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영 통신원 | 2006-02-13
추운 날씨 속에서도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일본의 상점들도 저마다 봄맞이 상품들과 신입생들을 겨냥한 학용품들을 선보이느라 바쁘다. 문구류와 인테리어소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캐릭터 상품들이다. 그런데, 해마다 새로이 선보이는 캐릭터들 가운데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헬로키티가 그것이다. 자, 캐릭터 테마파크를 찾아 장수캐릭터의 비밀을 살펴보도록 하자.
취재 ㅣ 문주영 도쿄통신원(mm00nn@naver.com)
헬로키티를 만나기 위해 산리오 퓨로랜드를 찾았다. 역에서 내리자, 추운 날씨 속에서도 키티타운에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지도를 보고 있자니, 저쪽에서 사뿐사뿐 걸어오고 있는 헬로키티가 보인다. 입이 없어서일까,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행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마음 맞는 이들과 동행하기도 한다. 제대로 찾아오긴 찾아왔구나.
다리 건너 저편에서 아름다운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보는 야경의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많았지만,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15년이나 된 이곳을 찾는 것일까. 내부로 들어가보자.
입장을 하고 지하의 어둠 속으로 안내되었다. 잠시 후,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금방이라도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뛰어 나올 것만 같고, 어딘가에 헨젤과 그레텔의 쿠키하우스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을 무렵, 익숙한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신칸센, 트윈스타, 시나모를 등, 400여 개가 넘는 산리오의 캐릭터들 중 특히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것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테마파크. 그 안에서도 단연 캐릭터의 여왕은 헬로키티였다.
여기서 잠깐, 키티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핼로키티는 1974년 11월, 영국에서 태어났다. 75년, 앙증맞은 모습의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던 빨간 동전지갑은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고, 키티라는 이름도 이때 붙여졌다고 한다. 76년, 드디어 일본 산리오에서 키티의 캐릭터디자인개발과 홍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사과 다섯 개 만큼의 키와 사과 세 개 만큼의 몸무게를 가진 귀여운 암고양이, 이후 산리오의 헬로키티는 30살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그 귀엽고 앙증맞은 표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해마다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키티에 대한 간단한 역사를 알았으니 이제 테마파크를 살펴보자. 내부는 크게 엔터테인먼트 홀과 캐릭터테마공원, 레스토랑, 이벤트 & 게임코너, 쇼핑 프라자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 물 위에서 보트를 타며 산리오의 인기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보트라이더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기에 언제나 기다리는 줄이 길다. 그 외, 여러 가지 캐릭터 체험시설과 미니팩토리 등이 있고,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헬로키티하우스는 어른들에게 더욱 인기가 많다.
가장 메인에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홀에서는 캐릭터 주인공들이 나와 함께 공연을 하거나, 캐릭터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함께 참여하여 춤을 추기도 하고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단순히 흥을 돋우거나, 입장객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이벤트만은 아니다. 함께 참여함으로써 캐릭터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전략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래도록 줄을 서 있거나, 흥겹게 놀다 보면 이제 슬슬 출출해지기도 하고, 목도 마르기 시작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음료, 팝콘, 아이스크림, 포토, 장난감 등 그 종류도 다양한 캐릭터 자판기들 앞에서 메뉴를 고르며 행복에 젖는다. 여기서 캐릭터는 소비를 유도하는 또 하나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자판기들을 보며 이곳이 일본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을 때, 독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의문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간 곳에는 재미있게도 헬로키티 사당이 있었다. 이름과 소망이 담긴 패를 걸어놓고 손을 모아 절을 하는 모습은 일본의 절이나 신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키티를 보자 손을 모아 절을 하고, 종을 치고, 그리고 사진처럼 빼곡히 소망들을 적어 놓는다. 특히 아이들은 마치 키티가 진짜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정성을 다해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소재와의 결합. 외국인인 필자의 눈에는 다소 억지스럽기도 하고 장난스럽게도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앞에서 진지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발상의 전환과 함께, ‘답이 없을 때는 역사와 전통에서 찾으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전통과 결합된 예들을 좀더 찾아 보기로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형, 문구, 잡화, 식품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소재와 결합된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천연덕스럽게 전통문양 사이에 얼굴을 내밀기도 하고, 전통의상을 입고 앉아있기도 하였다. 꽃게나 새우모양의 옷을 입고 있는 헬로키티의 식품패키지 역시, 그것이 일본캐릭터이며, 이곳이 일본임을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캐릭터를 통하여 전통을 알리고, 전통을 통하여 캐릭터를 알리는 것. 반드시 그것이 전통문화와 관련된 캐릭터가 아니라 할지라도, 전통과의 결합은 이토록 명쾌하지 않은가!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면 바로 화장실이다. 귀여운 키티모양의 픽토그램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탄성이 나왔다. 놀라운 것은 모든 화장실들이 제각각 다른 컨셉트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새로운 화장실이 눈에 띌 때 마다 들어가 보고 싶었다. 화장실은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 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놓치기에도 쉬운 공간이기에 더욱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헬로키티 하우스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이곳은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디자인제품이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도 한다. 이제부터 핼로키티 하우스로 들어가보자.
