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ㅣ 몬트리올 | 2013-09-11
올해로 13번째 개최되는 La mois de la photo à Montréal 전이 ‘Drone : The Automated Image(드론 : 자동화 된 이미지)’라는 타이틀과 함께 몬트리올 14개의 전시관에서 열렸다. 9월 5일부터 10월 초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영국계 큐레이터 폴 웜벨(Paul Wombell)이 참여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을 자동화, 기계화 방식으로 표현한 실험적인 작품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몬트리올 중심가에 위치한 ‘복스 현대 사진 전시관(VOX Centre de l’image contemporaine)’에서는 특별히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글, 사진 l 김선정 몬트리올 통신원 (sj-kim2009@hotmail.com)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과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인간의 힘이 닿을 수 없는 영역, 우리가 도달 할 수 없는 공간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데는 자동화 되어가는 기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카메라와 로봇이 중심이 된 4명의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맥스 딘(Max Dean)의 시간 기반 미디어(Time-based media)를 적용한 ‘As Yet Untitled’는 인간의 생각과 표현하기 어려운 공간을 색다른 방법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다. 시간 기반 미디어(Time-based media)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하나의 관점이 되어서 동영상이나 오디오 클립과 같은 미디어를 이용하여 결과물을 받고 전달하는 하나의 기법이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의도한 생각과 관객의 생각을 교감하는 방법을 하나의 기계를 이용해 나타낸 것을 볼 수 있다. 기계의 오른쪽에 설치된 박스에는 가족에 관한 사진들이 들어있다.
먼저, 회전하는 로봇의 팔이 한장의 사진을 선택한 뒤, 그 사진이 정면에 있는 관객에게 보여지게 되고, 그 관객 바로 앞에 놓여진 두 손바닥 모양의 기계 하나로 사진이 보전되거나 파괴된다. 만약 보는 사람이 두 손바닥을 터치하게 되면 그 사진은 반대쪽에 있는 보관함으로 가서 보전되는 것이고, 반대로 터치하지 않으면 아래 설치된 분쇄기로 떨어져서 사진은 파괴되는 것이다. 그 분쇄된 사진은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져서 한쪽에 쌓이게 된다. 기계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멈추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기계의 지속성은 끊임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며, 누군가의 과거가 기억되거나 혹은 버려지는 것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나타냈다.
또 다른 작가 바바라 프롭스트(Barbara Probst)의 ‘Exposure #55’ 에서는 각각 다른 렌즈와 다른 각도로 카메라 위치를 정하고 리모콘으로 모든 카메라 셔터를 동시에 눌러서 각기 다른 사진들을 동시에 찍어서 다양한 관점의 시각을 전달한다. 이와 같은 기법은 같은 공간 속에 한 가지 장면만 전달하기 보다는 여러 시점에서의 상황을 표현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진이 시간의 한 순간을 멈추게 하고 그 순간만을 기억하기 보다는 잃어버린 공간의 개념을 확장시켜 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고, 이는 다양한 시선들을 바라보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기계의 자동화가 발달됨에 따라 카메라는 Drone(무인항공기)의 특징들을 갖게 되었다. 직접 뷰파인더를 통해 보지 않아도 자동으로 노출과 포커스가 조정되고,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곳까지 볼 수 있으며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보는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기계의 힘에 의지함에 따라 카메라는 인간의 몸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됐고, 단순한 기계가 아닌 우리가 바라는 세계를 보여주며 공존하는 매체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본 전시는 실제 현실이지만, 묘하게 현실을 벗어난 ‘카메라’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