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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파리와 밀라노를 꿈꾸다 - Rooms13

문주영 통신원 | 2006-10-02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 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도쿄의 패션디자이너들은 바빠진다. 항상 한발 앞서 다음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패션업계는 이 시기가 되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한 패션쇼로 바쁘기 때문이다. 사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인 만큼 패션뿐만이 아니라 많은 영역의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에게 다 같이 바쁜 시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큰 행사로는 9월4일부터 8일까지 도쿄 콜렉션이 마감을 했고, 그에 이어 9월 12일부터 14일까지는「Rooms13」이 있었다. 이번에는 바로 그 「Rooms13」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취재 | 문주영 도쿄통신원 (mm00nn@naver.com)


Rooms13
H.P.FRANCE의 주최로 매년 2회씩 개최되는「Rooms」는 패션과 관련된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최첨단 크리에이션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개인 크리에이터들과 국내외 바이어나 프레스관계자와의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도쿄콜렉션」이 디자이너에 의한 패션쇼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라면 「Rooms」는 쇼룸을 중심으로 하는 좀 더 상업적인 성격의 패션합동전시회인 셈이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행사가 열렸던 국제요요기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전시를 하는 패션업체나 개인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국내외 바이어나 프레스로 한정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은 마치 올림픽이라도 열릴 듯, 방문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전체적인 전시회의 모습은 액세서리나 모자, 가방, 신발 등의 소품이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여 탄력 있는 구성을 보였다. 또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주로 비즈니스나 취재를 목적으로 찾는 관람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물건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쾌적한 관람을 돕는 한 요소였다.

전시장은 메인홀 외에 특별히 기획된 ABEST, Pregnant, livingroom까지 총 네 개의 큰 영역으로 나뉘었다. 그 중 가장 입구에 위치한ABEST부터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자.


ABEST(The BRAZILIAN ASSOCIATION OF FASHION DESIGNERS)
ABEST는 브라질의 브랜드를 해외에 진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03년, NPO법인으로 설립된 브라질 패션디자이너 협회로 설립 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브라질을 대표하는 32개의 브랜드가 협회에 가입되어 있다. 품질 표시, 사이즈 등 해외전개에 필요한 조사를 통해 뉴욕, 파리, 베를린, 도쿄 등의 해외시장으로 넓혀 나아가고 있으며 이번 rooms13에 참가한 것도 바로 그러한 취지에 있다고 한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들답게 디자이너들의 개성뿐만 아니라 브라질이라는 나라의 특징도 잘 드러난 의상들이 많았다. 화려한 색감과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과감하고 정열적인 디자인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그것과는 다른 건강함이 묻어 있었다.



ABEST부스에서 임팩트 강한 브라질 패션에 심취해 있기도 잠시, 한정된 시간에 180여 개의 부스들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Livingroom
'프레타포르테파리’ 의 주관사인 프랑스 여성기성복협회(FFPAPF)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해외 브랜드들이 참가하는 에어리어이다. 몇 년 전 FPAPF가 뉴욕에서 ‘The Train’ 이라는 전시회를 런칭한 것에 이어 도쿄의Livingroom을 런칭하자 파리, 뉴욕, 도쿄라는 패션 3각 구도를 완성하였다고 하여 관련 업계에서 이슈가 되기도 한 바로 그 Livingroom이다.

rooms의 꽃이라고도 하는Livingroom의 부스에는 이번에도 역시 브라질의ABEST와 함께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해외의 패션트렌드를 도쿄에서도 흡수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Livingroom은 특히 도쿄의 익숙한 디자인에 식상함을 느끼는 바이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사각프레임의 livingroom입구는 귀여운 토끼인형으로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 패션은 물론 인테리어를 비롯하여 여성의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선보였는데 내부에 전시된DECO의 가구들 역시 브랜드를 설명하는 장황한 글귀대신 간결하면서도 임팩트하게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렇듯 Livingroom의 분위기는 앞서 보았던 ABEST나 일본 브랜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유럽다운 자연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브랜드들이 많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눈길이 갔던 HUMANESAT라는 브랜드를 살펴보도록 하자.

