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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티셔츠 한 장에 꿈을 이루다, 제프 스테이플!

홍서연 뉴욕 통신원 | 2007-06-19



몇 달 전 뉴욕에서 열렸던 AIGA 컨퍼런스에서 나이키 광고로 유명한 Wieden & Keneddy의 광고 디렉터 존 제이 (John Jay) 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며, ‘요새 젊은이들의 머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다. 더 이상 큰 회사에 들어가 조직에서 너의 창조적인 능력을 맞출 필요가 없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책상 서랍속에서 썩히지 말고, 가능한 일로 만들어라.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나도 생각했었는데…라고 말해봤자 소용없다.’ 라며 창조적인 두뇌와 함께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을 강조했다. 

존 제이가 소개했던 3명의 젊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던 제프 앙 (Jeff Ng). 이제는 제프 스테이플로 불려지고 있는, 스테이플 디자인(Staple Design) 의 제프를 맨하탄 로어이스트(Lower East) 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취재 ㅣ 홍서연 뉴욕 통신원
(shineart@hotmail.com)


제프는 NYU 저널리즘학과를 다니다, 뉴욕의 디자인 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로 편입했다. 어려서부터 낙서를 즐겨했다는 그는 중학교때부터 낙서를 모아 그대로 파슨스에 입학 면접을 보러 갔다고 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그의 낙서를 보고, 신선하지만 편입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준비를 하고 오라는 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다음해에 제품디자인과로 편입을 했지만, 만든는 것에 소질이 없음을 느껴 전공상담을 했는데, 제프의 관심분야들을 파악한 상담 교수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그가 원하는 것일 거라고 권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서 스테이플 디자인(Staple Design) 회사와 리드 스페이스(Reed Space) - 의류샵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래피티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파슨스의 수업 중 실크 스크린 수업이 제프의 흥미를 가장 많이 끌었는데, 수업시간에는 티셔츠에 찍을 수 없어 친구와 함께 밤중에 몰래 작업을 했다고 한다. 제프에게는 자신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12명 정도가 함께 입고 나타나 영화를 같이 보거나 한다면 그 자체가 퍼포먼스이지 않냐며 재미로 공짜 티셔츠를 나눠 주었다고 한다.

1996년 한 티셔츠 매장 주인이 관심을 보이며 제프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물었고,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하자, 바로 24장을 주문했다고 한다. 24장의 티셔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40장 정도의 티셔츠에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했다며, 프린팅 한 후에는 손으로 일일히 레벨까지 재봉질로 붙여넣으면서 한 장씩 티셔츠를 완성했다고 한다.

어느날은 한 일본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제프의 티셔츠를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수량은 무려 1,000장. 더 이상은 혼자서 감당이 안되었던 그는 농구를 같이 하던 친구들을 불러모았다고 한다. 자신의 아파트에 모여 재봉질, 포장 등 4명이 모여 분담을 해서 작업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제프는 마치 소규모 회사같다고 느껴졌다고 . 1997년,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점차 회사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스테이플 디자인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스테이플 디자인의 어페럴 컬렉션 샵인 리드 스페이스는 그의 의류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
아니다. 어렸을 때는 단지 낙서를 즐기는 아이였을 뿐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일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NYU와 파슨스의 학교 생활을 비교한다면?
NYU에서의 수업이 나에게는 훨씬 수월했다. 300명을 놓고 하는 대형강의들이라 교수들이 학생얼굴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수업을 몇 번 빠져도 시험 2 주전에 책보고 공부해도 B 까지는 맞을 수 있는데, 파슨스는 20명 놓고 하니 교수가 누가 수업이 성실하게 참여하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아트스쿨에서는 모든 학생의 작품을 벽에 붙여놓고 평가를 한다. 2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데 9개의 작품밖에 안 붙여 있다면 교수는 누가 과제를 안해온건지 금방 알 수 있다. 아트스쿨에서는 시간과 돈을 얼마나 많이 들였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되는 것 같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은쟁반에 올려놨느냐 쓰레기통에 올려놨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다. 나에게 아트스쿨은 어려웠고, 정말 비쌌다.

결국, 파슨스를 그만뒀는데 그 당시의 결정을 가능하게 했던 이유는?
그 당시 나의 생활은 정말 미치도록 바빴다. NYU를 그만둔 것을 부모님이 좋아하시지 않으셨고, 파슨스를 다닐 때에는 부모님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일을 통해서 재미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힙합 브랜드 회사, 지금의 스테이플 디자인과 비슷한 회사에서 인턴쉽도 동시에 했다. 그 당시 나의 일과는 오전에 수업을 듣고 12시부터 7시까지, 혹은 3시부터 7시까지 인턴쉽을 하고,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킹코스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기술이 필요한 디자인 관련 인쇄소에서 일했다. 1년 정도 잠은 하루에 2시간 정도 잤을 것이다. 지금 강의도 하는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학교를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스테이플 디자인을 시작할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 뒀다.

