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영 도쿄통신원 | 2005-12-15
안녕하세요? 문주영입니다. 여기는 동경이구요, 해외통신 코너를 통해 앞으로 책에는 나오지 않는 생활 속의 사소한 디자인에서부터 규모 있는 전시회와 공모전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생생한 디자인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 첫 번째로 지난 11월 26일~27일에 있었던 제22회 디자인페스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취재 ㅣ 문주영 도쿄통신원(mm00nn@naver.com)
‘내겐 나만의 작품이 있다. 서툴긴 하지만 소중한 작품들이다. 가끔은 팔아보고도 싶고, 보여주고도 싶다. 다만 아직 아마추어인 내게 전시회를 할 만한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그럴싸한 인맥도 없는데…’
학생이나 아마추어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작업 물이 많아지면서 이런 생각들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선뜻 시장에 들고 나가서 팔기는 어려운 일이고 기획에서부터 경제적인 부담까지 더하는 전시회 역시도 쉽지가 않은데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행사가 디자인페스타이다.
더욱이 정보교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마추어들은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티스트와 기획자, 판매자와 소비자,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간의 인적네트웍도 형성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제22회 디자인페스타 안내책자.
1994년부터 일년에 두 번씩(5월과 11월경) 동경에서 열리는 디자인페스타는 이번이 벌써 22회째이다. 올해도 5000여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이곳을 다녀갔으며 해마다 참가자와 방문자의 수는 늘고 있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올해로 세 번째인데, 예전에 참가했던 아티스트들이 다시 참가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 이유는 디자인 페스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심사나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 공예, 인테리어, 아트, 패션, 사운드, 영상, 그리고 퍼포먼스 등 그것이 오리지널이기만 하다면 어떤 형태이거나 어떤 장르이거나, 국적에 관계 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참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뒤쪽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이제부터 최근에 열린 22회 디자인페스타를 들여다보자. 모든 사진은 아티스트들의 동의 하에 찍은 것이며 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각각의 웹사이트를 표기해 두었다.
행사가 개최되는 빅사이트로 향했다. 오전이었지만 벌써부터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행사장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오픈 시간에 맞추어 서둘러 나서지 않으면 하루 동안에 모두 살펴보기가 힘들만큼 행사장의 면적이 넓다. 그래서 행사장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입구에 설치된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빠짐없이 둘러보길 권한다. 입구에 적혀있는 라이브스테이지와 프로젝션룸에 대한 인포메이션은 일단 행사장 내에 들어가면 안내 팜플렛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메모를 할 필요는 없지만, 흥미 있는 행사는 반드시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보는 것도 디자인페스타를 한층 밀도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행사장의 입구와 지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인포메이션.
입구에 들어서자 지난 21회에 비하여 다양하고 많은 참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번부터는 실내의 조명을 떨어뜨린 홀이 추가되어 프로젝터를 사용한 멀티미디어 작품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비롯한 조명등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어서 표현의 폭이 좀더 넓어졌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나 빛을 내며 표현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이 공간에 전시가 되어 기존의 전시와는 또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22회부터 추가된, 조명을 떨어뜨린 공간. 빛이 나는 작품의 전시가 한결 돋보인다.
주로 패션아카데미나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매년 참가하는 전문디자이너들도 있다. 특히 패션쇼와 전시, 그리고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기에 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세니마니 티셔츠. www.seimani.com
티셔츠는 다루기 쉬우면서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여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양한 유머를 가진 창의적인 티셔츠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에게 이런 티셔츠를 선물해본다면 어떨까.
aniereina의 전시회와 패션쇼를 위한 모습들.
전통의상에서부터 현대적인 소품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 젊은 작가.
http://blog.yahoo.co.jp/jura219
직접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참여한 디자이너들. 자신들이 제작한 의상을 입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난방이 되지 않는 행사장이지만 부스와 작품의 컨셉을 위해 잠옷을 입고 부스를 지키는 아티스트의 열정.
부끄러워하며 촬영에 응해주었던 modjul의 디자이너와 작품.
일본은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프리렌서 디자이너들이 많다. 그들은 수동적인 작업이 아닌 선택적인 작업을 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좋아하는 사물을 그대로 물건으로 표현해내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일본은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의상을 실물로 제작하거나 코스프레나 파티를 위한 디자인문화도 발달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나중에는 직업이 된 경우도 많다.
특히 획일적인 유행을 쫓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에 맞는 물건을 직접 제작하기를 즐기는 그들의 습관과, 생활 속에서 전통적인 소재를 끊임없이 찾고 개발하는 모습은 우리가 배울 부분이기도 하다.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은 현장에서 직접 제작, 판매 되기도 한다.