비록 한국에는 들어와 있지 않지만 이미 유럽 거의 대부분의 나라와 일본에도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HUMANESAT가 다음 시즌을 위해 선보인 것은 자연을 담은 티셔츠였다. 꽃과 식물이 담긴 그 티셔츠들을 만들기 위해 기획담당자 Eliane Sabon이 생각해 낸 컨셉은 ‘행복’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행복을 표현하기 위해 Sabon이 선택한 것은 재능 있는 포토그래퍼들의 퓨어한 사진이었다. 그것도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 그래서 T셔츠 한 장 한 장에는 예술 작품과 같이 기획담당자, 포토그래퍼, 인쇄자, 편집자 등의 서명이 들어가고 그 티셔츠에 대해서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저작권료를 받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양질의 섬유를 위해 EKO 마크로 보증된 유기재배에 의한 최고급 면을 사용하여 비단과 같은 감촉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냥 단순한 패션이 아닌 현대 섬유 기술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기술이 바로 미적 요소만 강한 디자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쟁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옷걸이가 아닌 액자 속의 그림처럼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던 HUMANESAT의 옷을 잠시나마 감상해보기 바란다. 어쩌면 이 옷을 입거나 보고 있는 사람은 기획자의 의도처럼 행복해 질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Livingroom의 성격이 파악되었다면 이번에는 메인홀을 살펴볼 차례다. 100개가 넘는 부스를 모두 살펴보는 것은 분명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곤한 일이지만 그 피곤함도 잊어버릴 만큼 각각의 부스는 개성 넘치고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들로 가득했다.

그것은 제품뿐만이 아니라 쇼룸의 연출을 위한 소소한 소스들에서조차도 한정적인 공간에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함축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그들의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 좀더 자세히 들어가서 살펴보도록 하자.

Main hall 살펴보기
메인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제품도 다양했던 아르헨티나 브랜드 Tramando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도 지명을 본 따 만든 BAJO FLORES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번 브랜드는 디자이너 Martin Churba가 볼리비아 여행에서 받은 강열하고 정열적인 색채와 인상적인 기억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한국을 비롯한 여러 인종이 모인 이민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유럽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색채까지 다양하고 복합적인 색을 접할 수 있게 된 경험이 BAJO FLORES의 제품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유럽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오묘함이 살아있는 중성색들과 부담스럽지 않은 원색들의 조화,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소재와 자연스러운 커팅, 부드러운 곡선들은 릴렉스와 네추럴을 키워드로 했다는 07 S/S 의 컨셉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에 살펴볼 곳은 디자이너 무라타 유코의 io yukomura"Ta이다.  2003년 A/W콜렉션으로 데뷔한 이 브랜드는 여성 내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여성의 겉과 속에 숨겨진 섹시하면서도 머스클린한 이극성을 표현하기 위해 라운제리(LOUNGERIE: 라운지웨어와 란제리를 믹스한 용어)와 밀리터리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응축했다고 한다.

속옷의 느낌이 나는 화이트 드레스에서 우아함과 동시에 힘이 느껴지는 것, 거칠게 보이는 밀리터리 패턴에서 귀엽고 섹시함이 연출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 하기도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것 같아 예사롭지 않다.



이번에 살펴볼 브랜드는 도쿄에서 열리는 전시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이 살아났던 TAMAYA라는 브랜드이다. ‘SILK MEETS SILK’, ‘SILK MEETS DOWN’ 이라는 컨셉을 내걸은 이 브랜드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실크를 모티브로 옷과 가방, 이불커버 등을 만들어 선보였던 독특한 브랜드로 기억된다.

낡은 기모노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이불커버나 쿠션을 비롯하여 얼굴모양의 단추를 달아 심심하지 않게 표현한 노란빛의 코트, 그리고 오비(기모노를 입을 때 허리에 두르는 띠)로 만들었다는 원피스 등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일본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편 달콤한 느낌의 DAMIANNE HALUME은 바비의 옷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쇼룸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열쇠를 모티브로 만든 원피스를 주인과 똑같이 입고 있던 마론인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열쇠모양의 벨트까지 똑같이 착용하고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기도 하다.

DAMIANNE HALUME라는 이름은 자신이 기르던 ‘데미안’ 이라는 페르시안 고양이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컬러풀한 색감과 독특한 문양의 프린트, 자수 등의 여러 테크닉을 사용한 점이 이 브랜드의 특징이다. 주로 영화에서 영감을 얻거나 자신이 기르던 개나 고양이를 모티브로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느낌의 디자인이 많다.



