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빈 통신원 | 2006-07-14
Dodge End라고도 일컬어지는 런던의 이스트 엔드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심상치 않다. 과거 런던 시티와 성벽으로 나뉘어져 있던 지역 외부의 북쪽과 동쪽 지역은 런던에서도 늘 손꼽히는 빈민지역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지역에서 유명한 Brick Lane은 과거 유대계 이민자들의 중심지에서 현재 방글라데시계 이민자 중심지로 옮겨진 것만 보아도, 이스트 엔드 지역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통적이며 고상한 영국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삶의 풍경을 가지고 있다.
1-2세기 전,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것처럼,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싼 이스트 엔드 지역으로 런던의 가난한 예술가들과 지망생들, 늘 한 걸음 앞서가는 실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아트디렉터와 디자이너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또 그들 취향에 맞는 조금은 특이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유행을 예측해볼 수 있는 카페, 클럽들도 많고, 그곳에서 어색함만 저버릴 수 있다면 미래의 거장과 예술과 디자인에 대해 얘기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취재ㅣ 황현빈 런던통신원 (bni1218@hotmail.com)
"I knew and got one of Korean magazine. They had been here before."라며 한 갤러리 관계자가 보여준 한국의 Noble Asset이라는 잡지에서도 이곳을 다루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는 East End 지역의 분위기와 트렌드를 갤러리를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수세기 전부터 현재까지 유행과 경매에 중심에 서 있던 갤러리들은 런던의 중심에 몰려 있다. 유명한 Bond Street의 Sotheby's나 Christie's를 중심으로 west에는 영향력과 자금력을 가진 많은 소규모 갤러리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지금 런던 예술의 흐름은 과거 서양 예술가들이 새로운 영감을 위해 동양 문물에 눈을 뜨던 것과 마찬가지로 런던의 서쪽에서 그것의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발맞춘 진보적인 East End의 갤러리가 하나둘씩 늘어남으로써 그들은 런던 예술계의 새로운 움직임에 무게를 실어주는 역할과 동시에 신대륙으로 많은 자본과 고객을 잃어버린 유럽 현대 미술의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도 갖게 해주고 있다.
<*주의와 당부> 필자가 소개하는 모든 작업들의 저작권과 초상권은 해당 갤러리와 작가에게 있음을 먼저 밝히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Flowers East End, Flowers Graphics, Flowers West 등 런던에 3개의 갤러리와 뉴욕 갤러리를 가진 Flowers는 이 지역 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Flowers East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Freya Payne의 Stranger Song(대부분 2006년도 신작들)이다. Freya Payne는 영국 태생의 신진 작가로 Royal College of Art에서 수학하고 현재 대학 출강과 작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곳 Flowers와는 1995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자신 작업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싫어하는데, 특히 그것이 대단한 고통을 가지고 탄생된 것일 경우 더 하다고 한다. 물론 중심 아이디어나, 구조적인 논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작업 과정은 그 자체로 변화나 어긋남, 복잡함과 빈약한 연결고리를 이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전 조사를 위해 방문했던 Flowers의 웹사이트에서 Purism을 처음 보았다. 유명 작가의 또 하나 모조품이겠거니 하면서 내심 이 갤러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작업이라 여겼지만 실제로 이 작업을 보았을 때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Purism은 보기와 다르게(?) 단순한 입체물을 이차원에 재현한 작업이 아닌 실제 입체물로써 조금은 작은 입체 캔버스 프레임에 갇혀있었지만, 갤러리가 이 작업에 주목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건물 2층의 Flowers Graphics에서는 1층보다 많은 수의 큐레이터들이 전시 공간 구석에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미술품 거래와 전혀 상관 없어보였던 필자의 차림에도 아무런 눈치나 핀잔 없이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서 판매에 연연하기 보다는, 혹 미래에 미술관련 딜러가 된다면 이곳의 단골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잠시 망상에 빠질 정도로 이스트 엔드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장품에 관람에 대한 너그러운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http://www.flowerseast.com
이 지역의 이름과 건물은 오랜 역사가 담긴 것들만 보여 줄 것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이다. 잘 알려진 White Cube art gallery가 있는 Hoxton Square는 런던의 예술가나 예술과 관련된 학생이나 사람들이 사교 공간으로 소문난 곳 중 하나이다. 패션잡지 ID와 작지만 알찬 디자인 스튜디오들, 그리고 London College of Fashion의 Design 부문 캠퍼스도 이 지역에 있다. 올드 스트릿에는 화이트 큐브 아트 갤러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험적인 소규모 사설 갤러리가 대부분이다.
