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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사랑, 그것을 담아낸 공간 - Tokyo Designers Week2006

문주영 통신원 | 2006-11-29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올해도 변함없이NPO 법인 디자인 어소시에이션 주최의 도쿄디자이너스위크(이하 TDW: Tokyo Designers Week)가 열렸다. 그러고 보면 작년TDW기사를 쓴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Tokyo Designers Week 2006
메인회장인 아오야마의 메이지진구 외원(外苑)과 신주쿠, 아카사카 등에서 열린 TDW는 작년에 비해 규모가 더 커진듯했다. 아직 정확한 내장자 수가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작년보다 외국인과 일반인이 훨씬 눈에 많이 띄었다. 그것은 국내외 홍보로 인해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수도 있겠고 다른 영역에 비해 인테리어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트랜드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행사는 크게 숍전시, 컨테이너 그라운드, 프로전시, 학생전시, 파빌리온(Pavilion)행사, 100%디자인도쿄의 여섯 개 영역으로 나뉘어지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메인 회장에서 열렸던 100% 디자인 도쿄와 컨테이너 그라운드, 그리고 학생전시 등을 소개할 생각이다.


취재ㅣ 문주영 도쿄통신원



올해의 주제는 모든 영역에 걸쳐 공통적으로 「LOVE」였다. 물론 영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그것이 제품이든지 환경이든지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 토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디자인의 시작이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일반적이면서 포괄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매우 어려울 수도 있었던 주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먼저 행사의 공식제품들부터 살펴보자. 공식가방은 작년과 변함없는 핑크색의 투명한 비닐재질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행사기간 내내 아오야마 일대는 그 핑크색 가방을 든 사람들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 밖에 올해 새로 선보인 제품이 있다면 푸마 & wanders의 제휴로 1000개만 한정 제작된 매트인데 이번 전시회에 푸마가 선보인 텐트시리즈와 같은 모티브로 크지 않은 사이즈에 매우 가벼운 제품이다. 손잡이가 달려있는 사각형의 가방모양이 여행이나 휴대용으로 적합할 듯 했으며 등받이용 쿠션으로도 가능했다. 한쪽에는 푸마의 심볼이, 다른 한쪽에는 이번 주제인「LOVE」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올해 그보다 더 인기가 있었던 것은 바로 전시장 입구에 있었던 에코백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와 로하스클럽의 기획으로 탄생한 이 이벤트는 500엔에 판매되는 새하얀 가방에 자유롭게 스템프를 찍어서 자신만의 백을 만드는 것으로 ‘지구환경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스템프는 국내외 100명의 디자이너가 「LOVE」를 주제로 디자인 한 것이고 가방 역시 리사이클로 만들어진 친환경 소재인데 판매수익의 일부는 그린에너지에 사용된다고 한다. (여기서 그린 에너지란 회장 이벤트에 사용된 전력을 말한다.) 스템프를 찍어서 완성하는 이러한 형태의 백은 몇 년 전부터 도쿄의 여러 숍이나 전시회에서 매우 즐겨 활용하는 이벤트로, 간단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즐거움에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데 TDW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00% Design Tokyo
영국 킹스로드의 작은 텐트에서 시작한 100% Design은 이제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하여 도쿄에서는 작년부터 디자이너스위크 기간에 함께 개최된다. 출전 대상은 가구, 조명, 주방, 욕실, 패브릭, 기타 인테리어나 건축 액세서리 등의 생산자나 디자이너 등으로 오리지널리티를 지녀야 하며 소정의 심사를 거쳐 선별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순수한 인테리어영역에서 영상이나 제품, 신소재 등에 대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그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마다 참여하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눈에 익은 제품들이 많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에 대한   경향을 파악하는 것도 신제품을 발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럼 이제 평소에 자주 만나기 힘든 해외부스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첫 신고식이었던 작년의 경우 영국의 디자인들이 메인을 이루었으나 올해는 네덜란드 디자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도자기, 가구, 조명 등 네덜란드 특유의 개성을 살린 많은 제품들이 전시되었는데 대표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몇몇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Design.nl
Design.nl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네덜란드 디자인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던 곳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긴 전통을 이어오며 완성해온 네덜란드식 디자인을 도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ROYAL TICHELAAR MAKKUM의 도자기이다. 157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최고의 세라믹 제조 회사로 핸드페인팅 도자기와 건축용 세라믹타일을 전문으로 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는데 이를테면 모두가 균일하게 A급 제품으로 생산되는 도자기는 영혼이 없는 공업제품이라고 여겨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도자기를 의도적으로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 자연스러운 균열을 만들어 내거나 하는 등의 작업이다. 이번에 전시된 제품들도 모두 전통방식에 의해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로 독특하고 기품 있는 디자인이 돋보였다.