그 외에 소를 형상화 한 캐릭터를 모티브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HANAMUGURI라는 브랜드도 있었는데 주로 개인전과 아트 이벤트를 통하여 프로모션을 한다고 한다. 소에서 파생되었다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만든 티셔츠나 액세서리 등을 전시했는데 부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캐릭터 인형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좀더 눈을 돌려 주얼리와 액세서리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오모테산도 힐즈에 자리를 잡으며 유명해진 e.m은 제품뿐만 아니라 특유의 크리에이티브한 디스플레이로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재미있는 컨셉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내게 했던Q-pot 역시 인기가 있었다.

특히 마치 진짜 아이스크림을 손등에 얹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한 아이스크림 액세서리와 초컬릿, 캔디 액세서리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이번에는 2% 부족한 패션을 100%로 채워줄 만한 액세서리 브랜드를 살펴보자. Skplant는 오사카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두 명의 여성 디자이너로 구성되어있는데 액세서리에 대한 열정으로 독학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 등에 10여개의 샵을 가지고 있을 만큼 번창하였다고 한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조금은 어른스럽고 우아한 여성스러움을 담은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다듬어 지지 않은 듯한 원석과 링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계절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쥬얼리와 함께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모자와 가방일 것이다. 더욱이 니트로 유명한 일본이 아니던가. iaponia에서는 이번 겨울을 겨냥한 따듯한 느낌의 니트소재 가방과 봄시즌을 겨냥한 가벼운 느낌의 니트백과 액세서리 등을 선보였다. 굵은 니트와 막대모양의 손잡이로 구성된 가방은 마치 뜨개질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인상적이었고 가죽과 결합된 제품들도 감각적이었다.



이번에는 패션에 있어서 옷만큼 중요한 신발을 살펴볼 차례다. 03 S/S컬렉션에서 시작한 브랜드인TSURU by MARIKO OIKAWA가 내놓은 이번 시즌(A/W) 모티브는 누드와 파티였다. 파티에 참석할 것인가, 방에서 뒹굴뒹굴 할 것인가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공주처럼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제품들을 선보였는데, 07 S/S의 모티브로 꺼내놓은 토끼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토끼는 봄시즌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동물이 아니던가. 토끼로 인해 클래식하고 노멀한 힐이 순식간에 위트 넘치는 디자인으로 변신했다. 과연 가와이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일본다운 유머와 발상이라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자, 파티를 위한 화려한 구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80년 전통의 영국 캐주얼 브랜드인clarks도 있었다. 구두는 신기 어려워서도 안되고, 걷기 불편해서도 안되고, 발을 감싸지 않아서도 안 된다고 하는 클락스의 이념에 맞게 굳이 신어보지 않더라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구두들이었다.

브랜드를 몸에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브랜드인 사람의 신발이 되고 싶다고 하는 클락스의 쇼룸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전통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한 멋과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의 제품들로 소리 없는 아이덴티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밖에도 메인홀의 중심을 장식했던 intoca의 쇼룸을 비롯하여 기억에 남는 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한정된 지면관계상 생략하도록 한다.



Pregnant
앞에서 보았던 ABEST, Livingroom과 같이 특별히 기획된 Pregnant에어리어는 표현에 제한적인 메인홀과는 달리 자유로운 쇼룸 연출이 가능한 곳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출을 원하는 이들이 선택한 이곳은 그래서 메인홀과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좀 더 여유롭다고나 할까.

스웨덴의 남성복 브랜드인 mjölk는 새하얀 부스에 나무벤치와 재봉틀로 북유럽의 모습을 담아냈다. 봄을 알리는 부드러운 셔츠들과 컬러풀한 원색의 티셔츠들이 눈길을 끄는데 07 S/S컨셉이 조금 독특하다.