2005년 6월에 문을 연 BISCHOFF/WEISS 갤러리는 매년 7번의 다른 전시 개최하면서, 작가들이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실험을 위한 공간으로 이 곳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BISCHOFF/WEISS는 다른 국적의 아티스트들과의 연계를 중심으로 조각, 필름과 비디오, 대규모 설치작업과 사진 등 거의 모든 현대 미술의 표현 방법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Intrusion는 artist Laura Gannon, David Philips and Paul Rowley의 새로운 비디오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Laura gannon는 매일 일어나는 과장된 종교적 의식과 특정한 장소에서 녹화된 사회 문화적인 환경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특히 이번 Sala Della Musica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방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영상 작업이다.
http://www.bischoffweiss.com
BISCHOFF/WEISS와 같은 Rivington Street에 자리한 Foster Art는 전자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이다. 예술의 상업화에 반기를 드는 이도 있겠지만, 모든 예술가가 경제적인 문제에 자유로울 여유를 가진 것이 아니기에 이곳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이곳이 하는 역할 중 하나는 이 기관이 초빙한 객원 큐레이터들의 기획전시로 Fosterart Collection 작가들의 참여와 관계하며 높은 참여율의 네트워크와 교육 이벤트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갤러리 공간을 회사나 스폰서 기관에 대여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Fosterart Collection 작업들의 대여이다. 일반 회사나 병원을 중심으로 소장작업을 대여하는 사업도 하고 있는 데, 일상 생활 속에 대중들이 무의식 중에 예술작품에 노출되게 함으로써 그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 쇄신, 그에 따른 작업 능률의 향상도 도모하고자 한다.
http://www.fosterart.net
Tea Building이라는 이름은 과거 이 건물이 차를 전문으로 하는 창고(warehouse)였음을 알려준다. 런던의 명물 중 하나인 디자인 뮤지엄도 타워브리지 근처의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것과 같이 런던에서는 최근 수십년 사이 버려지는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열풍이 불고 있다. 런던의 번화가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와 가파른 부동산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과거 물건의 보관에 불과했던 창고나 비싼 임금으로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공장 건물 등이 부동산계와 건축업계에 샛별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Tea Building을 단순히 창고를 개조한 건물에 3개의 갤러리와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와 비디오 혹은 예술 관련 협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술과 디자인을 위한 공간으로 정의하기에는 이것이 가진 매력이 너무 많다. stencil type을 사용한 과감한 information graphic은 이 곳을 바삐 스쳐 지나가는 East Enders에게 강한 인상과 호기심을 주고, 이 건물에 상주하는 artists, designers에게 contemporary space에서 creative한 사고(?)를 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또 위의 참고 사진에서 소개한 여러 참신한 디자인 소품(?)들도 이 빌딩이 개성만점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Tea Building에 들어서면 티 빌딩 특징적인 그래픽 사인과 함께 오른쪽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Rocket Gallery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명과 자연 채광 그리고 흰색 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밝고 생동감 있는 갤러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현재 시카고 위주로 작업 활동을 하는 Michelle Grabner의 Paintings 1996-2006 전이 열리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들은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으로 찍은 점들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작품 감상을 위해 한 작품에 시 신경을 집중시키면 잠시 후 아찔한 현기증이나 매직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컴퓨터가 아닌 사람에 의한 물감점은 각기 다른 무게감과 밀도로 보는 이에게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작은 것에서부터 전체까지의 움직임을 의도함으로써 숭고한 것과는 별개로 인간답고 고운 마음씨로써 감춰진 미에 관한 함축된 관심을 드러내려 한다.
