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디자인 학교로 통하는 길

프랑스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바캉스다. 일년을 일하면서 법적으로 25일, 5주를 쉬도록 보장받는 나라. 8월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인구 이동이 있으면서 산업 활동은 잠시 미루는 달이다. 이때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후년 봄에 있을 원서 지원을 위해 각 대학들의 정보를 미리 알아본다. 이 시기에 맞춰 파리 12구 le Viaduc des Arts의 VIA갤러리에서는 국립과 사립 디자인 학교를 소개하는 전시를 두 달간 개최한다.

글, 사진│ 김윤정 프랑스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le Viaduc des Arts는 ‘예술의 고가도’라고 직역할 수 있다. 윗층에는 1987년도에 파리-바스티유와 바렌느-쌩모를 연결하던 고가 철교를 개조해서 만든 1.5km 길이의 지상 공원(La promenade plantée)이 있고 그 아래에는 철교를 받쳤던 원형기둥이 보인다. 이곳은 64개의 굴다리(les bouts)들을 막아서 기념품 가게와 식당 등으로 사용해 오다가 최근에는 목공예와 섬유예술, 제지산업, 금속공예, 현악기 제조, 산업 디자인 분야 장인들의 작업장과 작품을 선보이는 현대판 산업예술의 진열장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점차 변화되었다. le Viaduc des Arts라 하면 지상 공원과 그 아래 굴다리 전시장들을 총칭하는데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작가들의 서류를 접수 받고 심사에 통과된 작가들에게 평균 150m²면적의 장소임대 기회가 주어진다.

le Viaduc des Arts의 긴 산책로 아래의 아뜰리에와 전시장들 중 한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라틴어로 ‘길’이라는 뜻도 있는) VIA(Valorisation de l’Innovation dans l’Ameublement)는 1979년도에 산업부 장관(Ministère de l’Industrie)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가구디자인 산업 개발 회의Comité de Développement des Industries Françaises de l’Ameublement(CODIFA)에 의해 창립된 협회이다. 가구와 조명, 테이블 예술, 장식 악세서리, 카페트, 섬유 디자인 분야의 혁신을 위한 도움과 인재 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1995년부터 le Viaduc des Arts 산책로의 원형다리 64개 중 5개, 약 900 m²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7월8일에서 8월28일까지 VIA갤러리에서는 프랑스 전국에 퍼져있는 예술 학교들 중 27개 학교, 65점의 학생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론적이거나 문화적인 혹은 상업적인 목적이 없는 여름 휴가와 같은 가벼운 전시이면서 동시에 각 학교마다의 특색과 철학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전시로, 내일의 인재를 발굴하고 예술 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학교 전시가 le Viaduc des Arts에서 열린다는 것은 주목해 봄직하다. 이곳은 윗층은 도심의 푸른 산책로이고 아래층은 산업예술의 문화 산책로이며 수 많은 전시 장소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살면서 걸어 다니는 길에 투영되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곳에 디자인 학교로 통할 수 있는 길까지 놓여 있으니 명실공히 산업예술의 발전에 두 팔 두 다리 다 걷고 앞장서는 예술의 산책로, le Viaduc des Arts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