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 도쿄 | 2012-08-02
사람들은 손으로 많은 것들을 창조해 낸다. 창조하는 자들은 손(manus)으로 생각(mind) 펼쳐 만져 느껴지는 미적 가치를 완성시킨다. 손이 곧 당신의 머릿속과 직결 되었있다는 것이다.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느끼게 되지 않는가? 비단 디자이너들 뿐만이 아니라 각 분야의 많은 장인들이 손으로 상품이상의 감성적이며 예술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시간이 흘러 오래된 것들은 잊혀져가는 동안 장인들의 손을 탄 명품들은 시간과 함께 장인의 손을 거쳐 진화하고 있다.
글, 사진| Jun(de_sugnq@naver.com)
우리가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사는 에르메스의 버킨백도 각 파트의 장인들이 혼신의 힘으로 만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날에는 모두 없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낸다.
깜봉거리 샤넬의 공방도 다르지 않다. 패션쇼의 전날에 발표를 고대하던 드레스에 자수의 열이 삐뚤어진 것을 눈치채면 가차없이 그것들을 버리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도자기를 빗는 장인들이 가마앞에 망치를 들고서서 색이 고르지 못하거나 완성도가 낮은 도자기들을 가차없이 부수는 순간이 어쩌면 장인들에게 있어서는 장인의 이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공방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년간 다져진 장인들의 손으로 한땀한땀 실을 꿴어 소위 말하는 명품을 만들어진다.
어느새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새로우면서 독특한 제품들의 인스턴트식 소비가 반짝 환영받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지만 비싼 값에도 명품이라는 이름하에 샤넬이나 루이비통과 같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명품들은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아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명품이란 작은 차이가 낳는 산물이고, 그것을 장인들은 잊지 않고 노력하고 계승해 왔기 때문에 시간과 함께 숙성된다. 자연스레 시골의 공방에서 대대로 이어가던 장인들이 완성한 [명품]들은 세계 각국에서 그 존재가치를 뽐내며 쇼윈도의 가격표가 그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당당히 숫자의 꼬리를 늘어뜨리고 말이다.
일본에도 많은 장인들이 있고 기모노 한벌을 만드는 장인들을 보거나 그들이 만드는 정교한 예술품을 보노라면 사람의 손길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비단 공예품이나 기모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이 생활속에서 매일 접하는 차(茶)문화속에서도 장인정신이 깃든 작은 명품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따뜻한 차 한잔에 곁들이는 작은 다과 하나를 만드는데 있어서도 장인정신을 발휘한다. 매일새벽 그들은 제자들과 촘촘한 손끝으로 분주히 본래 가진 맛에 흔들림이 없는지 확인하고 개선하며 긴장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과자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한다. 긴긴시간 정성으로 숙성되어온 끝에 깊이를 갖추게 되고, 존속되어 작고 소소한 존재이지만 큰 자부심으로 자져진 간판을 등에지고 시니세(老舗)로서의 명성으로 이어지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시니세(老舗) = 오래된 가게. 대체로 명가를 가르켜 말한다
(예를들어 에르메스도 일본식 표현을 빌러 프랑스의 가죽제품의시니세(老舗)라고 할 수 있다)
백년을 훌쩍 넘긴 시니세들은 간판에 깊게 새겨진 세월의 흔적과 그들이 지켜온 장인의 자부심으로 작은 명품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낡기만 한 것들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간다. 명품이 왜 명품이고 명가가 왜 명가이겠는가?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명품, 명가라 칭하지 않는다. 오랜세월에도 유행에도 끄떡없이 계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스스로가 노력으로 변화를 꾀하며 시대와 함께 살아 숨 쉬기 때문이 아닐까.
근래에는 시니세들도 고집만 부리고 간판을 지키는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흔히 아는 쇼윈도의 값비싼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그러하듯 찻상의 작은 명품들도 니즈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 진화하고자 노력한다. 여느 명품들처럼 백화점에 진출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더해 맛의 계승만이 아닌 브랜딩디자인의 힘을 빌어 세련된 패키지를 더해 백화점의 유명 양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쇼케이스위에 당당히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한 곳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하는 신주쿠나카무라야의 안미츠만을 픽업한 issui라는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의 재미있는 점은 일본의 전통 스위츠 중의 하나인 안미츠를 각기 다른 토핑재료들이 갖는 아름다운 색을 즐길 수 있게 개별 분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투명한 탑에 담아 제공된다는 것이다.
올려진 순서대로 가장 아래의 베이스가 되는 재료위에 보이는 순서대로 토핑을 하면 예쁜 あんみつ(餡蜜)가 완성되게끔 디자인된 패키지 이다. 탑 자체의 아랫쪽이 길고 크게 제작되어서 그대로 토핑해 먹을 수 있고 이미지와 같은 그릇에 멋스럽게 담아 손님용으로 내 놓기에도 좋다. 토핑은 원하는 대로 종류를 골라 자유롭게 구성 가능하며 토핑재료 수를 추가하면 더 높은 탑을 만들 수 있다.
오랜 시니세의 전통이 미각은 물론이거니와 투명한 탑에 담아 선사함으로써 한 눈에 아름다운 색색깔 반짝이는 보석들을 보는 듯한 즐거움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손맛이 전통이라는 이름의 빛바랜 보석과도 같았던 장인의 손맛과 어우러져 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명품으로 재탄생 시켜준 좋은 예가 아닐까?
사이트 정보 http://www.nakamuraya.co.jp/products/issui.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