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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온고지신 정신을 보다

임보령 | 2011-10-07



피자, 파스타, 와인, 피사의 사탑, 콜로세움 등 세계적인 문화예술을 가진 나라 이탈리아. 우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도시로 수도인 로마를 비롯해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스파클링 와인 중 하나인 '모스카토 다스티'의 생산지, 아스티 지방 또한 유명하다.

, 사진 | 임보령 이탈리아 통신원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올해 여름부터 추진된 대한민국 지식경제부와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정부의 공동 사업인 '글로벌 디자인 인턴쉽 마스터 과정'의 참가자로,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아스티는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숨겨진 보물인 이 곳에는 다른 유명한 도시들과 견줄 수 있는 지역적 특색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매년 9월 마다 열리는 축제들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에 위치한 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진 아스티는 매년 9월이 되면 다양한 축제들로 분주해진다. 그 중 ‘38˚ festival delle sagre(38번째 페스티벌 델레 사그레)’는 아스티 지방의 와인과 음식을 축복하기 위해 1974년 처음 개최된 축제로, 매년 9 2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이탈리아에서 유일무이한 축제다.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이 날을 위해 한 곳에 모일 정도로 유명한 이 축제를 통해 아스티의 지역성을 살펴보았다.





축제에 도착한 오전 무렵, 아스티 광장에서는 19세기에서 20세기의 이태리 전통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 당시 생활을 재현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었다. 농사를 지으러 가는 길, 트렉터에서 아코디언 연주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농부들, 데이트하는 커플들, 제복을 입은 청년과 당나귀를 몰고 다니는 젊은이 등은 그 시대의 모습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단순한 행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쪽에는 아스티에서 생산한 와인과 향토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스별로 마련되어 있었다.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여기저기서 와인을 즐기는 청년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커플들을 보며 축제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 가끔은 들것을 든 구조대원들이 분주해 보이기도 했지만, 축제 이름이 38˚(38번째)가 아닌 38˚(38)가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축제 열기 또한 굉장히 뜨거웠다.


 



아스티 시는 매년 이 축제를 위해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다. 또한 이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각 지에서 자원하여 모인 인원이 3000명 이상이 된다. 보이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스티의 전통과 지역적 특성을 널리 알리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온고지신의 정신을 담고 있는 그들의 지역성이 이탈리아로 하여금 전세계적으로 '3F(Fashion, Food, Furniture)분야'에서 디자인적으로 가치 있는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제품들을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거장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작품 중 '메차드로'는 위에서 언급한 지역성과 디자인의 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좋은 예이다. 메차드로는 제작된 1971년 당시에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의자였다. 트랙터에 부착된 의자와 금속으로 된 다리, 나무 받침의 조화는 기존의 의자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능위주의 제품들이 디자인되던 때에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해 만들어진 미래지향적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지켜야 할 것은 지키되, 오래도록 규격화 되어 변화가 필요한 것에는 과감하게 변화를 주려는 '온고지신'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반영된 디자인 중 하나가 메차드로였다.




아스티 지방의 축제를 통해 지역성과 그 시대의 흐름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옛 것을 지키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역성이 이탈리아가 디자인 산업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꾸준히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앞으로도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이탈리아의 지역성과 그것이 스며든 디자인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태리 생활이 더욱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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