / (우) 학교와 기업
니꼴라 비알 NICOLAS VIAL 의 삽화는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독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감상하여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바짝 다가가 앉아있다. 개개인의 정보들이 모여서 컴퓨터를 통해 뒤쪽으로 수많은 정보 나부랭이들이 쏟아져 내려간다.
사람들의 폼을 보니, 스필버그의 영화 ET가 생각이 난다.
미래의 사람들 모습이 ET가 되는 것이 아닐까?
컴퓨터에 메달려 모니터를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어 목은 길어지고, 눈은 툭 튀어나오고, 수많은 정보들을 입력시키기 위해선 머리통이 저절로 커지고, 움직임이 없이 하루종일 앉아 있어 배가 불룩나오고, 키는 자라지 않고 구부정한 어깨, 자판은 독수리 타법으로 타이핑을 하거나 마우스를 가운데 손가락으로 이용하여서 그것만 길어지는... 이티는 아마도 우리들의 모습 일것이다.
잡다한 정보 나부랭이가 과연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
아직도 한국의 카툰(만화)시장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자기의 색깔을 가진 작가군도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생각하는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지 않아 활동하기가 어렵다.
일일이 단어로 알려주어야 하고 만화는 재미있어야만 된다는 저급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골치머리를 앓게 하는 것들을 싫어한다.
삽화(만화)를 감상하는 데도 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린 사람 못지 않게 보는 사람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컷의 그림 안에 깊은 철학을 담고 있는 삽화를 보는 사람의 훈련이 필요하다.
삽화(카툰)이야말로 보편성과 대중성이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대중성은 언어와 지역의 벽을 뛰어넘는 이해의 폭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정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