다음은 헐리우드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으로 더욱 유명해진 ‘브랜드 반 에그몬드(BRAND VAN EGMOND)의 조명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브랜드와 아트디렉션을 담당하는 팬의 감각으로 조명에서부터 점차 가구까지 그 폭을 넓혀나가고 있는데 이번에 도쿄에서 발표한 작품은 「나이트워치」시리즈이다. 램브란트의 최고 걸작인「나이트워치」에서 따온 이름으로 인도의 뉴델리에 있는 네덜란드 대사관의 의뢰로 제작한 6개 샹들리에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PAUL BAARS DESIGN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로 그래픽과 제품디자인을 겸하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Tête-à-Fleur」라고 하는 이름의 꽃병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ROYAL TICHELAAR MAKKUM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이 화병은 덴마크 심리학자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반쪽만으로 된 화병을 거울 앞에 두면 완전한 하나의 화병으로 보여 적은 양의 꽃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 살펴 볼 것은 BOON DESIGN의 슬리퍼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한 Samira Boon은 프로덕트에서 텍스타일, 그리고 스페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일본의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디자인에 유럽의 감성을 접목시켜 심플하면서도 유니크한 제품들이 특징이다.

이번에 전시된「soul mate」시리즈 역시 일본의 종이 접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한 장의 팰트를 선을 따라 뜯어서 끼우기만 하면 어느새 실내용 슬리퍼 하나가 완성된다.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말이다. 매우 가볍고 보관이 편리하여 일상에서는 물론 여행시에도 유용하게 쓰일 듯한 제품으로 인기가 많았다.




Swedish Style Tokyo
이번 전시회에서 스웨덴이 주로 선보인 것은 가구, 그 중에서도 특히 의자가 많았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컬러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스웨덴 디자인의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장식적인 요소보다는 앉았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으며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심플한 가구들을 돋보이도록 해 준 디자인이 있었는데 바로 MATEUS의 제품들이었다. 마치 테이블 위에 꽃이라도 핀 듯한 그릇들의 아름다운 형태와 매혹적인 색은 유럽보다 동양의 그것에 더 닮아 있었다. 요리를 담아 내지 않더라도 그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빛이 나는 제품들이었다.

특별전시 - designboom mart
이번에 특별전시로 참가하게 된 디자인붐 마트를 살펴보자. 우선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Kyouei design의 조명인데 2센티 두께의 종이모형을 아코디언처럼 360도 펼치면 순식간에 조명이 탄생한다. 이 조명은 랜턴과 같은 은은한 음영을 내기 위해 시코쿠 지방에서 나는 종이만을 사용하는데 펼쳐진 종이는 벌집형의 패턴이 되어 어떤 전구나 소켓도 받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냥 접어 놓으면 되니 보관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동도 쉽다는 것이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Recycoool가 내놓은 제품은 폐타이어나 튜브를 재활용하여 만든 의자로 앉아보면 매우 편하다. 금속으로 된 프레임에다가 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특별한 가공이 필요치 않는 진정한 리사이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zinoo park에서 내놓은「5분 양초」는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이미 눈에 익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양초를 마치 성냥갑 속의 성냥처럼 제작하여 하나씩 불을 지필 수 있도록 제작하였는데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카드형식의 제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다음에 살펴볼 yasuyuki senda design의「우탄(Utan) 인형」은 조금 독특한 발상에서 탄생된 제품이다. 자동차, 컵, 가위 등 대부분의 제품이 어떤 목적이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목적도 아무런 기능도 없지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것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탄생 한 것이 바로 우탄인형이며 그냥 장난감처럼, 친구처럼 가지고 놀면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 디자인을 비롯하여 스웨덴디자인, 그리고 특별전시 중의 하나인 디자인붐 마트까지 살펴보았는데 그 밖에도 남아있는 부스들이 많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으나 지면관계상 신제품을  중심으로 소개함을 밝힌다.



