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영통신원 | 2007-10-30
지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도쿄빅사이트에서 열린 ‘굿 디자인 프레젠테이션(Good Design Presentation) 2007’이 1957년부터 시작해 벌써 50회를 넘었다. 학교와 기업은 물론 일본 혹은 다른 나라의 디자이너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1차 심사를 거친 모든 작품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아시아 최대의 디자인 평가 행사이다. 올해 역시 1차 심사를 거친 2,500여 점의 작품과 디자인에 관심있는 4만 명이 전시장을 찾아 이번 행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10월 2일에는 굿 디자인상을 받은 1,043점 작품 중 ‘베스트 15’ 작품(금상)과 함께 대상 후보작 6점이 동시에 발표되었다. 베스트 15 작품에는 메디아스킨 휴대전화, 아오모리 현의 키노부 해변 공간 정비사업,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등이 선정되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금상과 심사위원장특별상을 수상,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해외 기업으로서는 압도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한국의 디자인 위상을 높였다.
취재 ㅣ 문주영 도쿄통신원
굿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의 출품 대상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IC칩은 물론, 기차나 비행기, 건축이나 도시계획까지도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전년도에 생각지도 못한 주사바늘이 굿디자인 대상을 받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51회째를 맞는 2007 굿디자인어워드의 핵심은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디자인의 집합, 최신 디자인 트렌드의 제공, 디자인을 통한 메시지 전달의 공간창출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메인 행사인 ‘굿디자인상 노미네이트전시’, 기업이나 학교 등의 부스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나 디자인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 ‘GDP라운지’로 나뉘고 전시회 부분은 다시 크게 네 가지로 구분이 된다.
흔히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전화나 문구 등의 생활용품을 전시한 ‘상품 디자인 부문’, 주택이나 공공시설, 도시 재개발 등의 ‘건축•환경디자인부문’, 상품패키지나 광고 등의 ‘커뮤니케이션•디자인부문’, 그리고 사회의 요구에 따른 새로운 발상이나 프로젝트 등을 다룬 ‘신영역 디자인부문’ 으로 인간의 삶에서 필요한 모든 영역의 디자인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양적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상품 디자인 부문’은 일용품, 건강관련용품, 컴퓨터, 가정용가구, 자동차 등 다시 12가지의 영역으로 분류가 되며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들로 모든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현대생활에서 이미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전화는 그 중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로 소프트뱅크의 '911SH시리즈'와 20가지 컬러를 자랑하는 팬톤전화기 '812SH' 등이 있었으며 KDDI와 쿄우세라에서 나온 'MEDIA SKIN시리즈'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제품은 LG의 초콜릿폰으로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간결한 디자인이 일본인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듯 했다.
컴퓨터 부분에서는 작년에 출시된 아수스의 람보르기니 시리즈와 그보다 작은 크기의 S6 bamboo가 명성에 맞는 고급스러운 외장과 패키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외기업 중에서는 삼성의 참여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디자인 면에서는 타이완의 제품들도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타이완 회사인 CMO(Chi Mei optoelectronics)의 LCD ‘CHIMEI/19W5Y1’는 소프트한 소재뿐만 아니라 달콤한 컬러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커버를 씌워둘 수 있어 LCD에 먼지가 앉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A-DATA Technology(타이완)의 USB외장 하드인 ‘Mini Cube’는 USB연결부분이 180도 회전하여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냥 돌려 넣기만 하면 된다. 캡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12G정도의 용량에 전체 크기가 성냥갑 정도이기 때문에 액세서리처럼 휴대도 간편하다.
조금 다른 영역을 살펴보면 SSH와 히다치의 제휴로 만든 미들렌지 ATM은 지문인식과 동전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기술적인 점 외에도 전체적인 높이를 낮추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처음 이용하는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장점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목업이 공개된 혼다의 ‘Hondajet’ 도 눈 여겨 볼만하다. 설계와 생산 모두를 혼다에서 한 소형비즈니스 제트기로, 돌고래의 피부와 같은 부드러운 곡선과 새의 날렵함이 동시에 보이는 디자인이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그보다 동종의 제품에 비해 40%가량의 연료 절감과 30% 이상 넓은 내부공간을 자랑하여 미국에서 처음 발표 될 당시 그 자리에서 수백 대가 팔렸다고 한다.
물론 자동차도 빠지지 않는다. 람보르기니 등의 제품도 있었지만 혼다, 도요타, 닛산 등 대부분의 자동차는 일본제품이었으며 앙증맞은 경차에서부터 산업용차량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건축부문에 있어서는 주택이나 아파트, 빌딩 등 약 200여 점에 해당하는 작품이 전시가 되었지만 건축물의 특성상 실물이 아닌 패널이나 모형으로 대신하여 현장에서 실감하기는 어려움이 있었고 해외나 지방의 건축물은 볼 기회가 없어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반면에 기업 전시는 눈 여겨 볼만한 곳이 많았다. 먼저 상징적인 노란색 벽에 자사의 제품들을 간결하게 평면으로 표현한 니콘이 눈길을 끌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혼잡 속에서도 관람과 동선이 편리하도록 간결하게 꾸며진 부스디자인의 역할도 컸던 것 같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망원경 등의 광학 제품도 선보였다.
토토는 어린이용 화장실을 선보였다. 25년간 어떤 변화나 시도도 없이 그대로였던 어린이용 화장실을 좀 더 어린이의 실정에 맞도록 변화시켰다. 0~1세, 2~3세, 4~5세로 나누어 각각의 연령에 맞는 환경을 갖추고 유치원이나 보육원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키에 맞는 높이는 물론, 발을 끝까지 넣어 몸을 들 필요가 없는 소변기, 친근한 컬러와 안전한 곡선처리 등 어린이의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선보여 인상 깊었다.
제9회 카메쿠라 유우사쿠상을 수상한 브랜드 이심보우(ISSIMBOW)의 부스도 독특하다.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쯔나가신(松永 真)이 디자인한 ‘Katachi-koh’라고 하는 향시리즈를 선보였는데 향의 종류에 따라 색으로 구분한 감각적인 패키지가 인상적이다. 마치 귀한 초콜릿이나 보석을 담듯 고급스러운 포장이 제품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전시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곳은 윌컴의 ‘SIM STYLE STORE’로 ‘W-SIM’이라고 불리는 소형 경량의 PHS 통신 모듈을 사용한 SIM STYLE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였다. 대형 곰돌이가 손을 잡고 늘어선 부스 안쪽에는 디자인 스토어처럼 점포형태를 띈 프로토타입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으며 들어갈 수는 없지만 호기심에 모두들 한번씩은 들여다보곤 했다. 제품자체의 설명적인 홍보보다는 이미지로 어필하는 좋은 예가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이들 중에서는 신제품이나 출시전인 제품도 있지만 10년이 넘도록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제품도 있다. 신제품이건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물건이건 굿디자인으로 선정이 된 제품들은 나름의 이유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부터는 심사위원 70명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제품을 고르고 이유를 설명해 두기도 했다.
그들에 따르면 굿디자인이란 복잡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의 관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또한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의 차이는 생활 속에서 쉽게 손이 가느냐, 가지 않느냐의 차이이며 그것이 디자인이 가진 인력과 척력의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빨래집게나 귀이개, 펜, 손톱깎이 등 일상생활에서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제품들도 디자인의 가치에 있어서만은 동등하며 그만큼 아직도 우리주변에는 디자인 사각지대에 놓인 제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굿디자인어워드는 단지 아름다움을 겨루는 디자인 공모가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사회에 보급시켜 모두의 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고 나아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 참고사이트
굿디자인어워드 http://www.g-mar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