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정 | 2007-09-18
보부쉐 워크숍(Boisbuchet Workshop)은 독일의 비트라미술관(Vitra Museum) 주최로 매년 여름 프랑스 푸아티에(Poitiers) 지역에서 열린다. 다양한 디자인 관련 수업이 1주일 또는 10일 일정으로 약 3달간 이어졌으며, 이중 지난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네덜란드의 주얼리 디자이너 디니 베셈스(Dinie Besems)의 ‘50 Necklaces in 5 Days’라는 워크숍에 참여하여 경험한 개념적인 작업방식과 과정을 소개한다.
취재ㅣ양윤정 그래픽디자이너
보부쉐 워크숍 참가자들은 대부분 한국, 대만, 독일, 이탈리아, 미국, 덴마크, 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디자이너나 아티스트,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공학도, 초등학교 교사 등 의외의 인물들도 섞여 있어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미션 1. 목걸이 10개를 하루 안에 제작하라
본격적인 수업은 둘째 날 보부쉐 캠퍼스를 견학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디니 베셈스와 만나 각 참가자 소개와 수업 진행방식을 듣고, 그날의 과제를 받았다.
첫 번째 과제는 무작위로 받은 5개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테마에 맞는 목걸이 10개를 하루 안에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 목걸이 과제는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움만을 지닌 주얼리가 아니라 ‘목에 거는 하나의 오브제’로서 선택된 테마로, 그 오브제를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나는 ‘very cheap’이라는 테마를 선택하였다. 아이디어를 풀어가는 방식은 개념적으로는 가장 작은 단위의 통화를 펜던트로 사용하고, 재료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날 과제는 아이디어 스케치와 함께 각자 콘셉트를 정하고 그 아이디어를 디니와 상의하면서 정리해나갔고, 손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각 10개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미션 2. 목걸이 길이는 27미터! 반드시 스토리를 담을 것
첫 번째 과제의 과중함으로 인해 두 번째 과제는 1개의 목걸이를 만드는 것으로 긴급 수정되었다. 하지만 ‘목걸이 길이는 27미터! 그리고 꼭 스토리를 담을 것’이라는 미션이 붙었다.
워크숍이 열리는 건물 공간 끝에서 끝을 잇는 기다란 목걸이를 만드느라 그야말로 우리는 건물 바닥에 붙어서 하루를 보냈다. 나는 점(dot)이 3D 오브제로 변하는 과정을 스토리로 삼았다. 커다란 워크숍 공간은 11개의 기다랗고 아름다운 라인들로 가득 찼다.
미션 3. 의자에 어울리는 목걸이를 제작하라
디니 베셈스의 워크숍은 마르텐 바스(Maarten Bass)의 의자 워크숍 일정과 동시에 이루어져, 서로 다른 그룹이지만 여러 번 협력 기회가 마련되었다. 두 그룹은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양쪽 콘셉트를 이해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세 번째 과제는 협력 프로젝트로, 다른 팀의 파트너가 제작 중인 의자에 어울리는 목걸이를 제작하여 파트너와 함께 발표하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물 촬영도 해야 했다. 모델과 장소 선정 등 촬영에 대해서 각자의 파트너와 상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파트너의 의자 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후라 그들의 콘셉트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춰 작품을 구상해야 했다.
파트너와 콘셉트 공유를 마치고 디니와 함께 각자의 작업진행 계획을 발표했고, 또 다시 아이디어 공유와 발전이 이루어졌다. 디니는 아무리 유치한 아이디어라도 감추지 말고 표현하라고 가르쳤다. 또한 다른 국적, 문화, 나이, 언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합쳐지면서 짧은 시간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제한없이 용감하게 원하는 모든 것을 시도해본 것이다.
워크숍은 다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마무리됐다. 마르텐 워크숍 학생들의 의자 결과물은 각 의자의 성격과 콘셉트에 맞춰 보부쉐 캠퍼스 구석구석에 전시되었는데 참여학생과 강사, 워크숍 스태프 모두가 캠퍼스를 순회하며 프레젠테이션을 관람했다.
하루의 반을 컴퓨터와 씨름하며 보내는 그래픽디자이너의 일상에 이번 워크숍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디어 전개방식, 작품 콘셉트 전달방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배우는 워크숍은 흔치 않다. 거리가 멀다는 단점과 영어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는 없지만, 참가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여러 나라 디자이너와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책에서나 보던 디자이너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워크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