울타리도, 벽돌도, 그리고 초인종도 모두 고양이 모양으로 디자인 된 분홍벽돌집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헬로키티가 사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뜰에 세워진 키티자동차는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핸들과 계기판도 모두 키티모양으로 되어있다. 이것을 타고 대로를 질주하는 상상을 해보며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자 천정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아래로 빛을 받고 서 있는 천사키티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인사를 건네고 이젠, 거실로 들어가볼까.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즐거워진다. 가구에서부터 벽난로까지 모두 키티모양의 그것들은 실물크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왕관을 쓴 장식장과, 고양이 모양의 벽난로, 이런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된다면 심심한 생활에 활력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물건들이었다.
다음은 키티의 방이다. 마치 공주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곳은 온통 핑크빛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보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보기도 하며, 진짜 방의 주인이 되어 그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집안에 있는 가구들을 살펴보자. 실제 앉아 볼 수 있는 이 가구들은 지친 몸을 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밖에 책상과 컴퓨터, 앙증맞은 도자기, 다양한 모양의 조명들 역시 헬로키티하우스를 빛내주는 멋진 소품들이다.
자, 이번에는 키티가 사용하는 소품들을 구경해보자. 핸드백과 목걸이, 향수 등이 장식장에 가득하다. 키티의 이미지가 가진 귀여운 느낌이 이번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판매가 목적인 제품들은 아니지만, 명품브랜드에 못지 않은 고가의 제품들도 있다.
키티하우스에 있는 물건들은 양산을 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얼마나 다양한 영역의 제품에, 다양한 형태로 발전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재미있고, 재치 있는 디자인들을 통하여 캐릭터에 한 발짝 더욱 가까이 가게 된다. 잠시, 걱정과 근심을 덜어놓고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캐릭터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테마파크의 여러 곳을 둘러보며 캐릭터와 친숙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사랑과 관심을 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샵을 찾아가 다양하게 개발된 상품들을 만나보자.
캐릭터 제품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봉재 인형은 소비 연령층이 다양하여 언제나 인기가 많다. 식품 영역 또한 어린이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헬로키티 제품의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부분은 식품도, 완구도 아닌 바로 생활용품이다.
생활용품에서의 매출이 높다는 것은 다시 말해, 주된 소비층이 어린이나 학생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헬로키티를 좋아하던 소녀가 커서 결혼을 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나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서 핼로키티 제품들을 구매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대물림 된다.
필자가 학생이었을 시절, 헬로키티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때, 키티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던 친구들이 이제 결혼을 하고 주부가 되어, 아이들에게 키티가방을 선물한다. 비록 사용자는 아동들이지만, 구매자는 주부들이라는 점, 그리고 그 관심을 유지 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부들을 겨냥한 상품들을 생산해 내는 것. 그것이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지금까지 테마파크를 둘러보며 하나의 캐릭터가 어떠한 컨텐츠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그 모습들을 살펴보았다. 그럼 이제, 그 속에서 찾은 성공비결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
디자인이 단순하다.
단순한 디자인은 응용과 가공이 쉽고, 그것은 다시 상품개발의 폭이 넓다는 장점과 연결된다. 핼로키티에게 눈동자나 입이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다양한 상품에 적용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컨텐츠가 다양하다.
핼로키티는 엔터테이먼트, 교육, 패션, 식품에 이르기까지 그 컨텐츠의 종류가 다양하다. 산리오 퓨로랜드 내에는 캐릭터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이벤트까지 준비되어있다. 소비자는 생활 깊숙이까지 들어온 캐릭터에 대해서 친근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소비층이 폭넓다.
어린이에서부터, 학생,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저가에서 고가의 제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제작되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고급화 전략을 쓴다.
다소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가전이나 컴퓨터와 같은 고가의 제품에 응용하기도 하고, 한정 생산하여 상품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그것은 다른 캐릭터와의 차별이 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개발해낸다.
동작이나 컬러, 혹은 액세서리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 소비자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서브캐릭터가 다양하다.
리본이나 꽃과 같은 액세서리, 패밀리 캐릭터의 확대 등으로 하나의 캐릭터에서 파생된 서브캐릭터들이 다양하여 개발의 폭이 넓다.
다양한 이벤트상품을 만들어낸다.
특별한 날이나 행사를 기념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한정상품이다. 희소가치가 높은 무엇인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그러한 이벤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소비에 열을 올린다.
지금까지 하나의 캐릭터가 30년이 넘도록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물론 여기에 나타나지 않은 더 많은 비결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해마다 학교나 기업, 혹은 공모전을 통하여 수많은 캐릭터들이 탄생되지만 그 중의 5%도 살아남지 않는다. 캐릭터는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관리와 유지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하나의 산업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헬로키티를 통하여 배웠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끝으로 핼로키티와 관련된 정보와 이미지들은 모두 산리오의 저작권들로 법적 보호를 받고 있으며, 콘텐츠의 보호를 위해 촬영이 불가능한 곳은 배제하였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