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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Design + Worldcup + England

황현빈 통신원 | 2006-06-01





지금 영국의 훌리건들은 한자리 수로 다가온 월드컵을 기다리며 그 기간 동안 쓸 난동 에너지를 축적하며 어디선가 숨을 죽이고 있는 듯 하다. 2002년 한국에서 벌어진 월드컵에 비할 수는 없지만, 2006년 축구 종주국의 수도인 런던도 개막이 임박한 독일 월드컵에 대한 설레임으로 들뜨고 있다.

필자 역시 루니의 안타까운 부상을 빼고는 역대 최강의 멤버로 구성되었다는 찬사를 듣고 있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그들의 외모만큼 멋진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사는 40년 전의 영광의 재현을 바라는 영국 축구마니아들의 소망과 열정을 담은 런던의 월드컵 관련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면서 독일에서 지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런던의 열기 또한 전해보고자 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 호랑이가 있다면 잉글랜드 대표팀 문장에는 3마리의 사자가 들어있다. 이 문장은 축구 대표팀만이 아닌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모든 스포츠 팀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크리켓이나 럭비팀들도 이 문장을 가슴이나 헬멧 등에 새기고 있다. 참고로 영국에는 4개의 축구 대표팀이 있지만 지역 예선을 통과한 팀은 잉글랜드 대표팀(일반적으로 우리가 영국 꽃미남대표팀으로 알고 있다.)이며, 영국 내의 최강팀이다.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2002년 월드컵에서 잊을 수 없는 진 풍경 중에 하나는 관중석에서 자랑스럽게 펼쳐지는 대형 태극기였다. 한 나라의 국기는 그 나라의 얼굴이자 상징이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아주 좋은 소품이다. 관공서나 특급 호텔을 제외하면 런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기는 영연방의 Union Jack이 아닌 잉글랜드 국기, St. George이다.

런던은 영연방의 수도이기 이전부터 잉글랜드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의 견해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면서 유니온 잭을 흔든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면서 한반도 기를 휘날리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물론 둘 다 잘 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과 관계된 디자인 작업 중에 대부분은 월드컵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응원과 관계된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가진 디자인을 창조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 모티프는 각 나라의 국기이지 않을까?



훌리건식 난동의 초기 발생지는 영국의 평범한 펍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로 축구 경기가 벌어지는 날의 펍은 맥주한잔 편히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축구 마니아들과 일반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간으로 돌변한다. 독일인들만큼이나 맥주를 즐기는 영국인들에게 그것이 빠진 월드컵이란 상상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월드컵 관심사는 잉글랜드의 우승 여부이다. 우리에게 영국과 프랑스가 앙숙인 나라로 알려졌지만 영국과 독일의 사이도 그리 좋은 관계라고 볼 수 없다. 또 두 나라의 기후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홈 경기와 비슷한 컨디션으로 역대 최강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디어의 자만심 섞인 예측때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월드컵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자국팀의 우승을 논하곤 한다.



만약 16강에서 잉글랜드 대표팀과 독일 대표팀이 맞붙는다면, 이곳의 거리는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의욕과 열기로 불타오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월드컵 특수에 직접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분야는 축구 관련 상품이나 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응원용 소품, 맥주나 갈증 해소 음료같은 제품, 그리고 경기장에 가자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계 방송을 통해 월드컵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전자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대표팀 감독이나 선수를 내세운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월드컵의 가진 축제 분위기를 표현하고 공유하려는 시도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취재 중 의외의 발견은 월드컵과 인쇄 업체 사이의 연관성이었다. 프린트 전문업체와 월드컵, 의외인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동떨어진 관계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많은 광고 홍보 미디어가 인쇄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기나 심볼조차도 간단한 프린트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 홍보물들의 가장자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포맷에 대한 설명과 출력 가격 등을 알 수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웹사이트 뉴스 기사에서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을 제패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 n사가 고배를 마시는 종목이 있다면 그것은 축구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만큼 축구에서만큼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a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공식 축구공이나 축구화 그리고 개최국인 독일을 모국으로 하는 a사는 이곳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을 앞세운 홍보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색상 선택에 있어, a사 특유의 블랙과 화이트의 대조에 잉글랜드를 암시하는 레드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n사는 자신이 후원하는 전 세계 축구대표팀의 유니폼과 각 나라가 가지는 고유의 색상과 개성을 담은 미니볼을 선보여, 매장을 방문하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만큼 아마도 이 캠페인은 전세계가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갖게 한다. 또한 여러 나라의 개성을 한 곳 모아놓은 만큼 다양한 색상 사용으로 인해 스포츠 특유의 다이나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요즘 들어 부쩍 축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여성들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아직 월드컵은 남성 중심의 축제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전문적이거나 지적으로 보이는 여성 리포터 보다는 모델이나 레이싱 걸처럼 화려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여성 리포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거나 비슷한 류의 연예인들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런 시류에 부합하듯 이곳에서도 월드컵과 관계된 상품 중 반 수 이상이 남자들의 취향에 맞춘 것이다. 우연히 들린 한 의류 매장의 남성복 코너에서 눈에 띄인 각 나라의 국기를 모티프로 한 남성 속옷 디자인은 마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것에 절대 만족하지 말고 속까지 월드컵 열기로 무장하라!' 라는 무언의 임무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 여성들처럼 한 가지를 사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대다수 남성 취미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노려 짭짤한 수입을 얻는 곳이 있다면 런던 센트럴의 노점상이 바로 그 곳이다. 유명 선수의 이름과 백넘버가 달린 유니폼과 각 국의 국기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추측건데 로열티를 지불한 '진품'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몇 달 전 런던 광고의 중심은 피카디리 서커스의 전광판에서 시작된다고 소개한 필자의 기사를 기억하시는 지... 이 곳의 광고 역시 월드컵 열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화려한 것은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한 음료회사의 광고이다. 이 광고 캠페인은 지역 축구를 지원하는 월드컵처럼 남이 하는 축구리그가 아닌, 진짜 리그(the real league) 주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명 스포츠 브랜드 n사의 경우 지역 유소년 축구 리그를 후원하며 우승자는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결승 진출권을 갖게 되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또 다른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 역시 같은 전광판 아래 나란히 이웃하며 월드컵 분위기를 알리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이 주식 중 하나인 버거와 맥주 그리고 월드컵... 필자의 견해에도 엄청난 찰떡 궁합으로 보여진다.



콧대 높은 몇몇의 유럽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진짜 제대로 된 축구 시합과 리그는 유럽의 축구 강호들이 맞붙는 유로 리그이다.' 하지만 그것은 유럽인들과 한정된 축구 마니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월드컵은 그저 국가 대항 축구 시합이 아닌 전 세계인이 하나의 이슈로 모아지는 세계적인 축제이다. 따라서 영향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떠오르는 디자인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곳 런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축구 종주국의 월드컵 분위기는 폭풍 전야의 고요와 같았다.

신사의 나라답게 모든 미디어와 그 외의 무관한 것까지 한국처럼 월드컵을 부르짖지는 않지만, 종종 보이는 월드컵 관련 작업에서 드러난 그 속에 숨겨진 열정만큼은 전 세계 어떤 나라 못지않은 것 같다. 아니 1966년 잉글랜드의 영광을 재현하기 바라는 그들의 염원은 우리의 16강 진출을 바라는 그것과 비슷하거나 더 한 듯하다.. Come on, England! 며칠 남지 않은 독일 2006 월드컵 개막식을 기대하며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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