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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슈퍼마리오 없는 슈퍼마리오

한윤정 | 2011-09-07





뉴욕을 떠나기 일주일 전 휘트니 뮤지엄에서 열리는 코리 알칸젤(Cory Arcangel)의 프로툴즈(Pro Tools) 전시에 부리나케 다녀왔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휘트니 뮤지엄의 한 층을 자신의 작품으로 도배한 이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디어와 사람, 문화의 관계를 파고든다. 철 지난 비디오 게임, 진부한 레디메이드 소품들, 싱글 채널 비디오, 키네틱 조각, 프린트, 드로잉 등 다양한 예술과 기술의 형식을 넘나들며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는 코리 알칸젤의 작품세계를 엿보도록 하자.


 


, 사진 | 한윤정 LA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전시 제목인 프로툴즈(Pro Tools)는 음악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알만할 정도로 유명한 사운드 소프트웨어의 이름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는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하고 편집하고 재조합한다. 이 소프트웨어의 이름을 전시 제목으로 사용함으로 알칸젤은 자신의 작품도 이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재조합하고 편집하는 것이라고 연결성을 지은 듯 하다. 또한, 프로 툴즈는 프로페셔널 툴즈의 약자로 볼 수 있으므로 알칸젤이 말하고자 하는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 툴즈의 믹스매치를 비꼬는 말로도 사용된다 한다. 그가 말하는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 툴즈는 과연 무엇을 일컫는 것일까?





전시가 열리고 있는 휘트니 뮤지엄의 한 층에 발을 딛자 마자 거대한 멀티 프로젝션 작품이 펼쳐져 있다. ‘Various Self Playing Bowling Games’ 라는 제목을 지닌 이 작품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볼링 게임의 영상을 캡쳐해서 파노라마 식으로 프로젝션해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의 픽셀로만 가득한 단순한 게임 그래픽에서 2000년대의 발전된 3D그래픽과 실사 그래픽까지. 그런데 이상하다. 모든 볼링 게임에서 주인공이 공을 굴리면 모든 공이 다 옆의 땅굴(?)로 빠져버린다. 하나도 볼링핀을 맞추는 공이 없다. 여기서 알칸젤은 그의 유머를 곁들인다. 게임을 통해 거는 기대에 대한 좌절을 포착하면서, 알칸젤은 기능적인, 기술적인 도구에 대한 의지박약과 그것에서 오는 온라인 상의 기대와 부흥을 갖는 인간의 모습을 비춘다. 상징적이라고 하지만 꽤나 영상은 좌절스럽다. 굴리는 모든 공이라고는 다 빗나가 버리니까기계에 무한정으로 기대버리는 약한 인간은 과연 이런 모습일까?




알칸젤은 레디메이드(Readymade: 이미 만들어진 일상소품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의 작품 ‘Research in Motion (Kinetic Sculpture #6)’ (2011)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리고 약간은 철이 지난 옛날 스타일인 알루미늄 직육면체 스탠드의 구조와 형태를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으로 변형한 것이다. 언뜻 보면 솔 르윗(Sol Lewitt)의 미니멀한 사각형태의 조각과 설치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알칸젤은 그것에움직임을 가미하여 가장 일상적이고 단순한 형태에 키네틱 아트의 정신과 유머를 곁들여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또 다른 작품시리즈인 ‘Photoshop Gradient Demonstrations’은 몇 가지 시리즈의 포토샵 칼라 그래디언트 이미지 작품이다. 포토샵에서 가장 단순하게 사용되는 그래디언트 효과는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해봤을 만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이 단순한 기능을 신랄하고 통쾌하고, 시원하게 다양한 색 변화를 이용해 프린트를 하였다. 그리고 각 프린트의 제목은 꽤나 기능적이다. 그래디언트를 만들 때 잡았던 x좌표와 y좌표의 위치, RGB색값, 그리고 해상도를 나타낸다. 이 제목만 본다면 누구나 한 번의 긴 클릭을 통해 알칸젤과 똑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알칸젤은 이 작품을 통해, 대중들이 소비적인 시스템에서 어떻게 자신들을 표현하는지, 얼마나 노동집약적인 방법에서 인간성이 제외되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무의미한지를 꼬집어낸다. 과연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낸 기능을 따라 하는 우리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 전시에 소개된 또 다른 알칸젤의 시리즈는 ‘CNC Wireform Demonstrations’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설비를 통해 알칸젤이 제작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 무작위의 형태로 하나의 선이 제작되고 그 선은 철사로 제작되었다. 위에 소개한 작품들과 하나의 맥락에 있어서, CNC머신이라는 것을 통해 자동으로 제작되는, 그리고 그것에 무작위라는 요소가 더해져 과연 우리가 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인지 기계가 우리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 외에 전시에서 소개된 작품들에는 관람자가 직접 골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세팅 해놓은 작품 ‘Masters’ (2011), 그리고 연예프로의 한 영상을 따와 고등학교 AV시스템처럼 꾸며놓은 작품 ‘There’s Always One At Party’ (2010),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즐겨 들었던 90년대와 2000년대 대중 음악의 CD 를 모두 모아 프린트해놓은 작품들로 다양하다. 대중적으로 사랑 받았던 모든 전자매체, 소프트웨어, 기계, 게임, 미디어 등을 그는 폭넓게 작품의 소재로 받아들이고 변형시키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이번 전시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알칸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에 큰 공을 대표적인 작품이 있다. ‘Super Mario Clouds’라는 싱글 채널 영상 작업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모든 캐릭터는 다 지워버리고 구름만 남긴 작품이다. 아이러니하다. 그 외에 그의 몇 가지 영상 작품들도 감상해보도록 하자.





 


Super Mario Clouds


 






Video Ravingz


 



 


Video Ravingz


 






F2


 


프로툴즈라는 이름 하에 모여 있는 그의 작품들은 다층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아이러닉한 기술제품들의 오늘날의 문화를 그리는 역할을 반영한다. 알칸젤의 작품은 기술 제품에 대한 동경과 매력을 꼬집어내고 그것을 비평한다. 그의 작품의 핵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성은 우리가 기술 제품과 플랫폼을 통해 우리 자신을 표출할 때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포토샵에서부터 유튜브까지) 그것은 우습지만 창조적이며, 어색하면서도 참으로 불쌍한 연민까지 느껴지는, 조금은 부끄러울 수 있는 21세기의 새로운 인간성인 것이다. 알칸젤은 예술사에 이러한 예술적 표현을 연결하고, 팝문화가 어떻게 반고의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예술 작업과 시도들에 녹아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작품은 겉으로 보아서는 그냥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기술제품, 소프트웨어, 컴퓨터 도구 등의 간단한 학습형태에서 오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그 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그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철 지난 기술도구들을 재해석하고 실험하고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의 당당함이 인상 깊은 전시였고, 앞으로 그가 또 어떤 게임, 소프트웨어, 미디어를 해킹하고 예술로 승화시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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