여행을 다니거나 주변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주제로 여러 가지 소품들을 만든다는 아티스트.
그래서 모든 제품들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같은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
스카프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벨트 디자인. http://yonca.jp/
때로는 운동화도 멋진 캠퍼스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모티브를 지닌 끈을 사용하여 운동화에 활기를 넣었다. 현대와 전통의 조화로운 만남.
이번 출품작들의 컨셉은 모두 엄지공주나 백설공주 등의 동화 속 이야기들을 비롯한 스토리를 가진 제품들이다.
현재는 전시회와 개인작품 이외의 다른 활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샵들의 위탁판매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계들. 줄을 언제든지 쉽게 다른 소재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제품의 장점이다. http://www.k2.dion.ne.jp/%7Eowl-olie
뜨개질이 보편화 되어있는 일본에서는 취미와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
모두 손으로 만들어진 하우스모양의 가방. 실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http://mamande.gozaru.jp/
좋아하는 애완동물과 늘 함께 다니는 기분이 들것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가방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가죽소재의 가방들. http://www.quir-leather.com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가방들 http://mb.tiar.cc/
일본은 캐릭터 천국이라 불리울 만큼 다양하고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많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젊은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다. 만화, 광고, 영상에 쓰이는 다양한 캐릭터에서부터, 작가 자신의 캐릭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크레이, 페이퍼, 패브릭, 도자기 등 그 소재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과 표현기법으로 제작된 캐릭터들이 많았다.
http://www.3cm.cc
HAPPY ROAD http://members.goo.ne.jp/home/menmen2000x
일본은 나이게 상관없이 귀여운 제품들에 대한 인기가 높다.
대형으로 제작된 캐릭터 벌룬이 넓은 행사장에 더욱 활기를 주고 있다. http://unputenpu.jp
캐릭터의 컨셉에 맞게 상자를 쓰고 부스를 지키는 열정.
외국에서 만나는 김치의 반가움이란… 한국에서는 프리마켓에 참가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디자인 페스타에 참가했다고.
http://heba.cyworld.com
http://www.cyworld.com/keiichi12
http://www.touma.biz/
다양한 응용동작으로 더욱 눈길을 끄는 캐릭터.
캐릭터의 컨셉에 맞추어 토끼모양의 모자를 쓰고 나온 작가. 토끼는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중의 하나이다.
http://www.yoshidamihoko.com/
캐릭터와 일러스트의 느낌이 색다르다. 디자인페스타는14회때부터 참가했다고 한다.
http://kanazaaawa.daa.jp
93candle이라는 작고 귀여운 양초
일러스트의 경우, 일본인 참가자도 많지만 다른 부분에 비해 외국인 참가자도 많다. 그림을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일러스트가 담긴 엽서와 노트, 티셔츠 등을 판매하는 작가들이 많다. 주제는 도깨비에서부터 다소 무거운 환경문제를 다룬 시사 일러스트까지 다양하며, 여행이나 체험을 통한 자신의 생활, 나아가 성냥갑이나 야구방망이, 우산 등 재미있는 사물을 소재로 하여 작업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참가자들의 작품을 살펴보자.
사진에서와 같이 작품의 크기가 클 경우 넓은 공간의 활용도 가능하다.
http://hiroyoshi-takeda.com
문을 열어보면 각각의 이미지들이 들어있다.
http://hibinokioku.fc2web.com
가방에서부터, 북커버, 티슈케이스까지 같은 느낌의 다양한 제품들.
http://www.chelsea-girl.net/
유독 한국인이 많이 찾아왔다며 즐거워했던 일본 디자이너. 한국 여성들은 핑크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http://ayara.net
우산을 통하여 다양한 표현을 시도한 작품. 지구모양의 우산은 굴러가기도 한다.
디자인페스타는 처음으로 참가했다며 딸과 함께 전통의상을 입고 즐거워하던 중년의 일본 작가.
주로 인형을 만들고 입체그림을 그리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성냥갑에 표현된 이미지들이 작지만 함축적이다.
디자인페스타는 판화, 유화, 아크릴화 등 여러 가지 재료의 작업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손톱만큼 작은 캠퍼스와 그림들. 압정과 비교해보면 붓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우측 하단에 있는 작품의 크기가 사방 1센티 정도이다.
그 작은 공간 속에 가구도 있다. http://quiet-room.main.jp/
영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중인 작가. http://nayogon.com/
브라질출신의 작가 (좌)
22회 디자인페스타 안내책자의 표지에 실렸던 작품이다. http://www.dareyanen.com/yumi/ (우)
다음 2부에서는 <동경 디자인 페스타 2005>의 손끝에서 탄생된 다양한 작품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디자인 페스타에 참가할 수 있는 팁 등 생생한 소식을 전한다.