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 | 베를린 | 2013-03-13
박람회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독일은 매년 수많은 박람회로 독일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독일 무역의 중심인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암비엔테(Ambiente)라는 국제 소비재 박람회가 있다. 이 곳에서는 4,500여 개의 독일기업과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신상품을 소개하고 바이어들은 좋은 제품을 먼저 섭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14만 명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이 박람회에서 특히 주목되는 프로그램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놓은 탤런트(Talents)다. 여기서는 탤런트의 두 섹션 다이닝(Dining), 리빙(Living)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본다.
글, 사진 | 이상혁(hello@leesanghyeok.com)
암비엔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하는 박람회 중에서도 그 규모가 크기로 유명하다. 소비재 박람회라는 타이틀에 맞게 독일기업 및 전 세계 기업 약 4,500여 기업들이 참가해 자신들의 신기술을 소개하고 홍보한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다이닝(Dining)과 리빙(Living) 그리고 기빙(Giving)이다. 전체 11홀 중에 반을 차지하는 다이닝 섹션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일 냄비의 자존심인 휘슬러(Fissler)라든지, 쌍둥이 칼로 잘 알려진 헹켈(Henckel) 등 부엌과 요리를 위한 홀이다. 냄비, 팬, 칼, 도마, 세라믹 그릇, 유리잔, 컵 등부터 캠핑을 위한 바비큐 세트까지 다양했다. 리빙 홀은 가구부터 시작해서 노트, 램프, 서랍, 액자, 데코(deco) 등 우리가 살면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소비 물품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기빙(Giving) 홀은 선물, 문구류 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공간인 탤런트는 다이닝, 리빙 두 섹션으로 나눠져 다이닝 홀에는 컵, 주전자, 유리잔 등의 식탁용구(Tableware)를, 리빙 홀에는 가구와 램프, 소파 등의 새롭고 신선한 디자이너들의 제품이 소개되었다.
디자이너들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소재의 사용과 전통적인 기술과 결합한 자신들만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마 준 리앙(Ma Jun Liang)의 작품은 전통적인 찻잔과 밥그릇의 모양은 유지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방법으로 유약을 발라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체코에서 온 이바(Iva)와 야쿱(Jakub)의 디-자인(de-sign)은 체코의 훌륭한 백자 기술을 자신들만의 모양의 그릇을 만든 다음, 일러스트레이터나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30개의 독특한 그릇이 되었다.
반면 에스토니아에서 온 라일리(Raili Keiv)는 백자와 콘크리트라는 상반되는 성격의 재료를 혼합해 훌륭한 대조를 선보였다. 컵과 주전자는 한 세트로 콘크리트 손잡이가 주는 묵직함이 새롭게 다가왔다. 핀란드에서 시적인 금속을 보여준다는 자신들의 신조에 맞게 스테인리스스틸(Stainless Steel)을 가공하여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깔과 그에 맞는 형태를 디자인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 또한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Joy of Cooking Together)이라는 작품으로 참여했다. 요리하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푼 디자인으로 요리도구가 만드는 소리를 타악기의 특징과 결합해 서로 다른 톤을 가진 소리를 만들어 내는 요리도구들을 선보였다. 요리하면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이 작품은 요리를 통해 좀 더 두터운 정을 쌓을 수 있고 그 과정을 재밌고 즐기게 해준다. 도마시리즈는 곧 상품화 될 예정이기도 하다.
암비엔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뿐 만 아니라 아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일본 동경,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Interior Lifestyle) 박람회에 암비엔테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독일 암비엔테의 플랫폼(Platform)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작년 상하이 박람회에서 젊은 디자이너로 선정된 란 티안(Lan Tian)은 올해 암비엔테 탤런트에 초대되었다. 단아하게 디자인된 백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일 뮌헨에서 공부한 토니 바우만(Toni Baumann)은 양념 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디자인했다. 양념 통은 철저히 그 통의 디자인과 기능에 충실하게 발전되어 왔고 그 디자인 또한 무궁무진하다. 토니는 후추, 마른고추, 베이즐(Basil) 등의 재료의 원래 모습을 보며 후추가 갈린다거니 베이즐이 얇게 잘리는 등의 과정을 시각화함으로써 식탁에 놓인 양념 통이 아니라 그 재료를 보고 이해하며 음식을 즐기는 디자인으로 풀었다. 철을 주조해 만든 과일 등을 담는 그릇은 베개로 만들어진 푹신한 쿠션 위에 놓는 것도 재미있었다.
많은 기업이 참여하며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도 국제 박람회의 주된 기능이지만 박람회 자체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의 플랫폼을 지원은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꼭 필요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제품을 홍보하러 온 기업의 마케팅 혹은 기술자, 심지어 기획자 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새로운 디자이너를 원한다. 암비엔테가 지원하는 탤런트 섹션은 신인 디자이너와 기업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학교를 졸업한 신인 디자이너들은 이런 기회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암비엔테는 벌써 12번째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그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관련링크
암비엔테 http://ambiente.messefrankfurt.com
디-자인(de-sign) http://studio.de-sign.cz
라일리 카이브(Raili Keiv) http://railikeiv.genresis.com
라티메리아(Latimeria) http://www.latimeria.fi
이상혁 http://leesanghyeok.com
토니 바우만(Toni Baumann) : http://www.tonibauman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