현재 강의도 나가고 있나?
그렇다. NYU와 파슨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두 학교 모두 내가 한때  다니던 학교들이다. (웃음)

지금의 하루는 어떠한가? 2시간씩 자던 때와 비교해서 말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나의 생활은 훨씬 나아졌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때문에 직원들에게도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2시까지만 출근하면 되고, 일이 끝나는 대로 퇴근하면 된다. 나는 12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까지 일하고 보통 7시부터 10시까지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거나 한다. 10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서 새벽 3시까지 일한다.

‘리드 스페이스’ (Reed Space) 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내가 좋아하는 아트를 하면서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해준 것은 고등학교때의 미술 선생님이셨던 마이클 리드 덕분이었다. 리드 스페이스는  몇 해 전 돌아가신 그 선생님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매장은 마치 학교와 같이 꾸며져있다. 벽에 걸려있는 선반은 모두 아이들의 의자이고, 행어 역시 멍키 바 (정글짐과 비슷한 놀이기구) 이다. 의자들과 행어들은 모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벽에서 떼어낼 수 가 있어 파티가 있거나 전시공간으로 이용할때 조금 더 넓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비자들이 샵에 와서 물건을 사러 가지고 갈때 그 상품 내지는 그 샵의 컨셉에 대해서 잘 모르고 간다. 리드 스페이스에서는 그 옷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각 옷의 컨셉을 설명해 놓았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비즈니스 플랜을 세워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 나는 한번도 비즈니스 플랜이라는 것을 적어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티셔츠만 만들었는데, ‘한번 자켓도 좀 만들어봐. 그러면 사서 입을 텐데.’ ‘이번엔 청바지도 좀 만들어보지’ 이런식으로 아이템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내가 의류 사업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이제까지 했던 작업 중 가장 만족을 가져왔던 작업은 무엇인가?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나, 15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는 지금은 나 자신의 만족만으로 작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나이키와 함께 2년동안 작업했던 프로젝트로 지속가능한 디자인 (Sustainable Design) 개념의 스니커즈이다. 이 스니커즈는 접착제가 전혀 쓰이지 않았고, 우븐으로 만들어져 땅에 묻혔을 경우 금방 분해된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나.
여행을 많이 다닌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기 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해 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티보 칼만(Tibor Kalman).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을 잘 보는 편은 아니다.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제프를 만나 던 날에는 마침 뉴멕시코에서 온 교사와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3명을 위한  스튜디오 투어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이런 투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려 한다는 제프는 그 이유에 대해서 자신이 선생님을 통해서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 꿈 꿀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스스로도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 조언이 있다면?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건 꼭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아니어도 된다. 일을 통해서 반드시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TV만 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가만히 서 있는 것(Stand still)은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면 뒤로 물러나는 것 두가지이다. 가만히 서 있고 싶다고 해도 세상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뒤쳐지게 되어 있다.

디자인을 공부하고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같은 얘기를 하고 싶다. 인턴쉽을 통해서 직접 현장을 경험하길 바란다.

스테이플 디자인 홈페이지에 써있는 ‘긍정적인 사회적 전염 (a positive social contagion)’ 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그것은 우리 회사의 표어이다. 대상에 따라서 긍정적이 무엇인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저 고등학생들이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갔다면, 한 마디라도 친구에게 돌아가 느낀 것에 대해 전할 것이다. 그런것이 바로 긍정적인 사회적 전염이 아닐까.

구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디자인이 ‘긍정적인 사회적 전염’이 되길 바랬던 것은 아닌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당신을 두렵게(afraid) 하는 것은 없는가?
없다. 조심스러운 것(cautious, careful) 과 두려움은 다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항상 어느 정도의 위험 요소가 따르기 마련이다. 나 역시 무척 조심스럽다. 그러나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단계를 차근히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제프는 몇 년전 자신이 칠레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다가 5시간 동안 조난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시간이라도 더 지체되었다면 자기는 살아있지 못했을 거라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의연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고객과의 문제, 협력업체와의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런 문제들은 목숨과 관련되지 않은 아주 심각한 문제들은 아니라면서 오늘 2시간 후의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냐며 창 밖 도로를 가르쳤다.

“사고 후에 스노우 보드를 탄 적이 있나요?”
“그럼요. 그 다음날 바로 탔는 걸요.”

그는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돈을 벌면서도 일을 즐길수 있다는 것. 즐기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렸을 때는 일을 즐겁게 하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서른이 되면 은퇴하고 싶었다는 제프. 32살인 그는 일에 지쳐있는 친구들이 직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다른 직업을 찾으라고 한다고… 그는 자신의 꿈을 거리에서 이룬 것이나 다름 없다. 자신이 즐기고 있는 힙합, 보드 문화에 아트를 입혀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이다.

* 리드 스페이스의 어페럴 컬렉션의 사진들은 스테이플 디자인 (www.stapledesign.com) 에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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