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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저 가장자리에 아무렇게나 핀 꽃, 그 프리한 자태 - 런던의 프리마켓

김지원 런던통신원 | 2009-07-14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옛 것과 새 것을 감상할 수 있다면, 이 곳에서는 지금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경계와 경계가 맞닿는 지점이자 기대치 못한 가능성이 자라고 있는 이 곳을 우리는 희망시장이라고도 부른다. 생기 넘치는 삶을 디자인하고 싶은 디자이너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작지만 밝은 에너지를 담은 꽃들이 자라고 있는 공간, 바로 런던의 프리마켓(Free Market)이다.

글 · 사진| 김지원 런던 통신원



그 어느 누군가와 눈 마주치기
젊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런던, 그 대륙의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심각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런던 프리마켓의 열기는 결코 식지 않는다. 대답은 소통과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가다 자신의 마켓 앞에서 멈춘 그 어느 사람과 눈 마주치며 소통하는 즐거움은 물건을 팔고 사는 행위를 뛰어넘는 Free한 자태를 자아낸다. 거기에 대량 생산품에 시들한 사람들에게는 답답한 일상의 작은 변화가 되기도 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나 캄덴 마켓(camden market)이 관광지로 점차 특화되어 가고 있다면, 그리니치 마켓(greenwich market)과 브릭레인의 선데이 마켓(brick lane market) 그리고 스피톨즈필드 마켓(spitalfield market)은 런던의 젊은 예술가들을 비롯한 많은 문화생산자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갖가지 수공예품 속에 담긴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을 디자이너라면 빼놓지 말고 꼭 들려보는 것이 좋겠다.




Fun,
먹고 보고 경험한다


마켓 나들이의 그 첫 번째 즐거움은 바로 먹거리! 음식 맛이 없기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런던 브리지 역 앞의 보로우 마켓(borough market)은 싱싱한 식 재료와 오가닉 푸드를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음식도 흥미롭지만 그 보다 갖가지 특색 있는 패키지와 사인(sign)은 그 이상의 재미있는 볼거리를 준다. 우리 음식이 최고로 맛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마음을 다해 써 내려간 손글씨에는 역시 전문가의 멋스런 디자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숨어 있다.





진지하고 엉뚱한 가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큰 행사 중 하나인 텐트 런던(Tent London)이 열리기도 하는 브릭레인의 마켓에 들어서면 코 끝으로 전해지는 특이한 음식의 향과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에 심장은 두근거리고, 두 눈을 쉴 새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아이디어 상품들은 모든 감각을 자극하며 반긴다. 마치 온 몸에 있는 세포가 하나 둘 살아나는 것처럼 자유로움의 에너지가 몸 속 깊이 퍼지는 기분이다. 허나, 이 곳은 단지 자유를 갈망하는 설익은 젊은이들이 오고 가는 곳 만은 아니다. 생산된 제품에 대한 결과물로 얻어지는 기쁨 보다 그 과정을 함께 나눔으로써 자신이 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고, 또한 환경과 삶을 생각하자는 현대 미술 공예 운동(The contemporary craft movement)의 취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유 의지에 의한 참여 속에서 탄생한 리싸이클링(recycling) 제품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경험해 온 자신들의 문화로부터 비롯된 지역 상품까지 이들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성을 향한 장벽 허물기는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다. 울타리를 거둬드린 대가로 더 많은 구경거리와 다정한 이웃들의 반김을 얻었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비록 조금은 어설프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것 역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살아가는 방법의 제안인 것이다.




디자인에
담아야 것을 고민하다


담장이 없는 열린 공간은 저작권의 무단 복제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부추긴다. 실제로 지적 재산권의 침해 사례가 심각해 곤란함을 겪는 이들이 꽤 많았고, 기사화 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 속에 오히려 더 높고, 단단한 울타리가 쳐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우려보다는 보다 폭넓은 교류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나누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예술가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다. 브릭레인 마켓에서 만난 몇몇 디자이너들은 영국의 저작권법이 매우 철저하기 때문에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나는 너무나도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 누구도 나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오히려 그러한 걱정 보다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매일매일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이 공간을 나는 사랑한다.”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취미이고, 누군가에는 삶이자 생활의 일부분인 이 장터의 작은 가게 주인들은 작아서 사라지기도 쉬운 존재지만, 더불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그 가치가 지속되고 계승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창작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여전히 주류문화로부터 다소 떨어진 곳에 있지만, 이 곳은 단지 고립된 섬만은 아니다. 이 새로운 문화는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서히 확산되며 디자인 문화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다. 디자인에 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정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지금 벼룩시장이나 희망시장으로 향해보자. 그 곳에 가면 빈틈을 뚫고 나오는 작은 꽃들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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