“난생처음으로 아빠가 된Lars(mjölk의 수석디자이너 Lars Stoten을 지칭)는 신인류의 신체적인 형태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몸에 비해 머리가 큰 신생아복의 경우 목부분이 보우트넥으로 크게 열려있다. 바로 그러한 요소를 가지고 오고 거기에 파인애플이나 보트를 프린트해서 이번 시즌의 티셔츠가 완성되었다. 수학자들은 패션에 프랙탈의 원리를 적용하고자 하지만mjölk는 간단한 방정식을 생각해 내었다. 곧 싹이 날 듯한 자작나무나 벌이 날아드는 이 여름날에 수학가정교사와 같은 사람을 누가 필요로 할 것인가. 계산기를 바람에 날려버려도 좋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 파인애플과 보트 문양의 티셔츠는 그렇듯 평범해 보이지만 다소 관념적이면서 엉뚱하기까지 한 디자이너의 독특한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해 보면 조금은 재미있지 않은가. 결국 같은 제품이라도 그것에 부여된 의미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화이트 일색의 공간에 블랙의 옷들이 하나의 오브제로 연출된 쇼룸을 소개한다. obstinacy의 옷들은 그 어떤 브랜드보다 지금과 다음시즌의 트렌드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블랙과 화이트를 어떤 색보다도 화려하게 연출해낸 obstinacy의 디자인들은 넓은 소매폭과 여유 있는 실루엣으로 매우 여성적이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았다.



멀리서부터 독특한 쇼룸으로 눈길을 끌었던METAL ADDICTION은 아트와 크래프트의 요소를 듬뿍 머금고 있었다. 특히 06 A/W를 겨냥해 선보인 나비문양의 코트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아이템 하나하나가 모두 예사롭지 않은METAL ADDICTION의 제품들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코트의 앞뒤는 온통 나비가 뒤덮고 있었다. 망사 속에 살포시 자리잡은 나비가 있는가 하면 버튼과 가방 위로 떼를 지어 날아든 나비도 있다. 과연 디자이너의 정성이 엿보이는 제품이었다. 나비프린트를 가위로 오려내는 데에만 꼬박 3일이 걸렸다는 에피소드는 덤으로 들려준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쇼룸이다. 주로 언더웨어와 양말을 포함한 가벼운 일상복을 선보였던 is-ness는 유머가 섞인 경쾌한 제품의 컨셉과 딱 맞는 쇼룸으로 눈길을 끌었다. 패션 아이템 중에서도 매일 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속옷과 양말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놀이기구를 이용하듯 즐겁게 사용하자는 의도로 보였다면 맞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독특하게도 옷이 없는 쇼룸이다. 눈을 닦고 봐도 옷이라고는 셔츠 한 벌 밖에 걸려있지 않는 이곳은 제품보다는 이미지로 어필하기를 원했던 PUBLIC IMAGE라는 브랜드이다. 
쇼룸에 옷이 없다는 이유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하는 디자이너의 멋쩍은 표정과는 달리 그래서 더욱 차별화 되고 임펙트가 강했던 브랜드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rooms의 각 영역들을 살펴보았는데 이미 유명한 브랜드들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을 소개하려고 했다. 어차피 유명한 브랜드는 항상, 모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가 있지 않은가.

각각의 브랜드들이 가진 강한 아이덴티티 때문에 하나의 단어로 트렌드를 정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장 눈에 많이 띄었던 컬러는 현재의 트렌드와 같이 단연 블랙과 화이트였다. 그것도 오묘한 색의 그것이 아닌 퓨어한 블랙과 화이트.

비록 남성복 일부에서는 간혹 스키니 진과 같은 좁은 라인의 옷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넓은 폭과 여유로운 라인으로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실루엣이 많았던 것 같다. 또한 좌우 대칭이 되지 않거나 자연스러운 커팅으로 언밸런스한 멋을 추구했던 디자인도 많았는데 전체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고 성숙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아직까지는 대세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독립적인 아이덴티티를 더 중요시하는 영크리에이터들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건 비록 바이어를 중심으로 한 상업적인 전시회이기는 하나 그만큼 상품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과 제품들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한 행사였다. 반드시 패션으로만 한정 짓기는 어려운 디자인 요소들이 구석구석 많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말이다.

아마 많은 디자이너들이 심사와 절차를 거쳐 비싼 참가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이곳에 참가하려고 하는 이유 역시 한자리에서 세계적인 패션잡지나 프레스, 해외의 바이어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외에도 바로 그런 다양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자신만의 독창적인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 당신이거나 그런 크리에이터들을 필요로 하는 당신이라면 한번쯤 꼭 도전해 보기 바란다. 굳이 파리나 밀라노로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도쿄에서 유럽의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테니까.

끝으로 2007년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록봉기 힐즈에서 개최될 rooms 14에서는 많은 한국의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참가를 희망하거나 더욱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공식웹사이트를 http://www.roomsroom.com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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