http://www.rocketgallery.com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 당돌한 느낌이나 새로운 미로를 돌아다니는 느낌을 주는 티 빌딩의 1층과 2층을 잇는 공간을 지나 2층에 다다르게 되면 여러 디자인 사무실과 작은 협회의 사무실 안내 그픽이 보이면서 필자는 잠시나마 '과연 이곳에 갤러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104호에서 102호로 새롭게 이사한 Andrew Mummery Gallery는 작지 않은 규모와 많은 양과 다양한 종류의 소장품으로 필자를 놀라게 했다. 지금 전시는 상설 소장품 전시에 가까운 성격인데, 그 소장품 중 필자의 기준으로 선정한 최근 런던의 유행을 반영하고 있는 작업과 작가를 소개하려 한다.
Louise Hopkins는 스코틀랜드 글라스고를 중심으로 작업활동을 벌이는 작가로 지도, 모눈종이, 악보 등 일반적으로 미술작업의 캔버스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미디엄에 극단적으로 단순하고 매우 개념적인 작업으로 유명하다. 또 현재 그녀는 프레임에 짜여진 직물을 미디엄으로 한 패턴 위주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는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대한 모든 미디엄에 관해 그것들은 각자의 법칙과 함께 각기 사회적인 혹은 의식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Receiver도 그 연작물 중 하나이다.
http://www.andrewmummery.com
1992년부터 Jake and Dinos Chapman, Mike Nelson and Sarah Jones 등을 포함한 영국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수행해온 Hales Gallery는 1997년부터 Tomoko Takahashi, Spencer Tunick, Hew Locke and Hans Op de Beeck 등 국제적인 배경을 지닌 작가들도 소개하기 시작했다. 티 빌딩에 자리하고 있는 현 갤러리 공간은 같은 티 빌딩에서 일하는 건축가 Hawkins Brown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작가 Danny Rolph의 There is no such thing as pure 전이 열리고 있는데, 전시 제목은 오염되고 변이된 요소를 일컫는데, 그 요소들은 작가가 그의 작업 속에서 순수해야 할 캔버스(그림공간)를 분열시키기 위해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그에게 모든 시각적 재료는 그림을 위한 좋은 사냥감이기 때문에 그는 좁은 캔버스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밀어넣고, 다양한 시각적 언어들을 여러 종류의 전체 개념으로 콜렉션한다. 2005년과 2006년에 걸친 그의 최신작은 부드럽게 착색된 표면 위, 모난 형태의 연작물이다.
www.halesgallery.com
spitz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Old Spitalfields Market에 자리하고 있다. 지중해식의 저렴한 식당을 연상시키는 외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개의 목적을 가진 공간으로 나눠져 있음을 곧 알게 된다. 음악공연을 위주로 하는 venue, 레스토랑과 바의 목적을 지닌 bistro, 그리고 실험적인 전시 위주의 gallery 등 이 세 공간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동일 브랜드로 한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시장 안 건물에 간단하고 저렴한 식사를 위한 식당 옆 갤러리... 어떠한 느낌인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중화에 성공한 갤러리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장에 오는 사람들, 특히 이 Old Spitalfields Market을 찾는 사람들은 High Street에서 찾을 수 없는 진기하고 특이한 그래서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 시장 자체가 가진 특성상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비주류 예술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질 확률이 높다. 그러한 사람들이 시장 구경을 하고 잠시 들린 식당에서 발견한 갤러리 공간은 그들의 건강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전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북적북적한 바로 옆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산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는 고품격과는 조금 거리가 먼 듯하다. 떠오르는 신예작가 보다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금방 발굴된 작가이거나 영향력 있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전시가 대부분으로 전시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찾게 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갤러리와 대중이 갖고 있는 거리 좁히기와 의사소통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곳에 전시된 작업보다는 spitz가 가진 기능과 목적을 소개하고 싶었다.