토탈 인테리어
작년과 마찬가지로 중앙 입구 쪽에 넓게 위치한 웨지우드(WEDGWOOD)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에 꼭 맞는 컨셉을 선보였다. 내년 봄을 겨냥한 제품들은 그리스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사랑’ 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는데 부스의 중앙에 높게 달린 나뭇가지에는 연두색의 글라스가 조명처럼 달려 있었고 정면은 솜 같은 깃털로 장식되어 있어 그 신비로움이 더하였다.

2009년이 되면 창업 250주년이 된다는 웨지우드는 지금까지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클래식하고 로맨틱한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올해도 돋보이는 공간연출로 관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이번에는 아사히공업이 내놓은 신브랜드이다. ‘ORGANIC HANDMADE LIFE’를 한 층 더 발전시킨「comore」시리즈로 원예용 부츠와 소품들을 비롯하여 꽃을 꽂을 수 있는 와인글라스나 접시 등의 아이디어 가득한 가드닝 제품들을 선보였다.



다음은INAX의 사티스(SATIS)를 소개한다. 기분에 따라 음악과 온도까지 조절 가능한 전자동 시스템 사티스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디를 자랑한다. 이번에 전시된 사티스와 사이트아스테오의 컬러라인은 일본인의 작은 체형과 좁은 주거환경이라는 핸디캡이 만들어낸 기술일지도 모르겠으나 작고 귀여운 디자인에 경쾌한 원색이 플러스되어 충분히 사랑스러운 디자인이었다.



가구
행사의 특성 상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역시 가구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눈에 띈 독특한 가구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그 색채와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끄는 「EVE 2006」이라는 가구는 모터사이클 디자이너인 이시야마 아츠시(石山篤)의 작품이다. 그는 모든 생명의 모태가 되는 사랑을 테마로 하여 어머니의 품처럼 여유롭고 푸근한 가구를 만들어 냈는데 그 촉감이 너무 부드러워 그 자리에서 바로 누워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한눈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구이다. 플라스틱 컵을 쌓아두고 그 위에 나무판을 올려 만든 책상도 재미있었지만 평범한 1인용 의자가 순식간에 2인용 벤치로 변해버리는「아스카(飛鳥)」라는 작품은 간단하지만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아트와 디자인의 존재를 가구로 표현한 EXIT의 제품들이나 60년대의 향수가 묻어나는 디자인을 선보인 60VISION의 제품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제품과 소재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 그 이상의 제품을 선보인 곳이 있었다. 9월, 요코하마에 오픈한 Y INNOVATIONCENTR는 신진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하여IT라이프스타일 만들기를 지원하는 곳이다. 이번 디자이너스위크에 최초의 세 작품을 공개했는데 무게 1KG의 풀스팩 윈도우PC인 UMPC(Ultra Mobile PC)는 핸드백에 들어가는 작은 싸이즈로 콤팩트한 디자인이 돋보였으며 사람의 감정이입에 따라 움직이는 조명은 매우 독특하여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면 꽃봉오리 모양의 전등에 사운드가 나오는 스피커를 가까이 가져가면 꽃잎이 서서히 움직여 개화를 한다거나 북극곰의 엉덩이처럼 생긴 푹신한 조명의 표면을 손으로 쓰다듬으면 움츠리고 있던 조명이 서서히 부풀어서 팽팽하게 펴지기도 한다.

