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런던통신원 | 2007-07-31
인터넷과 같은 매체가 발달하고 해외 여행, 연수 등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외국 문화와 디자인들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와 함께 많은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이 유학을 길이나 해외 취업의 길을 통해 보다 넓은 세계에서 경험하고 실무의 경험을 쌓기를 원한다. 막연한 동경과 함께 떠오르는 궁금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대표적 건축 회사인 Foster+Partners 에서 건축가로 활동중인 조신형 씨와 인터뷰를 통해 유학과 취업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모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해 보자.
취재 ㅣ 이서진 런던통신원(seojinlee@gmail.com)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현재 ‘포스터+파트너’ 에서 3년 가까이 건축가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희림’이라는 설계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은 뒤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 AA(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 에서 디플로마(Diploma) 과정(우리나라의 석사에 해당)을 마치고 포스터+파트너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Foster+Partners’는 어떤 회사인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현재 전세계에 18곳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전체 인원이 900명에 이르는 대규모의 건축설계 회사이다. 구조와 재료의 물성을 이용한 최소화 하이테크 건축을 지향하며 환경친화적인 즉, 에너지 절약을 하는 건물을 만들고자 한다. 설립자이자 회사 대표인 노만 포스터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경(Lord)이라는 작위를 받을 정도로 영국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근래에 지어진 대부분의 유명한 건축물들 예를 들자면 거킨(Gherkin)이라 불리는 Swiss Re 사 소유의 빌딩, 런던 시청, 축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웸블리 구장, 밀레니엄 브릿지, 프랑스의 밀라우 비아덕트(Millau Viaduct), 홍콩의 HSBC 헤드 쿼터스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유명한 건축물들이 이 회사에 의해 설계되었다.
유학을 떠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유학을 떠난 이유가 너무나도 소박하고 단순했던 것 같다.
매체나 책으로 접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내지는 스스로의 만족을 얻기 위해 떠났던 것 같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며 느꼈던 특별한 점이 있는가?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 배우고 실무로 접했던 건축에 대한 물음표가 생겼다. 비단 법규나 어떠한 제한에 의한 한계가 아닌,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타진과 한계들의 정의같은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건축이나 도시계획적인 면에서의 근본적인 고찰도 포함되지만 사실 건축에서의 유형학이나 기하학적 구조의 가능성과 그것의 한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갈망하는 과정이었다. 사실 나는 이러한 과정과 경험을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건축의 때를 벗어 내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영국에서 건축가로 취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는 무엇인가?
사실 이 질문은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취직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을 제외하고는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많이 그 회사를 들어가고 싶어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실제로 3년 전에는 4명에 불과하던 한국인 직원이 지금은 1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각각 완연히 다른 학력과 경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 유학한 사람, 미국 유학을 갔다가 지원한 사람, 영국 교포, 유학 후 다른 곳에서 실무경험을 쌓다가 이직한 사람, 일을 오랫동안 하다가 유학을 하고 다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등등…방법론에 대해서 무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사실 요즘 영국의 건축경기는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물론 여러가지의 요소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열망이고 그 다음은 어학실력과 포트폴리오인 것 같다. 진심은 진심으로 통한다고 열심히 준비한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만, 그 포트폴리오가 1차 통과된 후의 면접이 정말 중요하다. 비슷비슷한 지원자들 중에 선택될 수 있는 건 정말 이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보일 때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런 마음을 어필하기 위한 기본적인 어학실력은 이순간 필요하다.
회사에서 주로 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이며 한국과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포스터에서 건축가는 건축하는 일 외에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은 말이지만, 설계 이외의 다른 작업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일은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있다. 전문적으로 모델을 만드는 사람, 3D, 포토샵만 하는 엔지니어, 프리젠테이션용 일러스트나 드로잉을 그리는 사람 등 각자 전문적으로 맡은 영역이 있다. 또한, 복사와 같은 잡무나 출장 스케쥴 관리(호텔 예약, 교통수단 예약 등등)를 건축가 본인이 하는 것을 회사 측에서는 시간적, 금전적 손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각의 팀마다 이러한 일들을 담담하는 사무직이 전담 배치되어 있다. 이렇듯 많은 일들이 세분화, 전문화 되어있다. 회사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러한 철저한 분업화가 업무 효율의 극대화를 이끌어 내었고, 이것이 또다시 회사의 규모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자본의 흐름으로 전환되어 반복되고 있다.
런던에서의 실무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비전은 무엇인가?
급변하는 유럽의 정세 때문에 여러 변수가 있지만 현재 영국은 경기가 매우 좋은 편이다. 영국은 유럽국가 이면서도 영어권이기 때문에 대륙간의 노동 유동성이 뛰어나다. 또한 런던은 특이하게도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청년층의 인구가 전세계에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잠재력을 갖은 도시이다. 뉴욕처럼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 보다는 무언가 은근 슬쩍 그래서 어느새 확 자라 나 버린다. 직장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의 여러 민족과의 만남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다양성의 축적은 건축에서의 나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하나의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영국은 다른 EU 국가와는 다르게 건축사 자격증은 다시 시험을 통해서 받어야 한다.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건축학부를 졸업하게 될 경우 Architectural Registration Board 에서 인증하는 건축사 Part 1을 수료하게 된다. 1년의 실무 경험을 통해 다시 Post graduate program 인 Diploma 과정을 공부하게 될 경우 ARB 에서 인증하는 건축사 Part 2를 갖게 된다. 다시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Part 3를 치르게 되면 비로소 건축사 자격증이 수여가 된다.
현재 London의 남부에 주상복합을 설계하고 있는데 그 주상 복합의 실무 경험으로 올해 9월에 마지막 관문인 Part3 시험을 볼 예정이다. 5년간의 유학과 실무 경험을 통한 다양성을 토대로 올 가을부터는 미국 하버드에서 Master of Architecture 2를 공부하게 될 것 같다. 해외경험을 하게 될 경우, 시작만 하면 또 다른 곳으로의 활동 범위 이동은 어렵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항상 그렇듯 첫 걸음마가 어려울 뿐, 그 다음으로의 도약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해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국내에 있을 때는 막연히 동경했었다. 여러 가지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하고 도도한 백조가 되기 위해서는 잔잔한 수면 밑으로 보이지 않는 몸부림에 가까운 물갈퀴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조신형 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해외에서 그럴듯한 직장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노력과 열정이 그의 눈빛을 통해 전해지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