www.spitz.co.uk
현재 이스트 엔드의 갤러리들은 개별 갤러리들의 인지도와 홍보에 의존한 전시를 통해 작가와 대중 특히 아트 딜러들을 대상으로 한 연결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런던 디자인 페스티발이나 다른 대규모 행사를 위한 장소로 갤러리를 대여하거나 Frieze Art Fair와 같은 예술 박람회에 부스를 설치하면서 런던에서 벌어지는 예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의 갤러리를 제외하고는 갤러리 자체의 개성이나 목적이 뚜렷하지 못한 그저 이스트 엔드의 분위기에 심취하기만 한 듯한 갤러리들도 있었다. 또 많은 수가 문제일 경우도 있다. 그것은 '난잡함'으로 일컬어질 수 있다.
무엇인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물론 획일화된 몰개성 집단이 아닌 통통튀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늘 새로운 아트웍을 만들어내는 활기찬 디자인 스튜디오의 통솔력과 열린 사고를 가진 아트 디렉터 같은 그 무엇이 그들에게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기우였다.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대영제국이지 않은가?
취재 중 한 갤러리 관계자로부터 East End Gallery들의 단합된 움직임이 진행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8월 완성 예정으로 120여 개가 넘는 이스트 엔드 갤러리 맵과 잡지 발간 혹은 홍보 책자의 제작이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이 네트워크를 전체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여 보다 쉽게, 가까이 대중에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는 갤러리 전시와 운영에 관한 의견 수렴을 위한 블로그 운영도 계획 중이라고 하면서, 전문가들과 아마추어들의 간단한 코멘트부터 전시 감상문 혹은 비평까지 대중들이 보다 쉽게 자신들의 의견을 전문가나 갤러리 관계자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처음 이곳을 찾는 대다수가 빈민가 특유의 암울하고 거친 느낌에 압도 당하게 된다. 특히 런던의 일상적인 흐린 날씨도 이러한 아우라를 거들기 때문이다. 또 개발 중이라고 하지만 아직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기 때문에 이 곳 사람들의 모습도 그리 친절해보이거나 서쪽 중심가처럼 안전해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자의이던 타의이건 간에 이스트 엔드에 도착한 순간 고상한 품격과 취향은 잠시 접어주고 열린 자세로 이곳을 느껴보길 권한다. 편견과 두려움은 이곳에 적응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트 엔드에서 예술이란 이들의 일상 생활인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즐길 수 있는 클럽이나 바가 아침까지 성행하고 길가 작은 타투 스튜디오나 카페에서 열리는 마이크로 규모의 미술 전시들을 늘 마주치기 때문이다. 또 행인들 중에 아트와 관련되어 보이는 신기한 차림의 사람들에서 센스있는 패션리더들, 이스트 엔드 젊은이들의 유행을 고스란히 담은 차림의 커플까지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신기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화되고 깔끔하게 규격화된 런던 웨스트 분위기에 싫증난 사람들이 점점 이스트 엔드에 주목하는 것은 아닐까?
이스트 엔드와 관련된 재미있는 하나는, 이스트 엔드에 대한 서양친구들과 동양친구들의 견해의 차이였다. "나 이스트 엔드 살아.'라고 밝힐 때, '나도 젊은 아티스트라서' 혹은 '예술학도면 이런 새로운 재미있는 지역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같은 당당한 태도 혹은 '그곳 괜찮아? 안 위험해?'라고 반문해 올지도 모르는 친구의 얼굴을 살피는 소극적인 태도로 나뉜다. 또, '이스트 엔드에 살아'라는 말에 대한 반응도 '와~ 재미있겠다.' 혹은 '안 위험해?' 두 가지로 나뉜다. 물론 그것이 우월하냐 열등하냐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이스트 엔드에 대해 한때 색안경을 쓰고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색안경과 편견을 잠시 접어두고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 자신을 내던져본다면 정말 문자 그대로 '의외의 수학'을 할 것이라고 필자는 자신있게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