시각뿐만이 아니라 청각이나 촉각에 의한 제품의 변화까지도 추구했던 이곳의 제품들은 디자인 이라는 것이 지금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의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과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이다.



그 밖에도 돌돌 말아버리면 꽃모양이 되어 수납이 편리해지는 「marume tote」라는 가방이 있었고, 표면가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에지라이트(emits light) 방식의 면발광 아크릴시트인「DELAAGLAS AL995」를 선보인 곳도 있었다. LED와의 조합에 의해 어느 한쪽에서만 빛을 쏘아도 전체가 밝아지는 친환경 조명물질로서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간판 등에도 유용하다고 한다.




100% 디자인 도쿄에서 마지막으로 살펴 볼 곳은 푸마이다. 스포츠패션으로 아이덴티티를 굳혀왔던 푸마가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Marcel Wanders와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낸 텐트콜렉션이다. 야외에서는 물론이고 일반 실내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갑갑한 도시생활에서 이런 것을 통해서라도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랑이 담긴 디자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100% 디자인 도쿄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 보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차피 모든 디자인의 시작은 인간이나 사물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love」라는 주제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가지는 지금까지의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요구되었던 것처럼 어떻게라도 틀을 깨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를 요구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그것이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조금 귀찮더라도 지구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디자인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 많았다.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며 좋은 디자인이 그리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기도 했다.

Container ground
이번에는 100%디자인과는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가 있는 컨테이너 그라운드를 살펴볼 차례이다. 컨테이너 그라운드는 40ft, 20ft, 10ft의 화물용 컨테이너를 각자의 입맛에 맞게 자유롭게 연출하는 것으로 개인 디자이너나 학교, 기업, 숍 등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간연출이 좋은 컨테이너는 오랫동안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붐비기도 했는데 영상이나 설치, 혹은 직접 체험 등을 통하여 함께즐길 수 있는 컨테이너는 특히 인기가 많았다. 그럼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곳을 살펴보도록 하자.

독특한 컨셉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던 나이키는 이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 개의 컨테이너를 ‘ㄷ’ 자로 구성하고 반대편이 보이도록 그 옆면을 마치 창처럼 만들었다.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은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으로 ‘어떻게 하면’ 이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가다가 탄생한 것들이라고 한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들이 표현한 재료가 모두 나이키 운동화의 부속물이었다는 것이며 재료로 사용되었던 운동화의 원형과 그것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 나란히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평면, 입체, 모션 그래픽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나이키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눈 여겨 볼 곳은 겐조퍼퓸의 컨테이너인데 그 특유의 상징적인 꽃으로 장식된 내부에는 산학협동으로 만들어진 패캐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여름 방학 동안 20여명의 학생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낸 결과물로 이 중 최종 3점이 제품화 되어 출시가 된다.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프로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계속 해왔던 겐조로서는 처음 해본 시도였는데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기발하고 훌륭하여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그 밖에 인기가 많았던 곳은 회전스시가 연상되는ARUP, 핑크색의 새로 가득 채웠던Viable, 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넘칠 것 같았던MORIOMTO등이 있었고 솟아오르는 불길이 인상적이었던 ZIPPO도 빼놓을 수 없다.




Pavilion 이벤트와 학생전시
행사기간 동안 메인 회장에서 마련된Pavilion에서는 ‘세계 디자인 편집장 회의’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포럼이 열렸으며 공연과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또한 마지막 날에는 학생전시회와 프로전시회의 그랑프리가 발표되기도 했는데 간략하게 메인 회장에서 있었던 학생전시회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행사의 공통 주제인「LOVE」는 학생전시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영국, 싱가폴, 한국 등에서 참여한 약 50여 개 학교들의 500여 작품들이 경쟁을 하여 최종 그랑프리를 선정하는데 한국에서는 국민대학교, 대구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가 참여했다.



그랑프리에는 구라시키예술과학대학(倉敷芸術科学大学)의 오키타 타쿠야(沖田卓也)씨가 제작한 「F.M」이라는 작품이 선정되었는데 가부좌를 튼 듯한 아버지의 다리와 살포시 무릎을 굽히고 있는 어머니의 다리 모양을 본 따 만든 디자인이었다.

심사평에 의하면 이 작품은 보는 것으로는 작품이 가진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없고 앉았을 때의 감동이 매우 크다고 한다. 어린이에게는 부모님의 무릎이라는 친숙함과 동시에 어른에게는 다시 체험하기 힘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고 향수에 젖도록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어「LOVE」라는 주제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프로와 학생전시의 그랑프리 수상자에게는 물과 빛을 테마로 하여 스와로브스키로 제작된 아름다운 트로피와 상금이 전달되었고 시상식 이후에는 간단한 파티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도쿄디자이너스위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국학생 작품을 대표로 하나만 소개한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심사평이 매우 좋아서 뿌듯했던 작품이다.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작품(조은환 외 5명)으로 낡은 네 개의 의자를 사용하던 옷으로 엮었다. 옷은 모두 자신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프리젠테이션 중에 무대에서 직접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묶어준 퍼포먼스는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사평에 의하면 이 작품에서는 엮인 옷들을 통하여 사람에 대한 사랑과 물건에 대한 사랑, 그리고 버려지는 물건들을 활용해 쓸모 있는 물건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환경에 대한 사랑을 모두 느낄 수 있었는데 환경을 생각한 작품은 유일하게 이 작품뿐이었다고 한다.





- 참가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전공의 경우 3년 전부터 꾸준히 이 행사의 학생부문에 참가해 오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참가할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학과 동아리 형태로서 학생들끼리 모든 준비와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자유롭고 즐거웠다.

- 준비과정에서 가장 애썼던 부분이 있다면?
국제 전시이기 때문에 작품의 방향이나 전시 환경 등을 고려하는 것이 조금 막막했으며 학생다운 참신함과 프로패셔널한 완성도의 비중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작품배송과 관리 등의 문제는 선배들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고 같이 준비하는 동료들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시환경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주최측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고, 팜플렛이나 브로슈어 외에 작품이나 학교를 홍보할 수 있을만한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으나 재료를 다루는 스킬만은 일본학생들이 매우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 다음 참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교당 10작품 이상을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준비 이외에 별도의 전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주최측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수개월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규모 있는 국제전시회이기 때문에 출점자와 관람객의 수가 월등히 많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국내전시회와 큰 차이가 없으니 일찍부터 자신 있게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를 마치며
지금까지 100%디자인도쿄와 컨테이너전시, 그리고 학생전시까지 도쿄디자이너스위크의 긴 풍경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해마다 도쿄에서 열리는 수많은 디자인 국제전시회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국제적인 인테리어 전시 이외에도 상업성이 배제된 학생들의 작품전, 창의력이 살아있는 프로들의 작품전, 그리고 전시장의 획일적인 모습과는 달리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한 컨테이너 그라운드, 굵직한 포럼과 각종 파티, 그리고 뮤지션들의 흥겨운 라이브까지 말 그대로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배우면서, 디자인을 팔고 사면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한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자면 이러한 전시회에 참여를 하거나 관람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디자인을 몸으로 체험하기 바란다. 전시된 제품들을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의자라면 앉아보고, 펜이라면 글자라도 써보라. 그리고 가능한 한 그 디자인을 만든 의도에 대해서 크리에이터들과 많은 대화를 시도해보기 바란다. 그것은 이렇게 규모 있는 전시회에서 명함을 주고 받는 행위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겉핥기 식의 관람은 자칫 시시하게 느껴지고 입장료가 아까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기업이나 눈에 익은 프로들의 작품만을 골라 본다거나 내 전공 영역의 것만을 골라보는 편식을 피하기 바란다. 그것들은 필수적으로 관람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 외에 생소한 개인의 작품이나 신생회사의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바로 그 속에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아이디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 순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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